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있을 수 없는 일이 프로야구에서 일어났다. 오심 방지를 위해 거액을 들여 설치한 비디오판독센터에서 제대로 내린 판정을 뒤 엎어버렸다. 가뜩이나 최규순 전 심판 금품수수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관계자의 입찰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처지인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져 뭉개진 형국이다.
20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KBO 역사상 길이 남을 오심이 나왔다. 1-4로 롯데가 뒤진 3회말 공격, 1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29)이 삼성 선발 윤성환(36)의 2구를 밀어쳤고, 타구는 좌중간으로 크게 날아서 펜스 위쪽 노란 선을 맞고 넘어갔다가, 뒤에 설치된 철망에 튕겨져 다시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현장에 있던 심판진은 손가락을 위로 세워 한 바퀴 돌렸다. 홈런이라는 시그널이었다. 2루에서 멈칫거리던 손아섭도 그대로 홈을 밟았다.
↑ 올 시즌부터 프로야구에서는 비디오판독요청이 있을 경우, 심판들이 인터컴을 통해 비디오판독센터로부터 판정을 듣게 된다. 사진=MK스포츠 DB |
2014년 후반기부터 합의판정이라는 명칭으로 도입된 비디오판독은 올 시즌 KBO가 서울 상암동에 비디오판독센터를 설치하고, 판독위원이 상주하면서 5개 구장 경기를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각 구장별로 기존 방송중계화면에 더해 KBO 자체 카메라를 설치해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물론 아직까지는 방송중계화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신속한 경기 진행과 부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에서 호평이 뒤따랐다.
↑ 오심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KBO 비디오판독센터에서 오심이 나왔다. 존재의 이유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진=MK스포츠 DB |
최근 KBO는 불신(不信)의 늪에 빠져 있다. 2013년 10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두산 베어스 고위 관계자로부터 300만원을 빌린 최규순 전 심판에 대해 KBO는 지난해 8월 이를 인지하고 자체 조사를 실시했으나 지난 3월 상벌위원회에서 이를 ‘대가성이 없는 당사자 간 금전 대차’로 결론짓고 구단 관계자에게 경고 조치만 내린 뒤 덮어버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또 지난해 KBO의 중국진출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업무를 맡았던 강모 기획팀장이 자신의 가족회사인 A사가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한 매체의 보도로 인해 밝혀졌다. 이 두 건은 검찰에 고발돼, 수사가 시작됐다.
국내 최대 인기 스포츠라는 프로야구의 자부심은 이제 오만함과 체육계의 ‘적폐’라는 오명으로 바뀌어 버렸다. 자기 반성 없이 인기만을 좇다가 생긴 필연적 결과라는 얘기다. 이번 비디오판독센터 오독 건도 그 동안 불거졌던 문제들과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관계자는 “800만 관중몰이에 도취돼 있을 동안 프로야구 안에서는 썩은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승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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