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올해는 외국인선수의 활약, 만족하십니까?”
외국인선수 카드 3장은 프로야구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다. 외국인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예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위 두산부터 10위 kt까지 지난해 순위표만 살펴도 쉽게 알 수 있다.
현장 지도자들은 “외국인선수가 팀 전력의 30%를 차지한다”라고 밝힌다. 좋은 기량을 갖추고 한국 무대에 잘 적응할 외국인선수를 원한다. 요행을 바라기 어렵다. 잘 찾는 것도 능력이다. 그리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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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브리검(왼쪽)과 밴 헤켄(오른쪽). 시즌 끝까지 원투펀치로 함께 활약할 수 있을까. 사진=김재현 기자 |
외국인선수의 몸값은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하고 있다. 니퍼트(두산)는 210만달러로 국내외선수 통틀어 KBO리그 ‘연봉’ 1위다. 한화는 외국인선수 3명의 몸값 총액이 480만달러로 가장 많은 돈을 썼다.
그렇지만 30명의 외국인선수가 다 잘 할 수는 없다. 잘 뽑은 외국인선수가 있는 반면 잘못 뽑은 외국인선수도 있다. ‘실패’라고 판단되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10개 팀의 공통된 목표는 정상 등극이다. 최소 가을야구의 공기를 쐬고자 한다, 50% 확률을 거머쥐어야 한다.
교체 기회는 있다. 모든 팀에게 동등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횟수가 제한돼 있다. 그리고 특정 기한을 넘길 경우 제약이 따른다.
2017 KBO 야구규약의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9조 [추가등록]에 따르면 교체는 2번만 가능하다. 그리고 8월 15일 이내로 등록된 외국인선수만 그 해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수 있다. 이듬해를 기약하며 외국인선수를 교체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당장의 성적을 내기 위함이다. 때문에 바꿀 것이라면 8월 15일 이전에 실행해야 한다.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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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대체 외국인타자 로맥. 1할대(0.192) 타율이나 홈런 14개를 날렸다. 사진=김영구 기자 |
외국인선수의 시즌 중 교체는 부상, 부정행위, 개인사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더욱 냉혹한 외국인선수 계약이다. 성에 차지 않으면 바꾼다.
흔한 풍경이다. 2015년에는 10명, 2016년에는 11명이 시즌 도중 교체됐다. 1/3 정도가 얼굴이 바뀐다. 2015년부터 KBO리그에 참여한 막내 kt는 2년 연속 외국인선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다른 구단도 최근 외국인선수를 교체한 경험이 있다.
올해도 이미 넥센, SK, kt 등 3개 구단이 외국인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오설리반(3경기 2패 평균자책점 15.75), 워스(3경기 타율 0.111 1안타), 모넬(28경기 타율 0.165 14안타 2홈런 9타점)이 퇴출됐다. 이들이 남긴 성적표만 봐도 떠날 사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올해 특이한 점은 교체 카드 사용 횟수가 예년에 비해 적다는 점이다. 브리검(넥센), 로맥(SK), 로하스(kt)가 KBO리그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을 뿐이다. 10개 구단은 17장의 교체카드를 손에 쥐고만 있다.
보통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에 집중된다. 대체 외국인선수가 후반기 반등 카드인 셈이다. 넥센과 LG는 지난해 7월 각각 밴 헤켄과 허프를 영입해 효과를 봤다. 둘은 1선발을 맡았으며 포스트시즌에서도 활약했다.
전반기까지 팀당 7경기만 남아있다. 하지만 구단마다 대외적으로 외국인선수 교체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는다.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굳이 바꿔야 할 명분이 없는 것일까. 현재 외국인선수의 활약에 만족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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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MVP를 수상한 맨쉽은 팔꿈치 부상으로 2달간 전열에서 이탈했다. 장기 결장이었으나 NC 다이노스는 기다렸다. 사진=김재현 기자 |
개인 기록 순위 상위권에는 외국인선수의 이름이 수두룩하다. 승리(KIA 헥터), 승률(헥터·NC 맨쉽), 탈삼진(SK 켈리), 득점(KIA 버나디나) 등 4개 부문 1위는 외국인선수다. 기대만큼 잘 해주고 있으니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팀이 다수는 아니다. 저마다 속을 끓고 있다.
개막 후 엔트리에서 1번이라도 빠지지 않은 외국인선수는 니퍼트, 에반스(이상 두산), 소사(LG), 해커(NC), 피어밴드(kt), 헥터, 팻딘, 버나디나(이상 KIA), 켈리(SK) 등 9명이다. 레나도(삼성)와 허프는 부상 때문에 뒤늦게 합류했다.
부상, 부진 등을 이유로 2군을 경험한 외국인선수가 꽤 있다. 넥센, 롯데, 한화, 삼성은 모든 외국인선수(대체 선수 제외)가 엔트리 말소를 최소 1번씩 했다.
5일 현재 엔트리에 등록된 외국인선수는 총 23명이다. 두산, KIA, SK, 삼성, kt 등 5개 팀만 외국인선수 3명이 ‘정상 가동’이다.
부상이 가장 큰 이유다. 맨쉽, 스크럭스(이상 NC), 오간도, 비야누에바(이상 한화), 히메네스(LG), 번즈(롯데) 등은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져있다.
하나둘씩 복귀한다. 4월에만 6승을 올린 맨쉽은 지난 4일 퓨처스리그 한화전에 등판했다. 팔꿈치 부상 회복 후 첫 실전이다. 한 차례 더 퓨처스리그 경기를 소화한 후 1군에 올라간다. 6월 초까지 17홈런 49타점을 기록한 크럭스도 KIA와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 뛸 전망이다.
