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올스타전은 ‘이벤트 게임’이다. 팬 서비스다. 그만큼 각별하다. 선수나 팬에게 추억이다. 올해는 더욱 특별한 추억이 남겨진다. ‘살아있는 전설’ 이승엽(41·삼성)의 마지막 올스타전이 대구에서 펼쳐진다.
올스타전이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대구 밤을 반짝반짝 빛낸다. 대구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하는 것은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오랜만이다. 그만큼 대구에서 올스타의 파인 플레이를 관전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다. 1983년, 1997년, 2010년에 이어 4번째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구장으로 손색이 없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완공으로 예년보다 기다림은 좀 더 짧아진 편이다.
하지만 이승엽이 그 무대에 서는 데에는 꽤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승엽은 이제 올스타전 최고령(40세10개월27일) 베스트 선수가 된다. 그리고 더 이상 기다림은 없게 됐다. ‘슈퍼스타’가 참전하는 스타워즈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더욱 의미가 있고 더욱 희소성이 있다.
↑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1번째 올스타전은 이승엽의 11번째이자 마지막 올스타전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번 올스타전의 간판은 이승엽이다. 올해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는 이승엽은 마지막 올스타전 초대장을 받았다. 야구팬이 직접 제작한 초대장이다.
이승엽은 지난해 올스타전에 참가한 소감을 묻자 “솔직히 부끄럽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10번이면 너무 많다. 올스타전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그 생각은 1년 후에도 다르지 않았다. 이승엽은 “베스트12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올해 올스타전에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 추천 명단에 올라도 고사했을 것이라고.
이승엽은 2014년 올스타전에 나가지 않은 적이 있다. 당시 이스턴 지명타자 팬 투표 1위는 히메네스(롯데)였다.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 뛸 기회가 있었을 테지만 그는 모처럼 7월 중순에 휴식을 취했다.
후배의 길을 막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이승엽을 올스타전을 소환한 것은 결국 야구팬이다. 이승엽은 11번의 올스타전을 모두 베스트로 뽑혔다. 역대 올스타전 팬 투표 최다 득표(2015년 153만47표) 기록도 이승엽이 갖고 있다. 올스타전에 참가하지 않았던 그 이듬해다.
올해도 이승엽의 팬 투표에서 104만3970표를 받았다. 득표율이 과반(54.41%)을 넘었다. 2016년(46.31%·85만2748표)보다 크게 웃돌았다. 야구팬은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이라는 상징성에 1표씩을 더 행사했다. 이승엽은 “(올스타전 출전선수 선정)방식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이승엽을 올스타전에 뛰게 할 수 있는 가장 합법적인 방법이다.
이승엽은 1997년 올스타전에 첫 참가했다. 당시 장소는 대구 시민구장이었다. 20년 후 이승엽은 마지막 올스타전을 대구에서 뛰게 됐다. 그에겐 11번째 올스타전이다. 처음 뛰었을 때만큼의 기쁨은 아니다. 그러나 의미는 더 각별하다. 이승엽은 “20년 전 같은 기분은 아니다. 그러나 의미는 지금이 훨씬 크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이승엽은 두 아들과 시구, 팬 사인회, 그리고 헌정 유니폼 증정식 등 3가지 이벤트에만 참여한다. 사진=천정환 기자 |
올스타전은 축제다. 더욱 화려하게 포장된다. 이승엽을 더 빛나게 만들 수도 있다.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승엽은 간소화를 원했다. 이번 올스타전에 주인공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올스타전도 기회이자 경험이다. 누군가에는 평생 1번 뛰고 싶은 무대다. 올해 올스타전 출전 선수 48명 중 18명은 이번이 첫 경험이다.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선수가 많다. 그 기회와 경험은 세부 이벤트에도 포함된다.
이승엽은 이벤트 참여를 최소화한다. 경기 외 팬 사인회, 시구, 헌정 유니폼 증정식 등에만 참여한다. 그는 이승엽의 울스타전이 아닌 선수와 팬의 올스타전이 되기를 희망했다. 이승엽은 “올스타전 출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이벤트 참가는 도를 넘는 것 같다. (올스타전은 내가 아닌)한국야구의 축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승엽이 시구와 팬 사인회를 수락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두 아들(시구), 그리고 팬(사인회)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대 올스타전 시구를 출전 선수 및 가족이 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승엽은 “두 아들과 시구, 시타, 시포를 함께 할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 나보다 두 아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이 정도까지는 (과하지 않아)괜찮다고 여겼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초 이승엽의 야구팬과 만남은 토크콘서트 형식이었다. 이승엽이 손사래를 쳤다. 이승엽은 “부담스러웠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이승엽이 (자신과 관련한 이벤트가)거창하게 열리기를 원치 않았다”라고 귀띔했다.
팬 사인회도 예년과 다르다. 시간을 두고 단독으로 진행한다. 다른 선수와 함께 할 경우 자신에게만 몰려들었던 걸 고려했다. 이승엽의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은 60명으로 한정됐다. 티켓 예매 추첨으로 뽑힌 30명 외 30명은 대구지역 어린이 및 유소년야구 꿈나무 대상이다. 이승엽이 특별히 어린이 팬으로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승엽은 이에 대해 “어린이 팬은 어른 팬보다 (내 사인을 받을)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지금도 야구장을 갈 때마다 사인을 받으려고 야구장에 오시는 어른 팬이 많다. 그리고 10,20년 뒤에는 어린이 팬이 주인공이 되지 않는가”라고 설명했다.
↑ 풀스윙을 약속한 이승엽이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날린 후 베이스를 도는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
이승엽은 마지막 올스타전에 대한 부담이 없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그 또한 마지막 올스타전이라는 걸 의식한다. 허탈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승엽은 이승엽다운 인사로 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르고자 한다. 이승엽은 영원한 홈런왕이다.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53) 및 통산 최다 홈런(459)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더 이상 홈런 기록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승엽이다. 올스타전 홈런은 더 그렇다. 하지만 이승엽의 올스타전 홈런을 볼 수 있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게다가 그는 이번 홈런 레이스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이승엽은 역대 올스타전에서 3개의 홈런을 날렸다. 1997년, 1998년, 2001년 등 3차례 올스타전에서 기록했다. 2012년 KBO리그로 복귀한 이후에는 올스타전 홈런이 없다. 홈런레이스 우승(2013년)만 차지했을 뿐이다.
16년 만에 이승엽의 올스타전 홈런을 기대하는 것은 팬만이 아니다. 평소와 다르게 의욕을 보인다. 이승엽은 “사실 올스타전 홈런은 진짜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마지막 인만큼 팬에게 홈런을 보여주고 싶다. 3,4경기에 1개꼴이었는데 어려울지 모른다. (홈런을)못 쳐도 된다. 그래도 팬은 물론 나를 위해서도 한 번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보겠다.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풀스윙’이다”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첫 대구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날린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 이승엽은 지난해 이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17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총 43개를 기록했으니 39.5%에 이른다. 올해만 해도 16개 중 6개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외야 펜스를 넘겼다. 그에 따른 기대감일까. 올스타전 티켓도 외야석이 불티나게 팔렸다. 매진 행렬이다.
이승엽의 홈런은 첫 올스타전 MVP 수상 가능성을 높인다. 이승엽은 올스타전에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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