[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제 아무리 잠재력이 뛰어나도 1군에 뛸 자리가 없으면 실력발휘할 재간이 없다. 2군은 그래서 필요하다. 단순히 부상을 입는 등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주전급 선수들이 쉬어가거나 유망주를 키우는 개념이 아니다. 2군 전력이 강하면 1군 코칭스태프로선 선수를 기용하는 폭이 넓어진다. 이에 육성의 중요성을 실감한 각 구단들은 '2군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즌 도중 예상치 못한 깜짝 스타가 탄생하기도 한다. 삼성의 안성무 정인욱, 넥센 장영석 허정협, 두산 정진호 류지혁 등이 그 예다. 이 외에도 구단별로 올 시즌 2군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 1군 자리를 채운 선수들이 여럿 있다. 각 구단들은 제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2군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 2군에게 동기부여 심어주는 1군 체험
최근 kt 위즈는 2군 선수들을 1군으로 불러 체험하게 하는 이른바 ‘빅또리 챌린지 투어’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김진욱 kt 감독이 직접 소개한 적이 있다.
김 감독은 4일 수원 SK전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던 중 더그아웃에 뛰어 들어온 선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즉시 홍보팀 관계자에게 “누구야? 트레이드된 선수인가? 소개해줘라”고 웃으며 “우리 팀의 미래다”고 직접 소개했다. 그리고 kt가 야심차게 준비한 ‘빅또리 챌린지 투어’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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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혁이 kt 빅또리 챌린지 투어 첫 번째 참가자가 됐다. 사진은 드래프트 당시 이종혁. 사진=MK스포츠 DB |
매주 야수 1명, 투수 1명이 투어에 참가하며 참가 선수는 2군 코칭스태프가 결정한다. 1군 스태프들에겐 선수 결정 권한이 없다는 점이 ‘빅또리 챌린지 투어’의 특징이다.
1군에 올라 온 선수들은 원정 경기까지 포함해 1주일 동안 1군 선수들과 동행한다. 엔트리에 합류한 것이 아니라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진 못하지만 2군에만 있던 선수들에게 1군을 체험할 수 있고 1군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군 선수를 1군으로 불러 간접 체험을 할 수 있게 한 이 프로그램은 넥센 히어로즈, SK 와이번스가 kt보다 먼저 실행했다. SK는 염경엽 단장의 아이디어로 올 시즌부터 도입하게 됐다. 2군 선수 중 투수 1명과 타자 1명을 홈경기 3연전 때 불러 견학시키는 것이다. SK는 ‘메이저투어’라고 명명했다.
이 투어에는 1군 코칭스태프가 기량을 파악하고자 하는 선수가 우선순위로 투어에 참여한다. 2군 코칭스태프의 추천을 받을 때도 있는데, 이 같은 경우 1군 수석코치와 2군 감독이 상의 하에 결정한다. SK 관계자는 “1군과 2군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면서 참여하는 선수들 모두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것이 목적이다”고 전했다.
◆ ‘만족’해하는 현장 반응
김 감독은 “시간이 없어 2군 경기를 자주 못 보는데 이렇게라도 2군 선수를 볼 수 있게 돼 잘 됐다”고 흡족해했다. 또한 이번 투어에 참여한 선수들 역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대구고 출신 우완 이종혁(20)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 2라운드 11순위에 뽑혀 kt에 입단했다. 또 경남고 출신 포수 문상인(19)은 같은 해 드래프트 2차 지명 5라운드 41순위로 kt에 들어왔다.
이종혁은 “1군에서 배울 점들도 정말 많고 내 실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언제 올라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1군에서 경기 할 수 있는 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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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는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빅또리 챌린지 투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종혁(왼쪽), 문상인(오른쪽)이 투어 첫 주인공이다. 사진=kt 위즈 제공 |
지난 4일부터 투어에 참가 중이던 이종혁은 8일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 2군 육성, 다른 방법은 없을까
올해부터 2군 선수를 불러 1군 체험을 시키고 있는 SK와 kt. 큰 목표는 ‘2군 육성’이다.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1군 경험을 쌓게 해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심어주겠다는 심산이다. 현장 전문가들도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 육성시키는 이 제도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순히 체험시키고 경험을 쌓게 하는 데에만 그쳐선 안 된다고 전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투어를 시키는 것도 좋지만 2군에서 잘 하면 1군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첫 번째다”고 강조했다.
이어 “넥센이 이를 잘 하고 있다. 정말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겐 꾸준하게 기회를 주고 있으며 또 그 중에서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 장영석 허정협 등이 좋은 예다. 이 선수들은 시즌 시작부터 잘 했던 선수들이 아니다. 경험을 쌓아가면서 잘 하게 된 선수들이다”며 “좋은 선수를 보는 안목도 중요하지만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성호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사실 2군 선수들을 1군 감독이 직접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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