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여긴 것일까.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두산 베어스의 대처는 바람직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대응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일 ‘프레시안’은 두산의 한 고위 관계자(김승영 대표이사)가 2013년 10월 15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심판 A씨(2013년 퇴사)에게 현금 300만원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사실이었다. 김 대표와 A씨 모두 금전거래를 했다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실토했다. 두산은 지난해 8월 구단과 심판의 금전거래가 있는 지 확인하는 KBO의 전수조사에 한 차례 돈을 빌려줬다고 공문을 보냈다.
↑ 두산 베어스가 지난 2013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얽힌 금품수수 건에 해명을 내놓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진=MK스포츠 DB |
두산과 A씨는 단순히 개인 간 금전거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해 농사가 결정될 중요한 승부를 앞둔 시점에서 석연치 않은 금전거래였다. 자연스레 심판 매수 의속이 불거졌다. A씨는 플레이오프 1차전 구심을 맡았고, 이 경기서 두산은 승리를 거뒀다.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더욱이 A씨는 두산이 그 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한 차례 더 돈을 요구했다.
KBO와 두산은 승부조작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KBO는 A씨가 맡은 경기를 모니터링 했으나 승부에 개입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도 전했다.
A씨가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복수의 야구계 지인들에게 금전거래를 한 소문과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단순 갈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28일 상벌위원회에서 김 대표도 일부의 피해자로 보고 비공개 엄중경고 조치를 취했다.
그렇다고 두산은 단순히 피해자일까. A씨에게 빌려준 3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으며, 괜한 의혹으로 명예만 훼손만 된 것일까. 그럼에도 두산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해당 구단이 두산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정황도 하나 둘 드러났다. 그러나 두산은 서울에서 긴급회의를 갖고서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김승영 대표이사 성명으로 발표한 사과문은 KBO가 사건 개요를 알린 지 2시간 뒤였다.
두산의 공식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떠한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의 행동이었다”라고 항변했다.
지난해 KBO에 자진 신고를 했을 때와 지난 3월 KBO의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경고를 받았을 때도 두산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태가 심각한 데도 어떠한 입장도 없었다.
입장 정리까지 소요된 시간이 지나치게 길었다. 1년이 다 됐다. 게다가 구단명을 공개한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끝까지 발뺌을 했을지 모른다.
두산은 ‘뻔뻔하게’ 해당 사실을 잘 몰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두산과 KBO는 공문이 오갔다. 하지만 쉬쉬하기만 했다. 끝까지 이 사실이 수면 위로 공개되지 않기를 바랐을지 모른다.
대형 폭탄이 터졌으나 두산은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낯설지 않은 태도다.
지난해 11월 진야곱의 불법 도박 건 때도 두산의 일처리는 매끄럽지 않았다. 사과문을 뒤늦게 배포했다.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틀 뒤다.
두산은 진야곱의 불법 도박을 3개월 전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입을 굳게 닫았다. 더욱이 선수가 면담을 통해 자진신고를 하고도 부정선수의 출전을 강행했다. 이 문제를 두고 KBO와 ‘진실 공방’을 벌이기까지 했다. 최종적으로 구단 내부적인 문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산은 이번에도 늑장 대응이다. 매를 먼저 맞으려고 하지 않았다. 두산 측은 “전혀 알지 못했다. KBO에서도 비공개로 해서 그쪽 분들만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또한 문제다. 김 대표 등 소수만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구단과 심판의 금전거래는 개인 간 거래라 할지라도 해서는 안 될 행위다. 때문에 의혹을 지우기보다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두산은 일단 사과를 했지만 매끄럽게 마무리 될 지도 의문이다. KBO의 경고를 받았음에도 구단이 김 대표에게 자체 징계를 했는지에 대해 “정확한 경위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추후 대처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는 입장밖에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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