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엄중경고.’ 지난 3월 2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가 전직 심판 A씨와 2013년 금전거래를 한 두산베어스에게 내린 징계다.
이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KBO와 두산은 입을 닫았다.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끝까지 덮여있었을지 모른다. 공개된 뒤에는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구단과 심판의 금전거래는 명백한 부정행위다. A씨와 두산의 김승영 대표이사는 돈을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개인 간 거래’라고 주장했다. 대가성은 없었다고 했다. A씨는 거짓말을 했다. 상습범이었다. 여러 야구 관계자에게 연락해 같은 수법으로 돈을 요구했다.
↑ KBO 상벌위원회는 지난 3월 28일 전직 심판 A씨와 금전거래를 한 두산에 엄중경고 조치를 했다. 하지만 징계 내용은 비공개였다. 뒤늦게 밝혀지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사진=MK스포츠 DB |
KBO는 상벌위원회에서 그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야구규약 제155조 1항을 위반했음에도 김 대표도 피해자라고 여겼다. 그래도 잘못된 행위이니 엄중경고 조치로 봉합하고자 했다.
A씨는 더 이상 야구계에 없다. 퇴출됐다. 하지만 4년 전의 일로 품행에 문제가 많았던, 이제 현역 심판이 아닌 A씨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어려웠다.
시기도 민감했다. 김 대표가 A씨의 부탁으로 돈을 건넨 시점은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심판매수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의혹덩어리다.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심판의 연락을 받고 송금했는데, 전혀 대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한 관계자의 쓴소리다.
그러나 KBO는 사태의 심각성을 야구팬보다 깨닫지 못했다. A씨가 연락이 두절된 가운데 두산과 김 대표에 대한 엄중경고 정도면 충분한 조치라고 여겼다. 진야곱(두산), 이재학(NC 다이노스), 임창용(KIA 타이거즈) 등에 대한 안건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선수 개인의 불법인터넷 도박과 음주운전도 물을 탁하게 만들지만, 구단과 심판의 금전거래는 토양을 썩게 만든다. 가장 중요한 공정과 신뢰마저 잃는다.
KBO는 “승부조작 개연성이 없었다”면서 “은폐·축소시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스스로 벌을 받지 않았다. 일벌백계가 필요했다. 살을 도려낼 수 있었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그마저도 비공개였다. 개인의 명예를 고려했다지만 중요한 것은 KBO리그의 명예였다. 존폐가 걸릴 수도 있다.
한 상벌위원은 “상벌위원회가 수사기관은 아니다”라면서도 징계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