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지난 15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은 비로 인해 하루 뒤인 16일 오후에 개최됐다. 결승에 오른 배명고는 서울고를 2-1로 꺾고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청룡기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서울고는 2년 연속 이 대회 준우승의 고배를 마셨다. 결과와 내용 모두 속단할 수 없지만 선수들 모두 하루 전과 당일, 그리고 다음 날의 몸 상태가 다를 터. 결승전과 같은 중요한 순간도 이처럼 우천의 칼날을 피해가기란 어렵다.
이렇듯 실외스포츠인 야구는 날씨, 특히 우천으로 인해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올 시즌 KBO리그도 예외는 없다. 반환점을 돈 가운데 10개 구단 모두가 치른 경기 수가 다르고 남은 일정이 다르다. 앞으로도 마지막 장마 빗줄기 및 태풍과 국지성 호우로 인해 우천순연 되는 날이 더 발생할 전망. 넥센 히어로즈처럼 돔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해 변수의 또 변수를 맞이하는 상황도 당연히 벌어진다. 10개 구단 모두 날씨에 울고 웃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 올 시즌 KBO리그는 전체적으로 우천순연이 적은 편이다. 다만 그 사이에서도 구단별 희비는 분명 엇갈린다. 사진=MK스포츠 DB |
7월20일 현재까지 진행된 경기수를 살펴봐도 벌서 구단별 편차가 적지 않다. 우선 SK와 삼성이 90경기를 소화하며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다. 뒤를 이어 넥센과 롯데가 88경기를 진행했다. KIA와 한화가 87경기를 소화했고 NC와 kt가 86경기를 마쳤다. 한지붕 라이벌 LG와 두산이 나란히 84경기씩을 치르며 20일까지 가장 적은 일정을 소화했다.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팀과 적은 경기를 소화한 팀들 사이 6경기 차이가 난다. 나아가 우천순연 확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빗줄기가 언제고 굵어질 수 있는 여름이 한 달 가량 남았기에 구단별 편차는 더욱 벌어지거나 줄어들 수 있다.
▲변수될 잔여경기
우천순연이 된 경기는 잔여경기라고 명명돼 9월18일 이후로 재배치된다. 그래서 팀들은 9월16일 계획된 정규시즌이 모두 끝난 뒤 이후부터 대개 10월 초반까지 추후 다시 계획될 잔여경기를 소화하게 된다. 이 때 일정은 당연히 팀별로 다르다. 극단적으로 7월20일까지를 기준으로 설정한다면 잔여경기 일정 때 두산과 LG가 SK와 삼성보다 6경기를 더 치르게 된다.
지난 시즌의 경우 NC가 우천순연이 잦아 잔여경기 일정에 있어 고민을 드러낸 바 있었다. 그렇듯 잔여경기는 막바지 가을야구 티켓을 손에 쥐려하는 팀들 간 최대변수로 자리매김할 확률이 높다. 잔여경기가 많다고 무조건 좋지 않으며 적다고 나쁘지만도 않다. 반대의 경우도 같다. 또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며 그에 따라 승부수를 거는 등 여러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게도 된다.
↑ 롯데 외인투수 브룩스 레일리(사진)는 우천순연으로 천적징크스를 탈피하고 반등의 실마리를 찾는 행운을 경험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올 시즌은 우천순연이 많지 않은 편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가뭄이 극심해지는 등 비 내리는 날 자체가 적었다. 자연스럽게 여름 강행군이 계속됐다. 그러다보니 구단들 모두 무더위와 쉽지 않은 일정에 힘든 내색을 숨기지 못했다. 사령탑들 대부분이 전반기를 돌아보며 가장 먼저 선수들의 체력을 걱정했을 정도.
사연도 풍성했다. 삼성은 가장 최근 우천순연이 무려 5월9일이다. 두 달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SK도 마찬가지다. 5월9일이 마지막이다. 두 팀은 5월9일에 앞서 나란히 4월5일 우천순연을 맛봤다. 이때는 개막 초반. 5월9일 당시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던 날인데 체감적으로도 엄청 이전의 일로 느껴질 법하다. 4월5일은 심지어 시즌 개막 초반이다. 사실상 여름이후부터는 내내 우천순연이 빗겨갔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반면 두산과 LG는 올 시즌 벌서 8번이나 우천순연을 경험했다. 두산은 지난 5월 선발진이 헐거웠던 상황 우천순연으로 인해 임시선발 홍상삼 등판경기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로 바뀌는 승리공학 측면에서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LG 역시 지난 6월26일과 27일 부산에서 롯데와 2경기 연속 연장혈투를 펼쳤는데 28일 경기가 남부 지방에 내린 비로 순연돼 체력과 사기 측면에서 한숨 돌릴 여유를 챙긴 나쁘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
↑ 임찬규(사진)는 개막 초반 우천순연으로 등판이 두 번이나 취소되는 5선발의 숙명을 겪은 기억이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롯데 좌완 외인투수 브룩스 레일리(30)는 6월초까지 최악의 구위를 선보였다. 6월7일 NC전에서는 4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4피안타 5사사구 6실점을 기록하며 이내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2군서도 부진했던 레일리는 뾰족한 수가 없던 팀 마운드 사정상 6월18일 1군에 복귀했는데 이후 치른 넥센전서는 부진했지만 6월24일 두산전에서 7이닝을 소화하며 부활의 조짐을 나타냈다.
다음 일정이 레일리에게 중요했는데 예상 밖으로 4일 휴식 뒤인 29일 LG전에서의 등판이 예고됐다. 30일은 NC전. 올 시즌 NC전에 유달리 약했던 레일리의 특성이 고려됐던 조치다. 1군 말소의 결정적 경기도 NC전 때문이었기에 사실상 피하는 의미였는데 하필 29일에 비가 내려 경기가 순연됐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레일리는 30일 NC전에 등판하게 됐는데 이날 7이닝 무실점이라는 깜짝 호투로 모두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레일리는 NC전을 기점으로 이후 세 경기에서도 전부 7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안정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비 때문에 NC를 피해가지 못했는데 도리어 기회의 장이 된 것이다.
LG 영건 임찬규(25)는 개막 초반부터 5선발 임무를 맡았다. 5선발 특성상 우천순연 되는 날 상대적으로 기회를 잃기 쉬웠는데 선발로 예정됐던 4월5일 삼성전, 5월9일 삼성과의 경기가 모두 우천 순연되는 아쉬움을 맛봤다. 더한 아쉬움은 두 경기 모두 다음 날 다른 선수가 선발투수로 나서게 된 점. 선발투수들의 등판일정은 경기가 아닌 날짜로 이뤄지니 다음날 에이스 출격이 가능한 팀 입장에서 나온 당연한 선택이다. 다만 당사자 임찬규에게는 아쉬울 법 한 일. 그러자 투수들의 사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양상문 LG 감독이 다음 날 컨디션조절 어려움에 대한 미안함을 직접 표현한 사례도 있다. 때마침 4월말과 5월 시점서 임찬규가 에이스 버금가는 호투를 펼치고 있었기에 더욱 도드라진 부분이다.
↑ 돔구장을 홈 경기장을 쓰는 넥센은 잔여경기 때 원정일정만 다니게 된다. 이에 대한 유불리는 어떨까.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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