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스프링캠프는 한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눈도장을 받으려는 선수들의 경쟁을 바라보며 감독은 새 시즌 구상을 마친다. 특히 마운드 운용에 고민을 거듭한다. 선발투수부터 마무리투수까지, 꼼꼼히 체크하며 완성한다.
하지만 생각대로 한 시즌을 치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꼭 탈이 난다. 선발진 혹은 불펜이 흔들린다. 부상이라는 변수도 있지만 부진을 피하기도 어렵다. 시즌 내내 잘 한다는 것은 무척 힘들다. 롤러코스터와 같다.
새 얼굴이 깜짝 등장하면 좋겠으나 자원은 한정됐다. 그 가운데 팀이 가장 먼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보직 변경이다. 팀 승리를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선수에게도 도움이 된다.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불펜보다 선발진이 더 어울리기도 하며, 반대로 선발진보다 불펜이 제 옷인 경우도 있다.
↑ kt 주권은 현재 불펜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시즌 중 투수의 보직을 바꾼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새로운 역할에 따른 부담이 있다. 그리고 투수라는 것만 같지, 많은 것이 다르다. 선발투수가 장기 레이스라고 표현한다면, 구원투수는 단기 레이스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다르다. 선발투수는 보통 로테이션으로 등판 간격이 일정하다. 자신만의 루틴을 따른다. 반면 구원투수는 언제 투입될지 몰라 늘 대기해야 한다. 선수의 역할이 바뀌면, 다른 환경에 대한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
손혁(44)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시즌 중 보직 변경에 대해 선수들이 어려워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와 그 전에 충분히 상의를 한다. 선수도 팀 사정 등을 고려해 대체적으로 이해하는 편이다”며 “관리법은 선수들이 자신의 루틴에 따라 알맞게 바꾸기도 한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관리를 해준다. 무엇보다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에 맞게 트레이닝을 해주는 편이다”고 말했다.
넥센은 올해 투수의 보직 변경이 잦은 팀 중 하나다. 장정석(44) 넥센 감독은 “선발진과 불펜의 트레이닝 방법이 많이 다르다. 보직이 바뀌면 트레이닝 방법도 바로 바꾼다”며 “선발투수는 등판 후 2일간 쉬면서 러닝을 오래 뛴다. 그리고 3일째부터 피칭을 한다. 하지만 불펜은 매일 캐치볼을 하며 준비한다. 연투를 피하기 위해 미리 선수들에게 휴식을 귀띔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롯데 송승준의 풍부한 경험은 역시 달랐다. 5승을 거두면서 4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에 도전한다. 사진=MK스포츠 DB |
불펜에서 선발진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거의 ‘고육지책’이다. 선발투수가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경우, 퓨처스팀(2군)에서 선발투수를 올리거나 기존 구원투수를 선발투수로 변신시킨다. 후자가 더 많다.
손 위원은 임시 선발투수의 조건에 대해 “팀 상황 혹은 필요한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불펜 자원 중 선발 등판하는 선수는 대개 스프링캠프부터 선발투수 경쟁 준비를 했거나 2군에서라 선발투수 경험을 가졌다. 팀 불펜의 사정이 좋다면 4이닝 정도를 막아줄 수 있는 투수를 내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임시 선발투수지만 가능성을 엿보이며 아예 뿌리내리기도 한다. 불펜에서 선발투수로 변신한 대표적인 선수는 송승준(37·롯데)이다.
송승준은 원래 선발투수였다. 지난해까지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해 10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8.71으로 부진하며 불펜에서 새 시즌을 맞이했다. 구원 등판할 일은 많지 않았다.
지난 4월 25일 사직 한화전부터 다시 선발투수를 맡았다. 선발 경험이 풍부한 송승준은 이번에는 제 역할을 다 했다. 특히 5월에는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1.48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6월까지 5승(평균자책점 4.20)을 수확한 송승준은 2013년(12승) 이후 4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의 투수조 조장 김대우(29)도 선발투수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하게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백정현(30)이 지난 14일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김대우는 선발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계속 선발진에 남아있다.
전 소속팀 넥센에서 몇 번의 선발투수 경험이 있었던 김대우는 5월(2경기 2패 평균자책점 16.19)보다 6월(3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6.00)에 더 안정된 피칭을 했다. 지난 6월 15일 포항 kt전과 21일 잠실 LG전에서는 라이언 피어밴드(31·kt)와 차우찬(30·LG)와 맞대결을 벌이며 주눅 들지 않고 역투를 펼쳐 승리투수가 됐다.
kt의 유망주 류희운(22)도 선발투수로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류희운은 시즌 3번째 선발 등판 경기였던 지난 6월 22일 수원 롯데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기회를 한 번 더 얻은 류희운은 지난 6월 29일 청주 한화전에서도 4⅔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 넥센 조상우가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현재 셋업맨을 맡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선발투수가 불펜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대체적으로 기대하는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상이 있을 수도 있고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일 수도 있다. 선발투수를 불펜으로 돌린다는 건 수많은 고민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된 선수는 조상우(23·넥센)다. 지난해 3월 팔꿈치 수술을 하고 한 시즌 동안 재활에만 전념했던 조상우는 건강하게 돌아왔다. 선발투수로 첫 시즌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4월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했다. 그러나 5월 들어 2승 2패 평균자책점 7.27로 부진했다. 대량 실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투구수가 많아지면 구속, 구위가 떨어졌다.
넥센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조상우에게 익숙한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뒷문이 헐거워진 팀 사정도 고려한 강수였다. 결과는 성공이다.
2015년 홀드 3위에 오른 조상우는 셋업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6월 20일 1군 합류 후 4경기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다. 적은 투구수로 짧은 이닝만 소화하면서 강속구도 되찾았다.
주권(22·kt)도 시즌 개막 때와 역할이 바뀌었다. 현재 불펜의 일원이다. 주권은 지난해 kt 마운드의 상징이었다. 28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5.10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5월 27일 수원 넥센전에서는 무4사구 완봉승으로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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