비야누에바, 오간도, 번즈도 이달 안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온다. 발목을 다친 히메네스도 회복 속도가 빨라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갈 예정이다.
대다수 장기 부상자다. 꽤 오랫동안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으나 구단은 기다렸다. 기본적으로 이들의 실력을 믿고 성적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팀의 주축 선수들이다. 번즈도 부상 직전 활약상이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A구단 관계자는 “현재로썬 외국인선수 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계약된 외국인선수의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부 평가도 긍정적인 편이다. 기다림을 갖고 기회를 부여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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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는 마지막 남은 외국인선수 교체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밴 헤켄(왼쪽)과 돈(오른쪽) 중 누가 떠날까. 사진=천정환 기자 |
그렇다고 모든 외국인선수를 품지 않는다. 돈(넥센)은 퇴출 1순위다. 부진이 심각하다. 17경기 타율 0.125 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3차례나 말소된 돈은 외국인선수 중 가장 오랫동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KBO리그보다 퓨처스리그(23경기)를 더 많이 뛰었다.
이미 눈 밖에 났다. 돈이 1군에 오를 가능성은 극히 낮다. 올해 그의 포지션은 외야수로 한정됐다. 지난해 맡았던 1루수, 지명타자에는 자원이 넘친다. 외야수에도 돈보다 훨씬 좋은 활약을 펼치는 국내 선수가 많다. 돈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경쟁력도 떨어진다.
넥센은 남은 교체카드 1장을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5일 현재 4위에 올라있는 넥센은 ‘야심’이 있는 팀이다. 외국인선수 교체 카드로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 단, 오설리반을 최대한 빨리 바꾼 것과 다르게 돈을 최대한 늦게 교체하는 움직임이다.
내부적인 의견 충돌이 있다. 새 외국인타자가 가세할 경우, 타선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가용의 폭이 넓고 짜임새도 갖출 수 있다. 넥센은 5일 현재 팀 타율이 0.299로 2위다.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밴 헤켄이 넥센을 고민에 빠트리고 있다. 밴 헤켄은 어깨 통증 회복 후 두 차례 안정된 투구를 펼쳤다. 밴 헤켄은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진다”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지난 6월 29일 마산 NC전(2이닝 2실점·우천순연)과 지난 5일 고척 한화전(4⅔이닝 5실점)에서 부진했다. 난타를 당했다. 제구도 흔들렸다.
밴 헤켄은 자신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떨쳐내지 못했다, 밴 헤켄은 나이가 적지 않다. 넥센이 포스트시즌과 선발야구를 고려하면, 건강하고 기복 없는 1선발이 필요하다. 남은 1달간 밴 헤켄의 활약 여부에 따라 넥센의 외국인선수 교체 방향도 정해진다. 투수일지, 야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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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헥터(사진) 같은 활약을 해줄 외국인선수 영입이 가능하다면,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
삼성은 올해도 외국인투수의 성적이 기대만큼 우수하지 않다. 5일 현재 레나도와 페트릭이 거둔 승수는 4승이다. 둘의 평균자책점은 각각 7.25와 6.14다. 페트릭은 다소 운이 안 따르기도 했지만, 레나도는 퀄리티스타트가 1번도 없다.
하지만 삼성은 외국인선수 교체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수면 아래로 진행할 여지가 있지만 조금 더 믿고 맡길 가능성도 있다. 레나도와 페트릭은 시즌 개막 전 평가가 우호적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외국인투수 2명을 모두 바꿨으나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kt의 로치는 7연패 중이다. 페트릭(8패)에 이어 외국인투수 중 패배 2위다. 팔꿈치 염증으로 이탈도 잦았다. kt는 지난 2년간 외국인선수 교체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구단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좀 더 신중하다. 로치의 가능성을 엿본 kt다. 로치가 반등의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넥센 외 일부 팀도 외국인선수 교체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와 LG다. 조원우 롯데 감독과 양상문 LG 감독은 외국인선수 교체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했다. 그렇지만 ‘무조건 바꾼다’는 입장이 아니다. ‘더 나은 외국인선수가 있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다.
이 점이 외국인선수 교체 횟수가 예년보다 적은 이유다. 기본적으로 시즌 도중 외국인선수를 교체하기가 쉬운 작업이 아니다. 다른 팀에 있던 선수를 데려가야 한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외국인선수의 몸값 규모가 커지면서 그만큼 구단이 짊어질 위약금(잔여기간 연봉 지급)도 비싸졌다. 이를 감수하기가 쉽지 않다. 혹 감수하더라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고액의 외국인선수를 시즌 도중 교체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B구단 관계자는 “현재 영입 가능한 외국인선수 후보가 많지 않다. 기량에 비해 몸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해외에서도 선수를 쉽게 풀어주지 않는다. 이적료까지 발생할 경우 부담해야 할 금액이 너무 크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C구단 관계자도 “외국인선수 교체도 결국 투자다. (기존 외국인선수의 위약금 등까지)돈이 더 많이 든다. 무엇보다 확신이 서야 한다. 대체 외국인선수로 영입돼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냐고 장담하기 어렵다. 효과가 미미하다면 굳이 큰돈을 들여 바꿀 필요가 있겠
지난 4일 잠실 kt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보우덴(두산)도 어깨 부상 때문에 3개월간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마냥 인내해야 했다. 그럼에도 두산이 보우덴을 기다렸던 것은 18승 투수보다 나은 대체자원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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