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올 시즌 프로농구 외국인 드래프트는 단신 선수들의 우세로 끝이 났다. 프로농구 한 시즌 농사를 결정지을 외국인 선수 선발이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모두 종료됐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팜스 호텔에서 열린 '2017 KBL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드래프트'에서는 2017-2018시즌 한국 코트를 누빌 외국인 선수들이 정해졌다.
리카르도 라틀리프, 마이클 크레익(이상 서울 삼성), 데이비드 사이먼, 키퍼 사익스(이상 안양 KGC), 안드레 에밋(전주 KCC), 테리코 화이트(서울 SK) 등 6명의 재계약 선수를 제외하고 14명이 새롭게 뽑혔다.
프로농구는 2015-2016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를 장신과 단신으로 나눠 뽑는다. 각 팀 당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데, 기준은 신장 193cm다. 이번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특이점은 단신 선수들의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1라운드 5순위로 실질적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인천 전자랜드가 192.5cm의 조시 셀비를 뽑은 것을 시작으로 6순위 원주 동부가 디온테 버튼(192.6cm)을, 8순위 울산 모비스가 '경력자' 마커스 블레이클리(192.5cm)를, 10순위 고양 오리온이 더스틴 호그(192.9cm)를 각각 지명했다. 1라운드에서 지명된 6명 중 부산 KT의 리온 윌리엄스(197cm)와 창원 LG 조시 파웰(201.6cm)을 제외한 4명이 193cm 이하의 단신 선수인 셈이다.
↑ 전자랜드 유도훈(왼쪽) 감독과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서 1순위 지명을 받은 조시 셀비(오른쪽). 사진=KBL 제공 |
◆ 단신 열풍…外人 흉년인가?
하지만 유례없는 단신 열풍의 이면에는 이번 드래프트가 흉년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자리하고 있다. 이미 트라이아웃 현장에서부터 흉년은 예고됐다. KBL은 지난 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데저트오아시스고등학교 체육관에서 트라이아웃 참가 등록을 받았는데 이때 접수한 선수가 총 92명(단신 선수 52명·장신 선수 40명)이었다. 다음 날부터 열린 트라이아웃에는 4명이 불참해, 88명(단신 선수 50명·장신 선수 38명)이 참가했다. 최근 몇 년 동안 100명 정도가 드래프트에 참가했던 점을 봤을 때 일단 공급원부터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KBL에서 뛰었던 경력 선수들이 대거 불참한 점이 눈에 띄었다. 실제로 이미 터키리그와 계약한 애런 헤인즈(36·전 오리온)를 비롯해 찰스 로드(32·전 모비스), 로드 벤슨(33), 웬델 맥키네스(29·이상 전 동부), 제임스 메이스(31·전 LG) 등이 불참했다. 모두 KBL에서 정상급 기량을 선보였던 선수들이다.
이처럼 KBL 경력자들이 줄어든 이유는 굳이 힘들게 비시즌부터 많은 훈련을 소화하며 뛰지 않아도 대체 선수로 한국 무대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정상 2015, 2016년 트라이아웃에 참가했거나 KBL에서 뛴 선수는 시즌 도중 대체 선수로 선발이 가능하다. 이미 한국 무대에서 뛰어 본 선수들은 각 구단의 특성이나 감독들의 스타일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드래프트에 참가할 필요가 없다. 결국 쓸 만한 장신 외국인 선수들은 이런 규정의 허점을 이용한 셈이다.
↑ KCC의 안드레 에밋. 191cm로 단신 외국인 선수인 에밋은 화려한 기량으로 3시즌째 KBL에서 활약하게 된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는 드래프트 제도와도 관련이 있다. 드래프트로 선발된 선수는 정해진 금액을 받는다. 현재 KBL 1라운드 외국선수는 3만달러, 2라운드 외국선수와 대체선수는 2만달러의 월봉을 수령한다. 물론 대체선수의 월봉도 2만달러다. 하지만 대체선수의 경우에 같은 2만달러라고 하더라도 위치가 다르다. 팀이 급해서 찾기 때문에 대체선수가 구단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뒷돈이 오간다는 말도 돈다.
드래프트 제도는 외국인 선수에 과다한 몸값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KBL도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구단의 경제력에 따라 외국인 선수의 수준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드래프트 제도로 돌아갔다. 앞서 언급한 몸값 부분도 걸리는 문제였다. 하지만 드래프트 제도, 특히 장신과 단신을 구분해 뽑는 현재 구조에서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는 올해 드래프트 같은 현상이 계속 유지되리라는 싸늘한 시선이 많다.
결국 해법은 자유계약으로의 회귀라는 주장에 강한 설득력이 실린다. 어차피 제한된 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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