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체격조건이 좋은 선수는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그러나 좋은 체격조건을 가진 선수가 모두 성공하는 것도, 성공한 선수가 모두 좋은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키가 작고 왜소한 선수가 프로에 지명되고, 1군에 자리 잡고 또 성공하기 위해서는 뛰어넘어야 할 산이 남들보다 많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많은 외부의 부정적인 평가와 직접 부딪쳐야 한다. 미래의 이러한 시련을 예상한 유소년 선수 부모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소년 선수 사이서는 호르몬 주사를 맞는 등의 방법이 대세가 돼있다.
그러나 신체적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해낸 좋은 사례들도 있다. 이런 경우 비슷한 조건의 다른 이들에게는 큰 희망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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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KBO리그에는 183cm-87kg의 평균치를 웃도는 거구들이 있는 반면, 한참 미치지 못하는 왜소한 체격의 선수의 숫자도 꽤 된다. 사진=MK스포츠 DB |
역대 KBO 선수 등록 현황을 보면 원년인 1982년 평균 신장과 체중은 176.5cm, 73.9kg이었다. 10년 후인 1992년에는 179.1cm, 77.7kg으로 신장 2.6cm, 체중은 3.8kg 늘어났다. 처음으로 리그 평균 신장이 180cm를 넘기기 시작한 건 1996년이다. 1996년 KBO리그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180.9cm였고, 체중 또한 처음으로 80kg을 넘어 80.3kg을 기록했다.
역대 평균 신장이 가장 컸던 해는 2006년으로 183.1cm를 나타냈다. 이후 2007, 2008년 들어 181.9cm까지 낮아졌다가 2011년 다시 183cm를 회복했다. 이후 2017년까지 182.5~183cm를 사이를 찍었다. 올 시즌 등록 선수들의 평균치는 신장 183cm, 체중 87kg이다. 원년과 비교하면 신장 6.5cm, 체중 13.1kg이 불었다.
2017년 공개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통계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평균 신장은 174cm, 30대 남성은 173.97cm 정도다. 일반인보다도 작은 선수들은 특히나 ‘체격 피라미드’가 있다면 가장 아래층에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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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 지명에서 선수의 체격조건은 빼놓을 수 없는 평가 항목이다. 사진=MK스포츠 DB |
베테랑 스카우트 A씨는 “투수의 경우 180cm는 넘는 게 좋다. 아무래도 키가 크면 각도가 좋고, 성장 가능성도 크다. 야수들도 거포형 1루, 3루, 외야수라면 체격 조건이 중요할 것이다. 유격수의 경우에는 너무 크면 순발력이 떨어지므로 적정한 체형이나 체격이 요구된다”고 체격조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밖에도 포수가 너무 왜소하다면 투수가 던지는 데 부담이 된다는 이론적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다.
선수의 가능성을 알아주는 스카우트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지명이 된다고 하더라도 감독의 기용 결정 여부는 또 하나의 큰 산이다. 지도자들 또한 선수의 체격조건을 중요하게 따진다. A씨는 “스카우트들이 선수를 뽑을 때 키가 작지만 빠르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 코칭스태프가 ‘이 선수가 기존 선수들을 이길 수 있을까’ 의문을 갖게 된다면 기용이 어렵다. 기존 선수와의 경쟁을 통해 인정받기까지는 누가, 얼마나 장점을 봐주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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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리그의 ‘작은거인’ 김선빈은 시즌 타격 격쟁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KIA 타이거즈 유격수 김선빈(28)은 올 시즌 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시즌 67경기 타율 0.364(225타수 82안타) 2홈런 3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0, 지난 15일 타격 선두에 등극한 이후 이 부문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득점권 타율도 0.469(64타수 30안타)로 리그 1위에 랭크돼 있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 경기서 팀의 9번 타순에 위치하면서도 위협감은 여느 4번타자 못지않아 ‘공포의 9번타자’로 불린다.
‘165cm’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김선빈은 2017시즌 김성윤(18·삼성)이 등장하기 전까지 역대 KBO리그 최단신 선수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최단신’이라는 타이틀과도 부단히 싸워왔다.
김선빈의 신인 시절 KIA 감독이었던 조범현 전 감독의 첫 기억 속 김선빈, 당시에는 가족마저 성공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었다. 신인선수 입단식에서 김선빈의 부친은 조 감독에게 ‘체격이 좀 왜소한데 프로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남겼다. 조 감독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부족한 건 있겠지만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답을 안겨줬다.
김선빈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체격의 한계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대개 그 해 신인선수가 입단하면 체격이 좋고 파워 있는 선수들이 장래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하여 그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중점을 둔다. 조 전 감독은 “주변에서 평가가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캠프에 데려가 시켜보니 발도 빠르고 수비도 타고난 끼가 있었다. 작은 체구에 비해 어깨도 강했고 타격도 손목 힘과 궤적이 워낙 좋았다. 체격은 떨어지겠지만 종합해볼 때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신장만큼 손가락도 좀 작아 송구 시 공 잡기가 힘들었지만 점차 감각으로 커버해갔다.
2015~16시즌을 상무에서 보낸 뒤 돌아온 김선빈은 한 층 더 성숙한 기량을 그라운드에 쏟아내고 있다. 이종열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김선빈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구가 작지만 신체를 잘 이용하며 공·수·주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타격에서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구가 작은 약점을 몸 전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극복하고 있다. 코어존을 활용한 스윙 덕분에 작은 체구로도 강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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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김성윤은 키는 작지만 최근 임팩트가 어마어마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최근 KBO리그서 핫한 선수를 꼽으라면 삼성의 고졸 신인 외야수 김성윤을 빼놓을 수 없다. 김성윤은 지난 18일 대구 홈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파울 타구에 맞아 타박상 입은 김헌곤을 대신해 2회 긴급 투입됐다. 이전까지 4일 KIA전 1타석 소화가 전부였던 그는 프로 데뷔 두 번째 타석에서 SK 선발 스캇 다이아몬드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데뷔 첫 안타가 홈런. 만 18세 4개월 16일로 역대 5번째로 젊은 홈런 타자가 됐다.
짧은 기간 임팩트가 엄청났던 이 선수는 2017 2차 4라운드(전체 39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새싹’이다.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역대 공식 프로필 기준 163cm로 KBO리그 최단신 선수다. 체중 또한 62kg로 최경량 기록도 가지고 있다.
그를 선택했던 삼성 스카우트의 평가를 보면 ‘신장이 작은 선수이나 다부진 체형을 보유했다’, ‘체격을 제외하면 활용도가 높은 선수’ 등 총 7문장에서 ‘작다’는 말이 4문장이나 등장한다. 그 정도로 작은 신장은 주된 평가 요소였다. 다행히 ‘작아서 힘들 것’이라는 말 대신, ‘작아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얻어내 지명됐다.
다른 팀의 한 스카우트는 “고등학생 때도 허슬플레이를 잘하는 선수였다. 삼성에는 기존의 좋은 내야수들이 많은 데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작은 선수가 자리 잡기는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1군에 올라왔다”고 평했다.
김성윤은 자신의 데뷔 첫 홈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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