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7년 넥센의 마무리투수는 자주 바뀌었다. 지난해 세이브 1위 김세현을 시작으로 이보근, 김상수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뒷문지기의 잦은 변경은 안정감과 직결된다. 하지만 40여일이 넘도록 더 이상 변화는 없다.
넥센은 2년 연속 ‘초보’ 마무리투수 카드가 대박을 쳤다.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은 김상수는 5월 27일 고척 삼성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린 이후 11세이브를 올렸다. 이 기간 세이브 부문 1위다. 가장 페이스가 좋다는 방증이다. 어느새 시즌 세이브 부문 5위까지 올라있다.
김상수의 활약은 넥센의 반등과도 연관이 있다. 김상수가 첫 세이브를 기록한 날 이후 넥센은 21승 15패를 거뒀다. 김상수는 21승 중 13승에 기여했다. 좀처럼 6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넥센은 7월을 맞이하며 4위로 점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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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김상수는 김세현, 이보근에 이어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았다. 그리고 그는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김상수는 지난해 필승조로 자리를 잡았다. 67경기에 출전해 6승 21홀드를 기록했다. 개인 최고 성적이다. 4.62의 평균자책점도 2006년 프로 입문 이래 가장 낮았다. 개막 전만 해도 그는 5선발 후보 중 1명이었다. 불펜이 그에게 ‘제 옷’일 지도 모른다.
필승조로서 1시즌을 마친 후 그는 불펜 체질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2번째 시즌의 반이 지났다. 그리고 올해는 마무리투수로 정착했다. 그의 생각은 달라졌을까.
“이제 운동선수에게 ‘맞는’ 체질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포수는 힘들고 투수는 선발투수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스스로 어떻게 습관을 만들고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혹자는 1타자를 상대하거나 1이닝을 소화하는 게 힘드냐고 반문한다. 그 같은 생활을 매일 준비하니까 힘들다. 만약 퍼지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자리를 차지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몸이 아프지 않도록 관리도 잘 해야 한다.”
김상수는 마무리투수가 된 뒤 블론세이브가 없다(4월 16일 광주 KIA전이 유일한 기록). 그가 가장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11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살렸다. 100% 세이브 성공률이다.
“짧은 기간 많은 세이브를 올릴 줄 몰랐다. 그냥 ‘하나 했구나’ ‘다행히 이겼다’ 등 생각만 했다. 그렇지만 팀 승리가 중요하다. 개인이 잘 해도 팀이 못 하면 무의미하다. 11번 승리에 일조해 기쁘다. 특히 마무리투수가 된 이후 팀이 4위까지 오르니 좋다. 자기만족이다.”
올해 김상수의 기록은 지난해를 넘어섰다. 9일 현재 평균자책점은 2.97이다. 5월에는 평균자책점 0을 자랑했다. 6월(평균자책점 5.68) 들어 주춤했지만 7월에는 다시 안정감을 되찾았다. 4일 고척 한화전과 8일 대구 삼성전에서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해 좋지 않았던 부분을 되짚어 풀어갔던 게 괜찮은 것 같다. 사실 난 슬로 스타터다. (페이스를)올라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항상 그렇다. 지난해에는 초반부터 속도를 냈는데 7월 이후 처졌다. 그래서 올해는 페이스를 천천히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시즌 초반 부진(4월까지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4.15)이 있었다. 그래도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편하게 공을 던지려고 했다. 페이스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다짐했다.”
김상수의 베스트 퍼포먼스는 5월이었다. 11경기에 나가 1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활약을 발판 삼아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4월 19일 문학 SK전부터 6월 3일 잠실 두산전까지 18경기 연속 무실점이었다. 하지만 김상수에게는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무실점 경기를 하니 더 힘들었다.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다. 불안감도 있었다. 깨질 때가 됐는데 경기수가 늘더라. 아니나 다를까. 19번째 경기(6월 4일 잠실 두산전)에서 에반스에게 홈런을 맞았다. 시즌 첫 피홈런이었다.”
김상수는 6월에만 홈런 3개를 맞았다. 피안타율도 0.275로 높았다. 극과 극의 행보는 반등의 계기가 됐다. 연구하고 노력했다. 달라지려고.
“무실점이 깨진 뒤 어떻게 18경기 연속 무실점이 가능했는지 공부를 많이 했다. 특히 6월에는 홈런과 피안타가 늘었다. 분석 자료를 살피니 피안타 14개 중 10개가 포크볼이었다. 타자들이 포크볼을 공략했다는 것이다. 6월 속구 비율이 42%였다. 5월과 비교해 10%나 줄었다. 그만큼 포크볼이 많아졌다. 비중 조절이 부진 원인 중 하나였다. 결정구를 맞으면 더 크게 흔들린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맞을 공은 포크볼이 아니라 속구, 커브 등이다. 그래야 타격을 덜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7월에 변화를 주고 있다.”
