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함덕주(22)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핵심으로 분류됐다. ‘판타스틱4’가 한 시즌 우승을 책임졌던 선발 로테이션, 함덕주만 잘해준다면 ‘판타스틱’은 ‘5’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서였다.
‘5’의 멤버는 함덕주가 꿰찼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함덕주에게 풀타임으로 5번째 선발 자리를 맡길 요량이었다. 4선발까지 건재한 가운데 함덕주의 역할은 선발 마지막 자리를 ‘어느 정도’ 맡아주는 것. 선발 로테이션의 완성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도 아닌,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선방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함덕주는 팀 사정이 어려운 틈에서 19경기(선발 14경기)에 나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4.29(77⅔이닝 37자책)의 성적을 거뒀다. 여러 차례 호투에 비해 승수를 많이 챙기지는 못했지만 성장세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전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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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덕주는 선발 전환 첫 시즌 전반기 동안 스스로도 “많이 배웠다”고 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였다. 후반기 진짜 5번째 선발 자리로 들어가 활약할 모습이 기대된다. 사진=MK스포츠 DB |
그가 스스로 매긴 전반기 점수는 50~60점. “반 잘했으니까”라고 이유를 달았다. 후반기에 나머지 40~50점을 채울 자신감이 생겼느냐고 묻자 “그 정도는 아니고, 수치적인 것보다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지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1년 동안 선발 풀타임 뛴다는 게 제일 뜻 깊은 거니까 한번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함덕주는 선발투수로 경기를 치를수록 성장하고 있다는 흐뭇한 평가를 낳게 했다. 스스로도 “초반에는 100구에 5이닝도 채우기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조금씩, 좀 더 투구 수 관리도 하게 되니까 조금 변해가는 것 같다. 초반에는 너무 세게만 던지려 했는데 지금은 힘을 빼야 될 때는 빼고, 힘을 줘야 할 때는 줘서 던진다. 그런 작은 부분 하나가 바뀌었는데 많이 편해졌다”고 나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팀 내 좋은 코치, 선배들이 많은 만큼 그들이 전해주는 말 한 마디가 함덕주에게는 자산이 되고 있다. 선배들이 경험을 살려 해준 ‘살살 던진다고 다 안타 맞는 거 아니니까 힘 줘야 할 때 주고 빼야 할 때 빼야 더 많이 갈 수 있다’는 조언은 가슴 한가운데 새기고 있다.
전반기를 치르면서 마음에 쏙 드는 경기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자 바로 대답할 정도로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함덕주는 6월 9일 울산 롯데전서 7⅔이닝 2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최고의 호투를 펼치며 시즌 3승째를 거뒀다. “투구 수(120구)도 제일 많았고 선발로서 최고 좋았던 기록이었다. 컨디션까지도 다 좋았기 때문에 그 때 생각을 많이 하고 그 경기를 자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마인드 컨트롤도 그 경기로 하고 있다. 후반기에도 그런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도 함께 드러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최근 함덕주는 잠시 ‘불펜 알바’를 뛰고 있다. 지난 9일 마산 NC전부터 11,12일 잠실 넥센전까지 오랜만에 구원 등판을 이어가고 있다. 함덕주는 “주자 있는 상황에 나가서 짧은 이닝을 던지다 보니까 선발 때와는 달리 힘 있게 던질 수 있어 스스로 시원한 느낌도 들어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느덧 선발 자리가 더 익숙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함덕주는 “선발이 더 재미있다. 일단 일정이 미리 나와 있으니 컨디션 조절이라든가, 경기 풀어가는 방법을 생각하는데 그게 잘 통하면 더 재밌다. 배우는 과정이다 보니 안 될 때도 풀어나가는 게 재밌다”고 선발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마이클 보우덴이 무사히 돌아오면서 함덕주는 이제 본연의 5선발 자리로 돌아간다. 후반기에는 “보우덴이 왔고 (민)병헌이형, (양)의지형까지 돌아오고 나면 팀이 더 탄탄해질 거니까 나는 진짜 5선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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