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프로야구에서 ‘캡틴’의 자리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잘 해야 본전, 못하면 울상. 잘 해야 하는 것도 팀 성적 뿐 아니라 개인성적까지 포함된다. 여러모로 머리 아프고 힘겨운 자리임이 분명하다.
올 시즌도 주장들의 이러한 ‘고생’은 여전하다. 팀 성적에 개인성적까지. 추가적으로 소통하는 명랑한 팀 분위기도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소위 ‘슈퍼맨’을 꿈꾼다.
그러다보니 희비가 엇갈린다. 순항하는 주장이 있는 반면 삼중고를 겪으며 고개를 떨군 주장들도 존재한다. 각양각색, 천차만별이다. 5월 중순을 지나는 현 시점. 묘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생긴 주장들의 행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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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캡틴 김주찬(사진)은 시련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팀은 순항하고 있지만 부진한 개인성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현재 10개 구단 주장들의 페이스만 살펴봤을 때 단연 뜨거운 선수는 넥센 서건창이다. 16일 오전 타율 0.363, 최근 10경기로 좁히면 0.447에 이른다. 지난 4월29일부터 15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는 중이다. 약간의 변화도 생겼다. 이전과 달리 2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우가 잦아졌다. 팀 내 신예 내야수 송성문의 등장과 맞물리며 빈번해졌는데 팀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앞서 장정석 감독도 송성문의 재능을 언급하며 쉽지 않은 출전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포지션 조정을 통해 두 선수의 공존을 찾는 것이었는데 일단 송성문이 15일 말소되며 서건창은 다시 주된 역할을 찾게 될 전망이다.
▲굿 스타트…잠시 주춤
LG 류제국은 올 시즌 초반 최고의 나날을 보냈다. ‘슬로스타터’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개막 후 5연승을 거두며 쾌속 질주했다. 구속이 느려졌지만 제구력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평가. 원래부터 빼어났던 위기관리 능력이 더해지며 시즌 초 승리요정으로 거듭났다. LG도 순항했다. 류제국은 젊어진 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추구했는데 적절한 조화 속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다. 이번 시즌 LG는 16일 오전 현재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도 바라볼 만큼 강대해졌다.
그런 찰나 류제국 개인의 페이스는 다소 떨어졌다. 지난 13일 잠실 한화전서 4⅔이닝 6실점하며 시즌 들어 가장 좋지 않은 피칭을 했다. 급기야 14일 갑작스럽게 1군에서도 말소됐다. 일단 특별한 부상징후는 아니며 컨디션조절 차원이라는 게 LG와 양상문 감독의 설명. 정황상 예년과 달리 빠르게 올라온 페이스가 영향을 끼쳤을 확률이 크다.
kt 박경수는 시즌에 앞서 새 사령탑(김진욱) 체제 속 주장 유임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탈꼴찌를 통해 만회하고 싶다는 의미. 초반만 봤을 때 매우 성공적이었다. 4월 한 달 3할(0.299) 가까운 활약을 펼쳤고 홈런도 6개나 때리며 거포 내야수 평가를 들었다. 이는 부상으로 잠시 공백이 있음에도 나왔던 성적. 상대팀들 사이에서는 kt 타자 중 박경수를 가장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팀 또한 돌풍을 일으키며 한 때 선두까지 차지했다. 박경수의 절치부심이 결과로 이어지는 듯 했다.
다만 박경수의 5월 페이스는 다소 떨어졌다. 한 달간 2할대 타율을 턱걸이했다. kt 역시 1위에서 9위까지 추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며 중위권에 입성했다. 그래도 kt 타선에서 박경수의 존재감은 여전한 편이다. 그가 빠지면 타선이 허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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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제국(사진)은 초반 5연승을 달리며 LG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다만 페이스가 꺾였는지 지난 14일 1군에서 말소됐다. 사진=김영구 기자 |
두산은 시즌 초 지난해만 못한 전력을 선보였다. ‘판타스틱4’와 박건우, 오재원 등 주력 선수들의 부진 탓이 컸는데 중심에 있는 김재호의 부진도 뼈아팠다. 강한 9번 타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찬스 때 번번이 침묵했다. 4월 한 달 타율은 2할대 초반에 머물렀다. 두산도 함께 부진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5월부터 김재호는 서서히 감을 찾아가고 있다. 6일 LG전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를 터뜨리더니 다음 날도 짜릿한 아치를 그리며 연이틀 손맛을 봤다. 11안타 11타점. 4월에 비해 좀 더 짜임새가 좋아진 김재호는 두산의 반등도 동시에 이끌고 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부터 주장의 중책을 책임졌던 그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시즌도 팀 주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압박감과 맞서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팀 주장으로서 수성의 의미를 잘 알기에 아직 갈 길이 먼 편이다.
