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휴식은 짧았다. 더욱 치열해진 전쟁이 시작됐다. 투쟁심은 더 강해졌고 긴장감도 팽배해졌다.
‘강·중·약’의 틀이 잡혔던 2017 프로야구 KBO리그 전반기다. KIA는 2강 체제를 깨고 독주 체제를 만들었다. 승패 마진이 ‘+29’였다. ‘-28’의 최하위 kt와는 극과 극이었다. KIA 뒤로 NC, SK가 줄을 섰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3개 팀(넥센-두산-LG)은 오랫동안 중위권에 엉켜있다.
그보다 더욱 뚜렷했던 것은 상-하위 ‘그룹’이었다. 끼리끼리 모였다. 그 간극은 점차 벌어졌다. 하위권은 고정이었다. 7위 롯데, 8위 한화, 9위 삼성, 10위 kt는 1달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한 계단이라도 오르고 싶지만 승수 쌓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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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기 첫 경기를 극적으로 이긴 KIA는 6연승을 내달렸다. 그러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2011년 전반기를 1위로 마쳤지만 최종 4위로 미끄러졌던 경험이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틀은 이대로 굳어지는 것일까. 남은 경기는 점점 줄고 있다. 시즌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3경기차를 뒤집기도 쉽지 않다. 전반기까지 순위표 맨 아래에 있던 팀이 최종 순위에서 맨 위에 있던 경우는 없다.
그렇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1위로 완주할 것이라는 지배적인 전망에는 KIA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2011년 전반기 1위에서 최종 4위(준플레이오프 탈락)로 수직 하락한 경험이 있다. 거꾸로 후반기 기적을 일으킨 팀이 있다. 뒷심을 발휘해 가을야구의 꿈을 이뤘다.
최근 사례를 봐도 없던 적보다 있던 적이 더 많았다. 2006년 이후만 해도 전반기까지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에 들었던 팀이 모두 끝까지 가을야구 예약 티켓을 획득한 경우는 2009·2010·2013년 등 3번이었다. 11번의 시즌 중 판이 깨진 게 8번에 이르렀다.
18일 현재 전체 일정의 60%도 소화하지 않았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때문에 하위권 팀도 희망을 접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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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LG는 놀라운 반전을 일으켰다. 신바람 나는 가을야구를 플레이오프까지 펼쳤다. 사진=김재현 기자 |
KBO리그는 1988년까지 전,후기리그 방식이었다. 단일시즌으로 치러진 것은 1989년부터다. 1999년과 2000년 시험적인 양대 리그를 운영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단일시즌을 기준으로 접근했다.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최근에는 ‘**극장’이라는 용어도 사용한다. 그만큼 극적인 승부가 적지 않게 펼쳐졌다는 방증이다.
후반기 기적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팀은 2016년의 LG다. 시즌 도중 감독 교체의 풍파 속 가을야구를 했던 2년 전(7위→4위)보다 더 놀라운 뒷심을 발휘했다.
LG는 2016년 전반기 순위가 8위였다. 34승 1무 45패로 승패 마진이 ‘-11’이었다. 1위 두산과는 무려 19.5경기차였다. LG에게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5위 롯데와 승차가 3경기 밖에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LG는 후반기 들어 180도 달라졌다. 54경기를 치러 37승을 수확했다. ‘-11’이었던 승패 마진은 ‘0’이 됐다. 전반기 부진을 후반기에 모두 만회했다. 연승의 신바람만 탔다. 8월 초 9연승으로 반전을 이뤘다.
대체 외국인투수 허프는 에이스의 갈망을 씻어줬고 주장 류제국은 데뷔 첫 완봉승 등 호투 행진을 펼쳤다. 채은성, 이천웅, 김용의, 문선재, 이형종, 양석환, 임정우, 김지용 등 영건의 등장도 팀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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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롯데는 후반기에만 34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2003년 이후 전반기 1위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는 2번이다. 2009년과 2011년이다. 2번 모두 KIA와 연관이 있다.
2009년 KIA는 후반기 승률 0.739(34승 12패)를 기록하며 두산, SK를 제쳤다. 안정된 마운드의 힘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증명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2년 뒤에는 후반기 18승(28패)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KIA가 미끄러진 사이 올라간 팀은 롯데였다.
2011년의 롯데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이 올랐던 마지막 시절이다. 1위 삼성에 6.5경기차 뒤진 2위였다. 승패 마진이 ‘+16’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만 해도 가을야구를 장담할 수 없었다. 38승 3무 41패로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후반기 초반 7경기에서 6연승을 내달리며 무서운 기세를 탔다. 8월에만 16승(7패)을 쓸어 담았다. 후반기에서 4연승만 3번이었다. 5연승과 6연승이 1번씩이었다. 롯데는 후반기 34승으로 그 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33승)보다 더 많이 이겼다.
단일시즌으로 환원된 2001년 이후 전반기까지 포스트시즌 진출권 밖에 있다가 후반기 도약한 팀 가운데 2011년 롯데보다 더 많이 승리한 팀은 2003년의 KIA다.
2003년 전반기까지 36번만 이기며 5위에 그쳤던 KIA는 후반기 들어 파죽지세였다. 8개 팀 중 가장 적은 경기(71)를 치러 후반기 반등 가능성이 있던 KIA는 그 기회를 움켜잡았다. 승률이 7할대(0.712)였다. 무려 42번(3무 17패)을 이겼다. KIA는 1위 현대와 승차가 불과 0.5경기차였다. 다승제로 순위를 가리던 시즌이었다. 현대보다 2승이 적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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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기 첫 경기를 역전패한 넥센은 순위가 5위로 내려앉았다. 넥센은 2013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하지만 2012년에는 전반기를 3위에도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2017년 후반기 첫 경기가 열렸던 18일, 1위 KIA-2위 NC-5위 두산-6위 LG-7위 롯데가 승리했다. 순위가 일부 바뀌었다. 두산은 승률에 앞서 넥센을 밀어내고 4위로 올라섰다. LG와 롯데는 넥센과 승차를 각각 1경기, 3경기로 좁혔다. 중위권은 더욱 혼전이 됐다.
반면, 8위 한화-9위 삼성-10위 kt는 1패씩을 추가했다. 7위와 8위의 승차는 5.5경기로 벌어졌다. kt의 창단으로 10개 팀이 겨루게 된 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은 70승(2015년 SK 69승-2016년 KIA 70승)이었다. 한화, 삼성, kt는 갈 길이 더욱 바빠졌다.
현실은 냉혹하다. 드라마가 쓰였은 있었지만 말도 안 되고 믿기지 않는 기적까지 펼쳐지지 않았다. 전반기와 후반기의 흐름이 180도 달라질 수는 없다. 1위와 10위가 뒤바뀐 적은 없다. 상위권과 하위권이 통째로 뒤바뀐 적도 없다. 3경기를 가져 2번만 이겨도 잘 하는 게 야구다. 후반기 도약 목표는 현실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
후반기 기적의 배경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단기간 성적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LG와 KIA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9연승과 7연승을 내달리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7월 말, 늦어도 8월 초 안으로 반전이 필요하다.
승부수를 던질 시기이기도 하다. 외국인선수 교체, 트레이드 등으로 전력을 강화할 수 있다. 롯데와 넥센, LG가 먼저 칼을 뽑았다. 하지만 카드를 꺼낼 수 있는 기한은 한정돼 있다.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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