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는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일 18개 홀 중 8개 홀에서만 레귤러온을 시킬 만큼 샷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3m 이내 퍼팅 15개를 모두 홀에 집어 넣었다. 보기는 한개도 없었고 버디만 3개를 잡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이전 3라운드까지는 3m 이내 퍼팅 14개를 실패했다.
불과 3주 전에 바꾼 '집게발 퍼팅 그립'이 김시우의 우승에 톡톡히 효자 역할을 했다.
김시우는 지난 달 말 발레로 텍사스오픈에서 처음으로 퍼팅을 할 때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퍼터의 샤프트를 잡는 '집게 그립'을 시도했다. 한동안 퍼팅 난조로 고생했던 왕정훈이 바꿔 효과를 봤던 그 퍼팅 그립이다. 왕정훈은 지난 해 신인왕에 올랐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도 집게발 퍼팅 그립 덕을 보고 있다.
김시우는 "퍼팅이 너무 안돼 이 퍼팅 저 퍼팅 시도하다 마스터스 때 가르시아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가 감이 너무 좋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대회 최종일 김시우의 스트로크 게인드 퍼팅 지수는 얼마나 퍼팅이 우승에 도움이 됐는 지 보여준다. 스트로크 게인드 퍼팅은 퍼팅으로 얼마나 타수를 얻고 잃었는 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날 그의 스트로크게인드 퍼팅은 무려 3.864타가 나왔다. 퍼팅으로만 거의 4타 가까이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이날 전반 9홀에서 잡은 3개 버디 거리가 5m(1번홀), 7m(7번홀), 그리고 5.5m(9번홀)로 결코 짧지 않았다. 이번 대회 전 김시우의 스트로크 게인드 퍼팅은 183위였고 이번 대회로 176위(-0.398)로 조금 올라섰다.
사실 집게 그립 유행은 롱퍼터를 쓰지 못하게 한 이유도 있다. 골프 규칙으로 퍼터 길이는 상관 없지만 몸에 기대고 하는 퍼팅 방식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사실상 롱퍼터를 금지한 것이다. 가르시아도 롱퍼터를 쓰던 선수였다.
집게그립은 주로 방향성이 강조되는 짧은 거리 퍼팅 때 효과를 보는 것으로 평가된다. 왼손목은 퍼터를 고정하는 데 효과가 있고, 집게 형태로 쥔 손가락은 퍼터 페이스 각도를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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