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트레이 힐만(54) 감독은 28일 이타적인 선수단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며 흡족해했다. 그러면서 나주환(33)을 첫 번째로 칭찬했다.
지난 2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3회초 최정(30)의 결승 3점 홈런이 터질 수 있었던 이유는 나주환의 헌신 때문이라는 것. 나주환은 1사 1,3루서 유격수 땅볼을 쳤다. 병살이 될 것 같았지만 악착같이 1루까지 뛴 나주환은 세이프였다. 이어진 2사 1,3루서 최정이 3점 홈런을 날렸다.
힐만 감독은 “어제 나주환이 내야땅볼 후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았다면 최정의 타석은 없었다. 선수들에게 늘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하는데, 나주환이 잘 했기 때문에 최정의 홈런이 가능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 트레이 힐만 감독은 27일 잠실 SK-두산전을 복기하면서 나주환(사진)을 칭찬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나주환은 힐만 감독의 칭찬에 쑥스러운 반응이다. 그렇지만 기분 좋은 칭찬이다. 나주환은 “더스틴 니퍼트(36)는 KBO리그 최고 투수 중 1명이다. 선취점을 뽑아야 유리해질 것 같았다. 사실 속구를 노렸는데 변화구(슬라이더)에 반응했다. 2번타자를 맡으면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뛴다. 내가 살아나가 (최)정이를 비롯해 중심타선에 연결하면 홈런으로 점수를 낼 수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차 싶었다. 더블플레이 코스였다. 그래서 송구 과정은 신경도 안 썼다. 오직 1루만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뛰었다”라고 했다. 힐만 감독의 호평대로 나주환은 최정에게 찬스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3점 홈런이 터졌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가교 역할을 한 것에 나주환은 기뻐했다. 그는 “비록 안타가 아니었지만 홈런으로 연결됐다. 니퍼트를 상대로 홈런을 날려 기 싸움에서 이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투수들도 좀 더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나주환의 러닝은 8회 다시 한 번 빛났다. 1사 후 안타를 치고 출루한 나주환은 니퍼트의 폭투에 재빠르게 2루를 향해 뛰었다. 이를 저지하려던 포수 박세혁(27)의 송구도 빗나갔다. 나주환의 달리기는 멈추지 않았다. 3루까지 내달렸다. 1사 3루 찬스를 만든 나주환은 니퍼트의 폭투를 틈 타 쐐기 점수를 올렸다.
↑ 27일 잠실 SK-두산전에서 8회초 1사 1루서 니퍼트의 폭투를 틈타 2루까지 내달린 나주환. 그는 박세혁의 송구 실책과 니퍼트의 폭투로 홈까지 밟았다. SK는 5-1로 달아나면서 승기를 잡았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나주환은 “1점만 더 올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을 것 같았다. 감독님께서 스프링캠프부터 ‘아웃돼도 좋으니 바운드볼에 적극적으로 뛰어라’고 주문하셨다. 공이 땅에 닿는 걸 보고 그냥 2루를 향해 뛰었다. (송구 실책 후)3루까지 가능할 것 같다는 판던이 섰다. 그런데 꽤 힘들더라”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홈런이 터지지 않을 때는 이런 미세한 플레이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1사 2루보
나주환은 28일 경기에 1번타자로 나간다. 시즌 첫 리드오프. 나주환은 “감독님께서 오늘은 더욱 열심히 뛰라는 것 같다”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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