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슈틸리케 감독의 옛 발언을 꺼낸다면 한국은 ‘이번에도’ 월드컵 본선 자력 진출이 가능한 2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희망은 더 작아진 듯 하며 가까워졌다는 느낌도 전혀 들지 않는다.
최악이다. 결과도 최악이며 상황도 최악이다. 슈틸리케호의 카타르 원정길은 예상 밖의 연속이었다. 시작부터 ‘카타르 단교’라는 변수가 발생하며 꼬이더니 카타르전 패배로 마지막까지 꼬였다. 누구도 예상하고 싶지 않았던 패배다.
14일 오전(한국시간) 충격적인 소식이 도하에서 전해졌다. 한국이 카타르에게 패했다. 알 하이도스(2골·알 라이안)와 아피프(스포르팅 히혼)에게 연속 골을 허용하며 2-3으로 졌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 4경기 연속 무승이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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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카타르에게 패하면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4승 1무 3패(승점 13점)의 한국은 A조 2위다. 어차피 제자리걸음이었다. 하루 전날 이란(승점 20점)이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을 꺾었다. 중요한 것은 같은 2위여도 3위 우즈베키스탄과 간극을 얼마나 벌릴 지였다. 그러나 1점이다. 최악이다.
한국은 앞으로 이란(8월 31일·홈), 우즈베키스탄(9월 5일·원정)을 차례로 상대한다. A조 2위 사수를 장담할 수 없다. 카타르를 이겼다면 달라졌을지 모르나, 카타르전 킥오프 휘슬이 울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가정을 지워야 했다. 그럴 수가 없었다.
최악의 경기력이었다. 지난 8일 이라크와 평가전(0-0 무)도 무기력했다. 카타르전 참사의 예고편이었을까. 더 실망스러웠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한 점유율 축구도 찾기 어려웠다.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지배한 쪽은 카타르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한국이 그나마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은 20여분밖에 안 됐다. 이재성(전북)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혔을 때 안타까웠을 터. 하지만 그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24분 곽태휘(서울)의 미스플레이로 위기를 맞이했고 최철순(전북)이 파울로 끊었다. 그러나 1분 뒤 알 하이도스의 프리킥 슈팅에 골문이 열렸다.
한국은 반격을 꾀했다. 그러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3경기 연속 무득점의 한국이었다. 한반도를 벗어나면 무뎌지는 창이었다. 설상가상. 손흥민이 전반 30분 모하메드 무사(레퀴야)와 공중볼을 다툰 뒤 착지하다 오른 손목을 다쳤다. 손흥민의 교체 아웃은 치명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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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카타르에게 패하면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붕 뜬 한국이다. 공간이 너무 쉽게 벌어졌다. 전반 39분과 후반 1분, 위태로운 순간이 적지 않았다.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결국 후반 6분 아피프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0-2로 뒤진 뒤 한국도 거센 반격에 나섰다. 전반 막바지 잇단 슈팅이 막혔지만 카타르 수비는 단단하지 않았다. 오른 측면 공격이 살아난 한국은 후반 17분 기성용(스완지 시티),
1골씩 따라붙은 한국은 이제 극적인 뒤집기를 꿈꿨다. 하지만 결승골은 카타르의 몫이었다. 후반 30분 한국 수비가 다시 한 번 무너졌다. 그리고 알 하이도스가 한국의 희망을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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