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17 프로야구도 이제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순위경쟁도 치열하다. KIA타이거즈, NC다이노스, LG트윈스가 상위권을 형성하는 듯 했으나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상승세도 거세다. 여기에 SK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도 중위권 경쟁을 이어나가는 모양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마무리 투수 교체라는 강수를 두는 팀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 초반인 페넌트레이스에서 순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결정이다. 시즌 초 KIA가 마무리 투수 임창용(41)이 불안감을 노출하자, 김기태 감독이 직접 임창용과 티타임을 가진 뒤 집단마무리 체제로 바꿨다. 이후 임창용이 다시 구위를 회복하자 마무리로 복귀했다.
넥센도 지난 11일부터 지난해 세이브왕을 차지한 마무리투수 김세현(30)과 셋업맨 이보근(31)의 자리를 맞바꿨다. 김세현이 구위저하로 고전하자 셋업맨이었던 이보근이 중책을 맡아 4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 물론 이보근도 최근 2경기에서는 블론세이브나 홈런을 맞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 김세현이 허벅지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돼, 당분간 이보근이 넥센의 뒷문을 잠가야 한다.
↑ 베테랑 임창용은 올 시즌 초반 KIA의 뒷문을 맡았다가 부진에 빠져 잠시 마무리 보직을 내려놔야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가장 최근에는 SK가 마무리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기존 마무리 박희수(34)를 서진용(25)로 교체했다가, 다시 서진용을 박희수로 바꾼 것이다. 애초 서진용을 마무리로 낙점한 이유는 강력한 속구를 갖췄기 때문. 하지만 서진용은 좋은 공을 갖고도 마운드에서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고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블론세이브를 5개나 범했다. 올해 3세이브보다 많은 수치. 시즌 평균자책점은 5.19. 지난 13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이 결정적이었다. 서진용은 팀이 3-1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실점을 기록, 블론세이브를 범하고 말았다. 결국 트레일 힐만 SK 감독은 14일 KIA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서진용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변함이 없지만 흔들리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앞으로 박희수가 마무리 투수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SK마무리는 2달도 안 돼 다시 원래 주인인 박희수로 원위치됐다.
◆ 성공 사례가 있기에…시즌 중 클로저 바꾸기
사실 마무리 교체는 최근 들어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시즌 중 마무리 투수가 불안하면, 보직 교체를 단행하는 일이 많았다. 미국 메이저리그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도 4개 구단이 시즌 중 마무리 투수를 바꿔 재미를 봤다. 추신수의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가 숀 톨레슨을 샘 다이슨으로 바꿔 불펜을 안정시켰다. 탬파베이 레이스도 브래드 박스버거를 알렉스 콜로메로 교체해서 성공했다. 시애틀 매리너스도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스티브 시섹이 불안하자, 8월부터 트리플 A도 거치지 않고 올라온 에드윈 디아즈에게 마무리를 맡기는 초강수를 선택하는 초강수가 먹혔다.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은 한국과 미국에서 시즌 중반에 마무리 자리를 맡아 성공적인 보직 전환 사례를 연 대표적 인물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오승환 이후에도 KBO리그에서 시즌 중 마무리 투수를 교체해 성공한 사례는 2015년 NC다이노스의 임창민(32)이다. 당시 NC 마무리는 김진성(32)이었는데, 김진성의 부상으로 임시 마무리 보직을 맡은 임창민은 뒷문지기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올해도 14세이브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등 KBO리그의 정상급 클로저로 순항 중이다.
◆ 시즌 중 보직 변경, 쉽지만은 않다
물론 시즌 도중 보직을 변경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각 팀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시즌에 대한 구상을 마치기 마련이다. 특히 마무리 투수는 불펜 투수의 중심이다.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 가장 강력한 구위를 가진 투수가 마무리 투수를 맡은 뒤, 셋업맨과 필승조를 구성하기 마련이다. 마무리 보직이 일찌감치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쉽게 바꾸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2015시즌 롯데의 경우에는 스프링캠프에서 투수 전원을 선발경쟁을 시킨 뒤 불펜보직을 정했다. 결과는 마무리가 정해지지 않아 혼란의 연속이었다. 당시 5선발이었던 심수창(36·현 한화)이 마무리로 들어갔다가, 다시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는 등 어수선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데는 2015시즌 34차례 역전패를 당하면서 10개 구단 중 4번째로 많은 역전패를 기록했다. 특히 시즌 중반까지 필승조 역할이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으면서 힘든 경기를 펼쳤다. 팀 평균자책점도 5.07로 10개 팀 중 8위에 그쳤고, 불펜의 경우 평균자책점 5.43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 김세현을 대신해 마무리 투수를 맡은 넥센 이보근은 최근 2경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넥센은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김세현이 돌아오면 다시 마무리 보직을 김세현에게 맡길 지 고민이다.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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