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황석조 기자] 국내무대 2년차 외인투수 헥터 노에시(30·KIA)가 KBO리그 외인역사에 새 이름을 써냈다.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올해 7월 전반기까지 단 한 번도 패전투수로 이름을 올리지 않으며 개인 15연승을 기록했기 때문. 모두가 혀를 내두를만한 대단한 성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헥터가 더욱 빛을 내는 이유는 바로 남다른 이닝소화 능력에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이닝이터’ 본능이 올 시즌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무엇보다 상황, 컨디션을 가리지 않는다. 스스로 지칭한 “7이닝맨”이라는 수식어가 완벽히 들어맞는 선수임이 틀림없다.
헥터는 지난해 31경기에 출전해 200⅔이닝을 소화했다. 첫 시즌부터 철완의 위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올 시즌은 전반기 17경기에 나서 116⅔이닝을 던졌다. 시즌 후반에 돌입하면 각종 변수 및 관리가 필요하기에 예상 수치를 산정하기 어렵지만 전반기만 놓고 봤을 때도 그 페이스가 상당한 편이다.
↑ KIA 타이거즈 외인에이스 헥터 노에시(사진)는 올 시즌 17번 선발등판 중 5이닝 이하 소화 경기가 단 차례에 불과하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기본적으로 6이닝 이상 소화해주는 투수의 대명사가 된 헥터. 그래서인지 김기태 감독은 종종 다음 날 예정된 경기를 설명하며 “헥터가 나가는 날이니깐…”라고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음 경기서 헥터가 기본 6~7이닝을 소화해줄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경기 때 불펜투입을 탄력적이고 전방위적으로 하겠다는 의미. 그만큼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사례다.
헥터의 이닝이터 본능이 더욱 의미를 띄는 것은 상황과 컨디션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하거나, 날씨 등 환경적 변수가 발생했을 때도 거의 대부분 예외 없이 자신의 임무를 마치려한다.
지난 6월14일 부산 롯데전 당시 헥터는 경기 중반 선두타자를 내보낸 뒤 역전 홈런까지 맞는 등 구위를 생각한다면 잘 나오지 않는 장면이 연거푸 펼쳐졌다. 당시 비교적 위압감이 적은 롯데 하위타선에게도 연속 장타를 맞고 추가실점까지 했다. 5회에 돌입했을 당시 이미 투구 수는 101개에 도달했다. 철벽이었던 헥터에게도 한계가 오는 듯했다. 일반적인 경우에도 몇몇의 에이스만 예외일 뿐 이런 경우 투수를 바꿔준다.
↑ 헥터는 컨디션 난조 및 환경적 변화에도 최소한의 제 몫을 해내는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헥터는 전반기 마지막 등판인 7월11일 광주 NC전서도 다소 흔들린 면이 있었다. 시작부터 팀 타선이 빅이닝을 만들어주며 가볍게 경기에 임했지만 중간 중간 불편함을 호소하더니 4회와 5회 연거푸 실점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5회 만에 투구수 101개를 기록했다. 마운드 다른 옵션이 많았고 언뜻 봐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보였기에 이른 교체가 예상되기 충분했다.
그러나 헥터는 이번에도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으며 6회에 다시 등판했다. 6회 16구를 던지며 이닝을 매조지었다. 최종 117구. 흔들림과 상관없이 6이닝 이상을 채워줬다.
헥터는 경기 후 몸이 무거워보였다는 취재진 질문에 “오늘은 30년 야구인생에서 최고로 더운 날이었다. (고향) 도미니카공화국도 이처럼 습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실제 이날 광주지역은 고온과 더불어 비온 뒤 습함의 강도가 높았는데 헥터가 이를 힘들어했던 것. 그래서인지 좋을 때와
헥터는 스스로를 “7이닝맨”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주어진 역할과 함께 자신의 장점과 자존심을 빗댄 표현. 분명 상황 관계없이 결과로 증명하고 있기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게 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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