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개막 한 달, 스트라이크존 정상화(확대)와 맞물려 리그 전체적으로 마운드가 높아지고 타격이 주춤해지는 현상을 체감했다.
우천 취소가 극히 드문 2017 KBO리그는 19일 현재 각 팀별로 적게는 65경기, 많게는 67경기까지 총 332경기를 소화했다. 시즌 전체 720경기의 46.1% 소화. 어느덧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 시점서 리그 평균 타율은 0.281을 나타내고 있다. 비슷한 시기 2016시즌(전체 334경기) 평균 타율이 0.285였으니, 1년 전에 비해 리그 전체적으로 4리의 타율을 낮춘 효과는 있었다고 풀이된다.
그러나 ‘타고투저’ 현상이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개막일부터 4월까지의 월간 타율은 0.270, 5월 타율은 0.283, 6월 타율 0.297로 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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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리그 타율 1위(0.364)를 자랑하는 KIA 김선빈. 사진=MK스포츠 DB |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2017시즌 4월까지는 팀 타율 3할을 기록한 팀이 하나도 없었다. 최고 타율이던 넥센(0.296)도 3할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5월 월간 팀 타율 3할 팀(롯데-0.301)이 등장했고, 두산(0.299), 한화(0.292), 넥센(0.291) 등이 2할9푼대를 기록했다. 셋째주까지 일정을 마친 6월에는 팀 타율 3할대의 팀이 NC(0.334)-LG(0.311)-한화(0.311)-KIA(0.309)-두산(0.307)까지 5팀, 절반이다. 롯데(0.264), SK(0.262)의 팀 타율이 비교적 많이 낮은 수준이지만 8위 kt(0.281)까지 2할8푼대를 넘었다.
반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높아지고 있다. 4월까지는 1점대 5명, 2점대까지는 총 13명의 투수들이 존재했지만 현재 1점대 평균자책점은 임기영(KIA,1.82), 피어밴드(kt,1.87)만이 지키고 있다. 이어 2점대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총 6명의 선발투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페이스이기도 하다. 대개 투수들의 페이스는 경기가 거듭되고 기온이 올라갈수록 자연히 떨어진다. 평균자책점 부문 선두 임기영 정도가 2.41에서 1.82까지 낮추는 등 농익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그 외 투수들은 조금씩 처지고 있다.
타고투저의 본격 시작을 알렸던 2014시즌에도 4월까지의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각각 0.277, 4.68이었다. 이것이 시즌 중 지속적으로 상승해 한 시즌 동안에는 0.289, 5.21까지 치솟았다. 2015시즌에도 4월까지 0.266, 4.70이던 것이 시즌 전체는 0.280, 4.87까지 올랐고, 2016시즌에도 0.272, 4.37에서 0.290, 5.17의 더욱 극단화된 수치로 시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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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위즈 외국인 선발투수 라이언 피어밴드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스트라이크존의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한 달, 두 달이 지나가면서 타자들이 새로운 존에 적응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스트라이크존이 시즌 초보다 좁아졌다는 것이다.
개막 한 달여 동안 KBO리그는 스트라이크존이 확실히 넓어져 있었다.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 바라보는 벤치, 팬들 모두가 느낀 부분이다. 지난해까지 다소 야박하게 군 탓에 볼 판정이 나왔던 스트라이크성 공이 그대로 스트라이크가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지난해의 존으로 회귀했다는 게 하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선 새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대해, 이종열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한 달 반 정도 지나면서 타자들이 적응하는 것 같다”면서 6월을 기점으로 타자들의 적응력이 증대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또한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어도 어차피 실투를 때리는 것이다. 초반에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타자들이 초구부터 공략하는 등 기술 발전보다는 타석에서 전략의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건 높은 코스 볼 판정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A팀 배터리코치는 “존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초반에는 잡아주던 약간 높은 것을 아예 안 잡아준다. 다른 코치들과 이야기해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으나 대략 5월 중순경부터 이러한 경향을 느꼈다고 한다.
B팀의 투수코치 또한 “작년에는 스트라이크를 줘도 될 공인데 스트라이크를 주지 않았다. 올 시즌 초에는 그런 공에 스트라이크를 주다가 언제부턴가 더 좁아진 느낌이다. 심판들 나름대로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 성향 차이인 것 같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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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최근 3경기 동안 8개의 홈런을 몰아치는 대단한 폭발력을 과시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각 팀마다 투수들의 부상이 잦아지고 컨디션 및 체력 저하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본격 순위 싸움을 알리면서 받아들이는 압박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 중 마운드 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제대로 들어맞는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 투수들은 많은 안타를 맞거나 볼넷을 허용하며 무너진다.
또한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은 시즌 말미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그에 따라 극명하게 타격 기술이 좋은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가 갈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처럼 ‘어중간한 3할 타자’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게 중론.
사실 극심한 타고투저가 시작된 2014시즌부터 ‘3할 타자’의 가치는 많이 퇴색됐다. 2014시즌 3할 타자는 36명에 달했다. 2014시즌 전까지 3할 타자가 가장 많았던 시즌은 1999·2001·2010시즌으로 20명 정도였다. 2015시즌에는 28명으로 약간 주춤했지만, 2016시즌에는 무려 40명이 3할 이상을 쳤다. 역대급 타고투저를 실감케 하는 수치다.
이종열 위원은 “타자들도 삼진 당하는 것에는 지금도 불만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은 ‘넓혀봐야 소용없는 것’이 아니라 타고투저를 완화하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타격 기술이 극명하게 갈린다”고 말했다.
다만 좋은 타자들이 좋은 투수들에 비해 훨씬 많다는 점은 타고투저 완화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이 위원은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투수들이 따라잡지 못한다. 그러나 타자들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실력 차다. 아무리 스트라이크존을 조정한다고 해도 투수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 한 타자들에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쉬운 상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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