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벵거의 시대’는 저물지 않았다. 아스널은 2017년 5월의 마지막 날 아르센 벵거(68) 감독의 손을 더 움켜잡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놓아야 할 손이다.
벵거 감독에게 2년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 계약이 매번 갱신됐던 걸 고려해 딱 2년만 남았다고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다. 벵거 감독의 재신임과 계약 연장은 20년 넘게 익숙한 풍경이다.
1996년 10월부터 시작한 벵거 감독의 ‘런던 생활’은 2019년 5월까지 지속된다. 벵거 감독의 건강 악화 같은 매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그는 앞으로 2년간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벤치에 앉아있을 것이다. 2년은 최대가 될 수도, 최소가 될 수도 있다.
↑ 아르센 벵거 감독은 아스널과 2년 재계약을 했다. 그 동안 아스날은 곧 벵거 감독이었지만, 그 관계도 깨질지 모른다. 아스널 팬의 신뢰는 예년과 다르다. 2017-18시즌과 2018-19시즌의 ‘성적’이 중요해졌다. 사진=ⓒAFPBBNews = News1 |
하지만 분명한 것은 끝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다. 벵거 감독도 2년 후에는 70세다. 60대가 아닌 70대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013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내려놓았을 때가 72세였다.
2년은 벵거 감독이 아스널과 작별하기 위한 시간이 될지 모른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현재보다 훨씬 크다. 벵거 감독은 아스널에서 21시즌 동안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그가 떠난 후의 미래도 설계해야 한다. 아스널과 벵거 감독이 바라는 그름은 아름다운 헤어짐일 것이다.
아스널 수뇌부는 벵거 감독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우승트로피를 안길 적임자라고 여기고 있다. 분명 벵거 감독은 최근 빈손이 아니었다. 아스널은 2013-14시즌 이후 4번의 FA컵에서 3차례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에는 결승에서 첼시를 격파했다.
하지만 여론은 다르다. 악화됐다. 벵거 감독의 ‘신격화’도 깨지고 있다.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아스널 팬이 바라는 우승은 FA컵이 아니다. 2003-04시즌을 끝으로 번번이 남의 우승 잔치만 구경해야 했던 프리미어리그에서 정상을 탈환하기 바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의 과학마저 깨고 첫 우승을 이루기를 희망한다.
벵거 감독은 개인 통산 7번째 FA컵 우승으로 21번째 시즌을 마쳤지만, 가장 혹독한 시즌이었다. 프리미어리그 ‘빅4’에 처음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매 시즌 나갔던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놓쳤다.
어느 때보다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아스널 팬 목소리가 컸다. 그에 따른 항의 시위로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일부 관중석은 비어있었다. 이 같은 풍경은 앞으로 2년간 반복될 것이다. 뚜렷한 발전과 화려한 성과가 없다면.
↑ 아르센 벵거 감독은 아스널과 2년 재계약을 했다. 그 동안 아스날은 곧 벵거 감독이었지만, 그 관계도 깨질지 모른다. 아스널 팬의 신뢰는 예년과 다르다. 2017-18시즌과 2018-19시즌의 ‘성적’이 중요해졌다. 사진=ⓒAFPBBNews = News1 |
벵거 감독은 FA컵 우승과 함께 아스널을 떠날 수도 있었다. 분명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명예로운 퇴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벵거 감독과 아스널은 더 명예롭고 아름답게 떠나기를 희망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적어도 그 그림은 이렇게 된 마당에 아스널 팬도 원하는 바다. 단, 마냥 기대하고 기다리지 않는다. 2년 후에는 협상의 진통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안티 벵거’는 늘고 있다. 때로는 갑작스런 이별이 예기치 않게 찾아올 수 있지만, 아스널과 벵거 감독
2년의 시간, 벵거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뒤바꿀 수 있을까.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리고 이뤄야 할 일도 많다. 2년 후에는 ‘최강’이라는 간판을 다시 달아준 뒤 환대 속에 다른 의미의 고민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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