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그 투수가 얼마나 훌륭한 투수인가를 판단할 때, 흔히 보는 기록이 평균자책점, 그리고 승패 기록이다. 선발 투수는 특히 더 그렇다.
'승리 투수'만큼, 매력적이지만 논란이 많은 기록도 없을 것이다. 선발 투수가 승리 투수가 되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될 수 없다. 일단 잘던져야 하고, 5이닝 이상을 소화해야 하지만, 타선이 득점을 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승리 기록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선발 투수들은 이 기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스포츠 칼럼 전문 사이트 '스포츠 온 어스'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승리를 없앨까? 투수들이 나서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승리 기록에 대한 선발 투수들의 생각을 전했다.
↑ 류현진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6이닝 1실점의 좋은 투구를 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사진=ⓒAFPBBNews = News1 |
지난해 16승 8패를 기록한 시카고 컵스의 카일 헨드릭스도 "승리 기록을 사라지게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통계 수치들이 등장한 현대 야구에 승패 기록으로 투수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 의견도 있다. 세 차례 사이영상 수상자인 LA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는 "선발 투수라면, 매 경기 나갈 때마다 기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잘 던지고도 패가 더 많거나 5할 승률에 불과하면 신경쓰이기 마련이다. 심리적인 문제다. 승리가 더 많으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며 승부사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조 매든 컵스 감독은 승리 기록 예찬론자다. 그는 "이 투수들은 승리가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라왔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자라왔다면, 그런 자세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그들 스스로를 평가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7승 평균자책점 4.00과 12승 평균자책점 2.00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전자를 택하겠다"며 승리는 언제나 투수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어떨까. 그는 지난 19일 등판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승리 투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가 이기면 좋겠지만, 일단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마련하는 것이 선발 투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5~6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가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며 설명을 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모든 선발 투수들의 마음가짐이리라. 승리 기록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팀의 승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팀에게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목표지
슈어저는 "선발 투수가 경기장에 와서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이기는 것이다. 경기가 어떻게 굴러가든, 최대한 오래 버티면서 팀이 리드한 상황에서 내려오는 것을 원한다"며 이러한 마음가짐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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