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도 여름을 피할 수 없다. 보통 4월초(10구단 체제로 바뀐 2015시즌부터는 3월말)에 개막해 11월 초중순까지(포스트시즌 포함) 치러지는데, 6월부터를 8월까지를 여름이라 한다면, 절반 정도를 여름에 소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름은 치열한 순위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에 각 팀 별로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여름은 힘들다. 날씨가 더워지는 문제도 있지만, 장마철도 끼어 있다. 경기가 언제, 어디서 취소될지 모른다. 들쭉날쭉한 일정에 날씨까지 더워 선수들의 체력관리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 여름은 지난해만큼이나 덥고 강수량은 더욱 줄어든다는 전망이다.
6월부터 KBO리그는 주말 오후 2시 경기가 없어진다. 토,일요일 경기 모두 오후 5시에 열리고 있다. 기온이 더욱 상승하는 7,8월에는 주말 경기도 오후 6시로 늦춰진다. 혹서기 낮경기가 사라지고, 야간에 펼쳐지면서 본격적인 여름야구가 시작된다. 최근 들어 여름에 강했던 팀들이 가을까지 웃는 경우가 많았다.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했던 2011~2015시즌 삼성 라이온즈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팀 순위도 상승하는 패턴이었다. 삼성은 6~8월 성적 기준으로 2011시즌 1위, 2012시즌 1위, 2013시즌 3위, 2014시즌 2위, 2015시즌 1위였다.
팀도 팀이지만, 선수들의 여름나기도 눈물겹다. 보양식은 물론, 선수 개개인만의 체력관리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여름에 불타오르는 선수들은 여름사나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한다. 보통 여름이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투수나 타자 할 것 없이 여름에 더욱 강해지는 선수들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이승엽(삼성)은 여름에 강하기로 유명하다. 올해 마지막 시즌을 치르는 이승엽은 여전히 여름사나이로 활약 중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41)은 대표적인 여름사나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3~4월 홈런 4개를 때렸다. 5월에는 3개였던 것이, 6월 한달 동안 7개를 쳤다. 타율 변화도 뚜렷하다. 첫 달 0.253이었던 타율이 5월 들어서는 0.282다. 6월에는 0.266으로 소폭 떨어졌지만, 7월 11경기에서는 타율 0.405로 치솟았다. 홈런은 2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월간 타율도 8월 0.348로 가장 높았다. 지난 시즌 월간 홈런도 6월과 8월에 각각 6개씩을 때려 가장 많았다.
박석민(NC)도 여름사나이 대열에서 유명한 타자다. 올 시즌 발목 부상에 5월까지 0.188을 기록하며 부진에 빠졌던 박석민은 6월 타율이 0.364로 살아났다. 6월에만 홈런을 3개 때렸다. 7월 7경기 성적도 타율 0.286이고, 홈런 3개를 기록 중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박석민의 방망이도 뜨거워지는 것이다.
김태균(한화)의 여름도 뜨겁다. 최근 5년 기준, 여름 타격 순위에서는 그의 이름이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2012시즌 57경기 타율 0.362(1위) 10홈런(공동 7위) OPS 1.041(2위), 2014시즌 51경기 0.384(3위) 10홈런 OPS 1.107(3위), 2015시즌 67경기 타율 0.339(7위) 14홈런 OPS 1.063(7위), 2016시즌 69경기 타율 0.393(1위) 12홈런 OPS 1.113(2위)으로 ‘김여름’의 면모를 보여줬다.
↑ 김태균(한화)도 여름에 더욱 잘 치는 타자다. 지난 14일 올스타전 전야제 홈런레이스 예선에 참가 중인 김태균. 사진=천정환 기자 |
이대호의 '여름 본능'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던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에서 뛸 때도 존재했다. 이대호는 자신의 국내 최다 홈런 기록(44개)을 세운 2010년, 무더운 6~8월에만 무려 31개의 홈런을 집중했다. 특히 6월 한 달간 24경기에 나서 타율 0.388 12홈런 3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엄청난 타격감을 자랑했다.
이 밖에 박용택(LG)도 대표적인 여름사나이 중 하나다. 박용택은 6월부터 타격감이 폭발해 7~8월까지 오름세를 유지한다. 지난해 6월 타율은 0.380(79타수 30안타). 홈런(3개)도 6월에 가장 많이 쳤다. 2014년부터 최근 3년 동안 6월 평균 타율 0.355를 남겼다. 올해도 6월 타율이 0.330으로 뜨겁다.
◆ 여름에 더 쌩쌩해지는 투수들도 있다
여름에 뜨거워지는 이들은 타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투수들 중에도 여름에 더욱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는 이들이 있다. 송승준(롯데)은 별명부터가 여름사나이다. 대표적인 슬로우스타터로 알려진 송승준은 여름에 더욱 뜨거워지는 사내 중 한명이었다. 자신의 최다승(14승) 시즌인 2010년에는 6~8월 기간에 6승을 거뒀다. 13승을 거둔 2011시즌에는 같은 기간 7승을 수확했다. 평균자책점도 7월 2.36, 8월 2.90으로 짠물피칭을 선보였다. 2012년 7월에는 승리없이 2패에 평균자책점 9.00으로 주춤했지만 8월 5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51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했으며 이듬해인 2013년 7월엔 5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잘 던졌다. 2014에도 6월 3승 1패 평균자책점 3.16, 7월 1승 1패 평균자책점 3.21로 깔끔한 피칭을 자랑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2015시즌과 2016시즌에는 여름에도 힘을 쓰진 못했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도 한국 시절부터 여름 사나이로 유명했던 투수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에 세이브 몰아치기에 능했다. 일본 데뷔시즌(한신)이었던 2014년 오승환은 비록 6월을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7.94로 불안하게 여름을 시작했지만, 7월 0.75, 8월 2.45로 여름사나이의 명성을 이어갔다. 메이저리그 첫 해였던 지난해도 여름 들어 구속이 증가했고, 결국 마무리 자리까지 꿰차기도 했다.
↑ 수년간 여름사나이로 군림했던 송승준(롯데)는 최근 2년 간 여름에 강하지 못했다. 올해는 다시 여름사나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칠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
◆ 여름에 강하다?…결국 체력과 경험의 싸움
남들은 힘겨운 여름에 오히려 펄펄 날아다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여름사나이들의 면모를 보면, 특히 타자들의 경우에는 탑클래스에 위치한 선수들이 많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여름에 강하다는 의미는 강인한 체력과 경험이 축적된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여름은 비로 취소되는 경기도 있고, 일정이 들쭉날쭉하다. 또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지칠 수밖에 없다. 여름을 이겨낸다는 의미는 강한 체력의 소유자임과 동시에, 평소 체력관리를 잘해왔다고도 볼 수 있다”며 “타자의 경우 상대 투수들의 구위가 약해지는 틈을 잘 찾아 파고드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여름에 강한 투수는 여러 가지 얘기가 있다. 습도가 높아지면 공이 척척 감겨서, 변화구의 각이 더 좋아진다는 얘기도 있는데, 결국 기술이
이 위원의 설명처럼 여름에 더욱 강한 선수들은 평소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여름에 뜨거운 사내들이 있어 프로야구 또한 더욱 흥미진진한 여름나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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