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본격 시작된 후반기. 10개 구단의 순위 경쟁 열쇠를 쥔 선수는?
전력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선수나 팀의 약점이 극복되면 좋겠지만 시즌 중, 그것도 후반기에 갑작스럽게 좋아진다는 건 계산하기 쉽지 않다는 관점에서 선정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단점을 고치는 게 쉽지 않다. 차라리 장점을 더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KIA – 김윤동
시즌 내내 KIA의 약점으로 꼽혀온 건 불펜이다. 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을 많이 노출한 불펜이지만 트레이드 등의 승부수를 띄워 선수 보강이 되지 않는 한 현재 멤버가 분발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재 KIA가 가장 믿는 건 마무리 김윤동(24). 10세이브를 책임지며 팀 승리를 완성했다.
KIA가 신경 써야 할 건 김윤동의 잦은 등판이다. 제일 믿을 수 있는 카드이지만 그만큼 이미 많이 던졌다. 전반기 KIA 구원진 중에는 유일하게 40이닝을 넘겼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두 번째로 많이 던진 한승혁과는 10이닝 이상의 차이다. 김윤동이 활약을 이어갈 수 있으려면 구속이 빠르고 구위가 좋은 임창용, 한승혁 등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줘야 한다.
↑ NC 중심타선의 폭발을 받쳐줄 수 있는 나성범. 사진=MK스포츠 DB |
NC 간판타자 나성범(28)은 시즌 67경기 타율 0.354(263타수 93안타) 13홈런 5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13을 기록 중이며, 11번의 결승타를 때려내 최형우(KIA)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해결사 면모를 보였다. 나성범의 5시즌 통산 출루율은 0.378, 장타율은 0.529다. 올 시즌은 평균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NC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가 돌아왔다. 스크럭스는 돌아오자마자 2경기 5안타(1홈런) 6타점으로 4번타자로서 위력을 과시했다. 이종열 위원은 “스크럭스가 들어오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다. 그런 스크럭스를 받쳐줄 타자는 단연 나성범이다. 그의 역할이 중심타선의 폭발을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 – 최정
올 시즌 SK는 독보적인 홈런 페이스를 보인다. ‘SK=홈런’이라는 공식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홈런군단의 리더는 최정(30). 최정은 시즌 84경기 타율 0.310(281타수 87안타) 32홈런 73타점 OPS 1.119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 2위인 팀 동료 한동민(26홈런)보다도 6개를 더 쳤을 정도로 폭발적인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데뷔 첫 30홈런을 때려냈는데 올해는 이미 전반기 내에 30홈런을 돌파했다.
홈런 군단을 이끄는 만큼 고유의 팀 컬러를 짙게 하는 리더 역할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 리더의 폭발은 투·타에 걸쳐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으로 불러온다. 이종열 위원은 “최정이 치면 이재원, 정의윤도 치듯이 (전체 타선을) 끌고 갈 선수가 필요하다. 시즌 전 SK가 3위 할 거라는 예상은 아무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의 자리에 있는 건 홈런의 힘이다. 홈런을 끌고 가는 게 최정이다”고 설명했다.
↑ 김하성이 지난 20일 고척 KIA전서 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풀타임 3년차에 이 만큼 하는 게 쉬울까. 팀의 4번타자이자 유격수 김하성(22)은 넥센의 공·수의 핵심이다. 팀에서 가장 많은 홈런(13개)을 때려냈고, 김민성과 함께 가장 많은 타점(61타점)을 올렸다. 4번타자로 가장 많은 타석(136)에 섰다. 성적을 보면 4번 자리의 중압감도 그다지 느끼지 않는 듯하다. 타율 0.314(121타수 38안타) 7홈런 장타율 0.570으로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수치다.
땅볼 타구 속도가 굉장히 빠른 고척돔을 홈으로 쓰고 있어 수비도 중요하다. 김하성의 탄탄한 플레이는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하성이 버텨야 투수들이 버틴다”고 말한다.