▲순항하는 팀, 초조한 주장의 마음
KIA 김주찬은 올 시즌부터 주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단연 감정이 복잡할 듯하다.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 현재 다소 페이스가 꺾였지만 여전히 순항 중이다. 그런데 김주찬의 성적은 바닥을 기고 있다. 16일 오전 현재 타율 0.171. 최근 10경기만 한정했을 때는 0.094로 1할이 채 되지 못한다. 이전 5경기 동안 안타를 때리지 못했으며 중요한 찬스마다 기회를 날리는 모습이 수차례 반복됐다. 김기태 감독은 14일 SK전을 앞두고 김주찬을 익숙한 리드오프 자리에 기용하며 “새로운 기분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더욱 아쉬운 모습을 노출했다. 지난해 커리어하이를 기록했기에 더욱 대비되는 김주찬의 낯선 모습이다.
또 다른 신임주장. NC 박석민도 팀 상황과는 달리 웃기 힘들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결장을 반복했고 복귀 후에도 예전 같은 날카로움이 사라졌다. 4월 한 달 2할대 초반, 5월 역시 2할대 초반이다. 홈런은 3개에 불과하고 타점도 13점에 그쳤다. 말 그대로 체면을 구기고 있는 것인데 잘 나가는 NC의 성적과 대비된다. NC는 3강을 형성하고 있고 선두 이상도 바라볼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현재 다소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박석민의 활약이 간절한 시점으로 꼽힌다.
박정권은 트레이 힐만 감독이 직접 지명한 SK 캡틴이다. 구단 첫 외국인 감독인 힐만 감독이 추구하는 소통에 어울리는 리더십을 꾸리는 중책을 맡았다. 초반 우여곡절 속 팀은 안정화 되고 있다. 물론 박정권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성적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4월에 비해 5월이 좋지 않은 상황. 장타력도 확연히 줄었다. 다른 SK 타자들이 연일 대포를 쏘아올리고 있기에 이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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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용규(사진)는 이번 시즌 잦은 부상이 고민이다.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는데 최근에는 오른쪽 손목 수술까지 받으며 적지 않은 시간 재활에 돌입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한화 이용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주장 자리를 낙점 받았다. 이용규의 프로데뷔 첫 캡틴자리. 김 감독의 그의 근성을 높게 평가했다. 초반 두 사람 간 소통도 순풍모드였다.
그러나 캡틴 이용규의 순항은 부상이라는 암초가 문제였다. 팔꿈치 부상 속 WBC까지 출전했지만 시즌 개막 초반 공백까지 피하지는 못했다. 강한 투지로 4월말 복귀에 성공했지만 짧은 활약 끝 지난 2일 주루 중 오른 손목에 골절상을 입었고 수술까지 했다. 당초 8주 이상 공백이 우려됐으나 수술로서 시간은 다소 줄어들 전망. 이용규의 빈자리는 김원석, 양성우 등이 메우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순위싸움 중인 한화 입장에서 이용규의 공백은 적지 않다.
▲삼중고 겪는 캡틴
롯데는 시즌 초반 주장효과가 가장 컸던 팀이다. 일본과 미국무대를 거친 이대호가 부산에 금의환향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 일찌감치 그 기세가 느껴졌다. 이대호는 극적인 홈 개막전 홈런포를 시작으로 매서운 타격을 선보이며 롯데를 선두권에 올려놨다. 지난해까지 잠잠했던 사직 노래방은 다시 개장했고 사람들은 이대호 효과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세가 빠르게 식어버린 듯하다. 이대호는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전서 프로데뷔 첫 퇴장을 당하더니 이후부터 페이스가 급격히 주춤하고 있다. 4월 한 달 타율이 4할을 넘었지만 5월달은 2할대 중반에 그치고 있다. 홈런과 타점도 급감했다. 이대호는 3번 타자로 나서기까지 하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팀 성적. 이대호의 부진과 동시에 롯데도 거침없이 추락하며 9위까지 떨어졌다. 마운드가 버텨주고 있지만 득점권마다 부진한 타선전체가 고민거리를 안기고 있다. 개막 초반 그렇게나 신나고 화기애애보였던 롯데 덕아웃은 이제 걱정이 들 정도로 침체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캡틴으로서 이대호의 시련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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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새 캡틴 김상수(사진)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주장역할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그가 침체에 빠진 삼성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
김상수의 복귀는 4월 말에야 이뤄졌다. 그 사이 팀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승엽, 박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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