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김정혁(32·삼성)은 참 인상이 좋은 야구선수다. 서글서글한 눈에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지난 9일, 그는 한 젊은 선수와 이야기를 꽤 나눴다.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김성훈이었다. 2016년 2차 6라운드 51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은 김성훈은 프로 입문 후 처음으로 1군 무대를 경험했다.
둘의 만남은 짧을지 모른다. 1군 경쟁은 치열하다. 프로는 냉혹한 세계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김정혁은 “2군에서 함께 고생하며 땀을 흘렸던 후배를 (1군에서)만나 더 반가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배에게 진심 어린 덕담을 했다. 후배가 잘 되기를 바라는 선배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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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라이온즈의 김정혁은 2017년 6월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하지만 1년 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 때문에 그는 들뜨지 않고 매 경기를 절실하게 임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1군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11년 육성선수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15년까지 1군 22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25타수 3안타(타율 0.120)로 타석에 설 일도 많지 않았다. 그나마 더그아웃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퓨처스리그에서는 타격 재능을 뽐냈다. 지난해에는 기회가 좀 더 주어졌다. 조동찬의 허벅지 근육통과 맞물려 선발 출전 명단에 자주 포함됐다. 지난해 6월 4일 대구 한화전에서는 프로 데뷔 홈런을 쏘아 올렸다.
맹타도 휘두르며 눈도장을 찍는가 싶었다. 그러나 페이스가 떨어졌다.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다. 1,2군을 오가는 날이 많아졌다. 1군 46경기 타율 0.236 2홈런 11타점 13득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지난해 성적표였다.
김정혁의 나이는 적지 않다. 1985년생으로 30대 중반이다.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중대한 결심을 했다. 타격폼을 바꿨다. 변화구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웅크리며 타격했던 자세도 좀 더 허리를 폈다. 스윙의 움직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시행착오는 있었다. 그러나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했고 그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김정혁은 지난 6일 1군의 호출을 받은 뒤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4경기에서 18타수 9안타로 타율 0.500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짜릿한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8회초 추격의 신호탄을 알리는 적시타에 9회초 1사 만루서 2타점 역전 결승타를 쳤다. 6회초 비록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타구는 마치 홈런이 될 것 같이 날아갔다. 김정혁의 타격감을 엿볼 수 있다.
김정혁은 어는 때보다 절실하게 노력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난 부진했다.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독하게 마음을 품고 타격 폼을 수정했다. (다소 시행착오도 있었으나)조금씩 결실을 맺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좋아도 되는가 싶다.” 김정혁도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다. 달라진 6월의 삼성 중심에는 김정혁이 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김한수 감독도 매 경기를 절실하게 뛰는 김정혁의 활약이 반갑기만 하다.
김정혁의 절실함은 주루플레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세이프’가 되기 위해 몸을 날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는 발이 빠른 편이 아니다. 통산 도루는 단 1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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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라이온즈의 김정혁은 2017년 6월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하지만 1년 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 때문에 그는 들뜨지 않고 매 경기를 절실하게 임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지난 9일 경기에도 김정혁은 9회초 김헌곤의 외야 플레이에 홈으로 열심히 뛰어 8번째 득점을 올렸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득점이었다.
하지만 그가 열심히 뛴 이유는 후배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는 “(팀 승리를 위한 것도 있지만)헌곤이는 내가 아끼는 후배 중 1명이다. 발이 빠르지 않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홈까지 달려가자고 마음을 먹었다”라고 했다.
요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김정혁이다. 하지만 김정혁은 들뜨지 않는다. 1년 전에도 비슷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김정혁은 차분하다. 자칫 과한 플레이로 이어질까봐 자제하고 있다.
김정혁은 겸손하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자신을 둘러싼 스포트라이트가 어색한 점도 있다. 지난해까지 그는 백업이었다. 그리고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선수였다.
9일 경기 종료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진행했다. 처음이었다. 또한, 그를 향해 삼성 팬이 열렬히 응원했다. 자신을 향한 열성적인 응원도 첫 경험이었다. 그는 얼떨떨한 반응이다. 김정혁은 “솔직히 내가 이렇게 팬의 많은 환호를 받아도 되는 건가 싶다”라며 갸우뚱했다.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김정혁은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 힘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요즘도 아침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그런데 고민도 생겼다. 체중이 줄었다. 김정혁은 “1군에 다시 올라온 뒤 3kg이 빠졌다. 식사량을 늘렸는데도 이렇다”라며 토로했다. 그렇지만 그 노력이 김정혁을 더욱 빛나게 만들고 있다.
김정혁은 “지난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 경험을 잊지
김정혁
1985년 8월 3일생
182cm 82kg
포항초-포철중-포항제철고-동국대
2011년 삼성 육성선수 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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