김상수는 외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올스타전에도 참가한다. 나눔 올스타 감독 추천 선수로 뛴다. 프로 데뷔 이래 처음이다. 1년 전 팬 투표 후보에도 올랐던 그는 올해 대상자가 아니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그에게는 반가운 ‘통보’였다.
“솔직히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예년처럼 (올스타 브레이크에)휴식을 취하고자 했다. 그러다 이야기를 들었다. 김경문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축하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또 다른 좋은 경험을 얻을 것 같다. 정말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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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김상수는 5월 27일 고척 삼성전에서 첫 세이브를 올린 뒤 100% 세이브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도 없다. 사진=김영구 기자 |
김상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투수는 ‘실점하지 않는 투수’다. 김상수는 올해 35경기 중 27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77.1%다. 아직은 그의 성에 차지 않는다.
“지난해 팀 동료였던 코엘로는 볼넷이 많고 이닝이 적었다. 그렇지만 평균자책점이 3점대(3.77)이며 피안타율이 손에 꼽을 정도다. 내 기준에는 좋은 투수다. 물론, 이닝을 더 많이 소화해야 하겠지만. 아직 난 부족하다. 평균자책점도 더 낮아야 한다. 올해 목표는 1점대 후반이었다. 9이닝당 1실점만 하자는 다짐이었다.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다.”
김상수의 변화 중 하나는 볼넷이다. 36⅓이닝 동안 볼넷 10개를 내줬다. 이닝당 볼넷이 0.28개로 지난해 0.44개보다 0.16개 감소했다. 5,6월(25⅔이닝)에는 볼넷이 1개에 불과했다. 이에 WHIP가 1년 사이 1.50에서 1.05로 크게 줄었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하려면 볼넷이 가장 중요하다. 난타를 맞을 때도 있으나 2달에 1번 정도다. 볼넷만 줄여도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하면 볼넷을 안 주는지 나름 분석했다. 삼성의 (윤)성환이형을 보면 미리 던질 공을 짜놓는다. 초구의 스트라이크 유무, 볼카운트마다 대처 등을 생각한다. 팔 스윙, 손 감각, 멘탈 등도 영향이 있지만 프로 무대다. 앞의 몇 수까지 생각을 하고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경기 전 전력분석팀의 자료를 많이 참조한다. 그리고 등판 직전 내가 상대할 타자를 체크하고 포인트를 잡는다. A,B,C에게 어떤 식으로 던질 지를 정리한 후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김상수는 한 단계 올라섰다. 그에 거는 기대감이 달라졌다. 그 또한 자신을 대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조금은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내 실력이 향상됐다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더 높게 바라본다. 무사 3루의 상황을 예로 들자. 예전에는 1점을 내줘도 최선을 다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탈삼진 3개로 무실점으로 막아야 한다. 그렇게 목표 설정을 높게 해야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2015년 9월 군 전역 후 독하게 마음먹고 운동을 했던 김상수다. ‘2년만 죽어라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자’라는 생각까지 했다. 이제는 그의 진로가 갑작스레 바뀔 가능성은 낮다. ‘성공’이라는 열매를 따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상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만족이 어디 있는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더 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만 가득하다. 프로농구 최고의 선수였던 서장훈도 끝날 때까지 만족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나도 그것이 맞다고 본다. 은퇴하는 날까지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김상수가 한 가지 만족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건강’이다. 엔트리에는 꾸준히 그의 이름이 올라있다. 프로 데뷔 이래 크게 아프지도 않았다. 오늘날 투수의 경우 흔해진 어깨, 팔꿈치 수술도 그와는 거리가 멀다.
“내가 전반기에서 가장 잘 한 것은 기록이 아니라 건강이다. (올해 변화가 잦았던)불펜에 계속 남아있다는 것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듣고 그렇게 배웠다. 스스로 얼마나 신경 쓰고 관리하느냐에 달렸다.”
김상수의 이상향은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다. 몇 년간 꾸준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 이제는 마무리투수로 미래를 그리고 있다. 과거 선동열, 오승환(세인트루이스) 같이 등판 시 상대에게 위압을 주는 투수가 되고 싶은 바람이다.
“올해는 팀 사정상 마무리투수를 맡게 됐다. 누군가는 마무리투수가 아닌 셋업맨을 할 수도 있지 않냐고 한다. 그러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현재 내 개인 피라미드를 쌓아가는 중이다. 보직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어 맡은 보직은 아니지만 중요한 자리를 내준다? 절대 안 된다. 내게는 또 다
김상수
1988년 1월 2일생
180cm 80kg
신자초-자양중-신일고-삼성-넥센
2006년 삼성 2차 2라운드 15순위 입단
2010년 넥센 트레이드(장원삼↔김상수·박성훈·2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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