두산 – 양의지
양의지(30)는 한 마디로 ‘대체 불가 선수’다. 공·수 양면에서 양의지가 차지하는 전력은 단순 수치 이상이다. 하지만 현재는 없는 전력. 지난 6월 25일 롯데전서 박세웅의 투구에 맞아 왼손 새끼손가락(중수골)이 미세 골절된 탓이다. 일본에서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뒤로 타격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어 다음 주 정도면 복귀 일정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양의지의 이탈 이후 백업포수 박세혁이 전 경기 선발 출전하며 안방을 지키고 있다. 박세혁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지만 양의지는 그 이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선수다. 김태형 감독부터 더 많이 호흡을 맞춰왔던 베테랑 양의지가 아무래도 더 편한 투수들, 팬들까지 그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투수력으로 이기는 LG, 차우찬이 다시 1선발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사진=MK스포츠 DB |
차우찬(30)은 올 시즌 LG의 야심작이었다. LG는 시즌 전 역대 투수 FA 최고액(4년 95억원)이라는 타이틀을 차우찬에 안겨줬고, 차우찬의 합류로 선발진을 보강한 LG는 단숨에 우승후보로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막상 시즌 중에는 최강 선발진을 보기가 힘들었다.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부상으로 오래 자리를 비웠으며, 또 다시 부상으로 후반기 시작도 함께하지 못했다.
이제 다시 차우찬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다. 차우찬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을 한 차례 걸렀다. 타구에 맞아 팔꿈치 타박상으로 휴식 차원에서 지난 10일 엔트리 말소됐다. 잠시 가다듬을 시간을 가진 것. 이종열 위원은 “LG는 투수력으로 이기는 팀이다. 허프가 빠진 상황서 차우찬이 1선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롯데 – 린드블럼
돌아온 조쉬 린드블럼(30)은 롯데의 후반기 승부수다. 린드블럼이 지난 두 시즌의 활약을 이어갈 수만 있다면 롯데의 5강 진입은 긍정적이다. 2015~16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고 통산 23승 24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했다. 특히 2015시즌에는 210이닝, 2016시즌에는 177⅓이닝을 책임져 대표적인 이닝 이터로 인정받았다.
롯데는 박세웅이 전반기 완벽하게 1선발 역할을 했다. 후반기 역시 박세웅의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노련한 린드블럼이 함께 원투펀치를 형성하게 되면 린드블럼 영입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다. 방출 위기까지 갔던 브룩스 레일리가 살아났고 송승준도 나쁘지 않아 마운드를 높일 수 있다.
한화 – 오간도, 비야누에바
매년 선발투수 때문에 애를 먹은 한화. 올해는 총 330만달러를 외인 원투펀치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막상 전반기 동안 알렉시 오간도(34),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가 거둔 승수는 도합 7승.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았다면 아쉬움은 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시점, 두 투수는 모두 1군에서 오랜 공백기를 갖고 있다. 옆구리 부상 오간도는 6월 9일, 팔꿈치 부상 비야누에바는 6월 23일로 1군 등판일지가 멈춰있다. 원투펀치가 모두 빠져 나가니 당연히 승수 쌓기가 어렵다.
오간도는 복귀까지 시간이 좀 더 지체될 것으로 보이지만, 비야누에바는 20일 불펜 투구를 무사히 마치며 1군 복귀를 앞두고 있다. 돌아와서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던진다’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실린다. 타선에 끈질김이 있는 만큼, 선발진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 러프의 활약에 울고 웃은 삼성. 후반기 마지막까지 키플레이어일 것이다. 사진=MK스포츠 DB |
다린 러프(31)는 4월까지 1할대의 타율에 허덕이다 4월말 충격 처방을 받았다. 2군으로 내려가게 된 것. 1군 복귀한 5월 2일 복귀 이후 기적의 레이스를 펼쳤다. 5월 0.330 7홈런, 6월 0.356 5홈런으로 반전을 만들어냈다. 러프가 살아나면서 삼성 타선도 유기적으로 살아났다는 평가. 삼성의 4월까지 팀 타율은 0.259(9위), 장타율 0.379(8위)에 불과했으나 6~7월 타율 0.269(9위), 장타율 0.430(6위)까지 올랐다.
이종열 위원은 “초반 부진했지만 2군에 다녀온 이후 4번에서 중심타자 역할을 하니 앞의 구자욱, 뒤의 이승엽도 같이 살았다”고 평가했다.
kt – 윤석민
흔히 한 명의 ‘미친 선수’가 나오면 경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kt는 한 선수만 미쳐서 현재의 부진을 떨치기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가장 기대할 만한 선수는 있다. 새로운 4번타자가 된 윤석민(32)이다. 힘없는 타선으로 고민하던 kt는 전반기를 마치기 전 두 명의 새로운 타자를 영입해 심각한 타선 침체를 타개하려 했다. 먼저 조니 모넬을 대신해 멜 로하스 주니어를 영입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앞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4번타자 윤석민의 6경기 타율은 0.500(22타수 11안타), 장타율은 0.818까지 솟아있다. 앞,뒤 타자가 함께 살아나야 ‘외로운 4번타자’로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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