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전반기 동안 KIA 타이거즈를 환하게 빛내주던 선발투수 임기영(25)의 후반기 페이스가 예사롭지 않다. 8일 광주 넥센전 선발 등판결과 3⅔이닝 10피안타(1피홈런)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전반기 14경기 동안 7승2패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하며 훨훨 날았던 임기영은 폐렴 증상 호소 후 복귀한 후반기 4번의 선발 등판서 승 없이 3패만 떠안은 채 18이닝을 소화하며 3번의 조기강판 그리고 무려 36안타를 얻어맞았다. 평균자책점도 10.00에 달한다.
한 눈에 봐도 확연히 결과와 내용 모두 좋지 않은 임기영이다.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인데다가 몸 상태 난조로 인한 장기 공백, 익숙해진 상대의 공략, 무더위 등 구위에 영향을 줄 악재가 한 번에 겹친 느낌이다. 경험이 적은 선수이기에 언젠가는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결국 고비가 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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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영이 찬란했던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페이스가 확연히 떨어졌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다행인 점은 임기영의 소속팀 KIA가 올 시즌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결 여유로운 마음이 가능하다. 김기태 감독의 동행리더십도 이런 부분과 궤를 같이 한다. 숨 고르기가 절실한 임기영에게 행운과도 같은 상황이다.
다만 이를 지켜보는 KIA 입장에서는 다소간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 부동의 리그 선두고 나머지 9개 구단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많지 않다. 워낙 적절한 투타밸런스 덕분에 다소 약점인 부분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막강한 선발진, 쉬어갈 곳 없는 타선이라는 큰 틀 속 부진했던 주축타자들의 기막힌 반전(김주찬), 최상급 외인타자(버나디나)의 존재감이 KIA를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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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시즌을 넘어 완벽한 가을을 꿈꾸는 KIA 입장에서 임기영의 부진은 다소 신경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강한 전력에다가 약점까지 점차 줄여가고 있는 KIA. 유망주를 내주면서도 김세현을 영입하는 과감한 행보를 통해 올 시즌 우승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정규시즌을 넘어 가을야구에서도 ‘완벽함’을 선보이겠다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순항 속 임기영의 부진이 대두되고 있는 것. 일반적으로 정규시즌을 넘어 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한 정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최소 3명, 최대 4명의 최상급 선발투수가 필요한데 이 때문에 10개 구단은 원투쓰리 펀치 확보에 여념이 없다. KIA는 헥터 노에시-양현종이라는 최강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임기영과 팻 딘이 3-4선발을 구축하고 있어 그간 여유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팻 딘이 기대치보다 다소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혜성 같은 임기영의 등장이 있었기에 걱정이 적었다. 그런데 최근 임기영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될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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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된 고비를 맞이했지만 팀 상황과 환경이 나쁘지 않은 것이 임기영에게는 호재로 작용될 전망이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은 무엇보다 집중력 싸움이 중요하다. 그 중 선발투수의 역할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에이스의 존재감이 그날 경기를 지배하기 때문. 당장 지난해 두산만 봐도 소위 ‘판타스틱4’로 불린 최강선발진이 있었기에 비교적 손쉽게 한국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었다. 그 이전을 거슬러 올라가도 선발진이 강했던 팀들이 가을야구에서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다소 섣부르고 한편으로는 상대에게는 엄살이라 비춰질 수도 있는 부분. 하지만 완벽한 가을을 꿈꾸며 진군 중인 KIA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임기영의 부진을 쉽사리 넘겨버릴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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