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최근 KBO리그에서 ‘부활’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투수가 바로 송승준(37·롯데 자이언츠)이다. 올 시즌 불펜요원으로 시작했지만, 선발로 3연승을 달리며 정식으로 로테이션에 진입했다. 자신이 선발체질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먹튀’ 소리를 들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본격적인 명예회복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2015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 롯데와 4년 총액 40억원에 재계약한 송승준은 누가 뭐래도 롯데 선발진에서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송승준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10경기 등판(41⅓이닝)에 그치며 1승2패 평균자책점 8.71의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송승준은 롯데 마운드에서 꾸준함의 상징이었다. 2007년 KBO리그 데뷔 후 2015년까지 9년 연속 11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6년 연속 150이닝 이상을 던졌다. 2009년에는 3경기 연속 완봉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1995년 이후 14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2010년에는 데뷔 후 최다인 14승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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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로 등판한 롯데 송승준. 선발 3연승을 거둔 송승준은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했다. 그는 올 시즌 중간계투로 시작했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시작한 미국에서도 줄곧 선발로 나섰던 송승준이기에 불펜은 맞지 않은 옷과 같았다. 선발 3연승으로 확실히 선발체질임을 입증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
하지만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 캠프를 거쳐 시범경기까지 송승준은 선발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젊은 선발인 김원중(24)과 박진형(23)이 송승준을 대신해 로테이션에 들어갔다. 토종에이스 자리는 박세웅(22)에게 넘긴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송승준은 “냉정하게 젊은 애들 공이 더 좋은 게 현실이었다. 그래도 1군에서 내가 할 일을 찾아야 했다. 솔직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이었다. 패전처리라도 1군에 붙어있는 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다시 선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송승준은 지난 1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5⅔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3승(1홀드)째를 채웠다. 평균자책점은 3.16까지 내려갔다. 선발로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선발로만 19⅓이닝을 던져 2점만을 내줬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0.93이다. 과거 자신의 별명이었던 송삼봉(3연속 완봉을 했다는 의미)도 되찾았다. 그래도 송승준은 이렇게 외친다. “더 해야 한다. 작년의 분함이 아직도 삭혀지지 않는다.”
◆ 0.6mm뼛조각, 보자마자 성질났다
송승준은 확실히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이전부터 팔꿈치 속을 돌아다니던 뼈가 하필, FA계약 첫 해에 잦은 통증을 유발했다. 송승준은 “아팠지만, 먹튀 소리를 듣기 싫어서 한 시즌을 끝까지 치르려 했는데, 결국 7월 이후 1군에서 사라졌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뼈가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콕’하고 박힐 때가 있는데, 그 때 아프다”며 “언제 통증이 올지 모르니, 불안했다. 사실 안 아파도 타자들한테 지는데, 통증이 언제 올지 몰라 불안해하며 던지니 제대로 되겠는가”고 반문했다.
수술을 두고도 고민이 많았다. 주변에서 재활을 권유하기도 했다. 스스로도 괜찮을 때가 많으니, 수술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처참한 성적에 시즌 후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송승준은 “팬분들 중에 왜 빨리 수술 받지 않았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5~6월부터 수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뼛조각 제거수술은 인대접합 수술보다 간단해서 3~4개월이면 재활을 할 수 있다. 그냥 재활만 해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계산해보니 4월 개막까지 맞출 수 있을 듯 했다. 그래도 한 시즌은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었기에, 시즌 끝나고 수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오른쪽 팔꿈치 안을 돌아다닌 뼛조각은 0.6mm짜리로 미세한 것이었다. 송승준은 “수술 후에 봤는데, 정말 성질이 났다. ‘이 조그만 게 나를 힘들게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전신마취에서 깨어난 뒤 팔을 쭉 펼 때 아프지 않아서 너무 홀가분했다”고 덧붙였다.
통증이 사라지니, 투구폼에서부터 힘이 느껴진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도 전성기의 140km 중후반대를 회복했다. 송승준의 레퍼토리인 빠른 속구와 포크볼 조합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플 때까지만 해도 요요를 던지는 듯한 느낌의 피칭이었지만, 지금은 간결하고, 팔이 빨리 나온다. 송승준도 “최대한 힘을 앞에까지 끌고 가다가 (공을) 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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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재계약 후 2016시즌을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송승준. 하지만 이때부터 송승준의 팔꿈치 속을 돌아다니는 뼛조각 때문에 송승준은 이해 먹튀라는 욕을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 선발체질 맞다…그러나 팀을 위해서라면
불펜요원으로 시작한 송승준은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20여년 간 선발로 던져왔기에 중간계투는 맞지 않은 옷이었다. 그는 “불펜 투수들에게도 많이 물어봤지만, 안하던 것을 하는 것이라 좀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시 선발로 기회를 받았을 때는 “너무 편안했다”고 밝혔다. 송승준은 “아무래도 루틴이라던가, 몸 관리가 선발에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뜻밖에 기회가 와서. 던지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작년에는 심리적으로 쫓겼다. 50~60%밖에 힘을 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도 선발체질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선발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 송승준은 “아무래도 프로에서만 선발로 등판한 세월이 20년 정도다. 편하다”면서도 “계약된 3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중간이나 패전처리로 갈 수 있다. 어떤 보직이던, 던지면서 팀을 위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는 게 남은 야구인생의 목표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아픈 기억도 이런 생각에 한몫했다. 송승준은 “작년 유독 경기 초반에 많이 무너지졌다. 그 때 마운드에서 더그아웃으로 걸어올 때의 싸늘한 시선을 잊지 못한다. 더그아웃에서도 동료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죄책감과 소외감이 강하게 휩싸이는 기분 나쁜 순간이었다”면서 “작년에는 백수로 1년 지낸 느낌이다. 그래서 보직은 상관없이, 1군에서 자신있게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송승준은 “내가 던질 수 있을 때까지, 팀을 위해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30대 후반의 희망이 되고 싶은 여름사나이
송승준이 3연승을 거두자 또래 지인들로부터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받고 있다. “너로 인해 우리도 희망이 생긴다”라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단다. 송승준은 “나도 어느새 ‘노장’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면서 “솔직히 힘으로는 아직도 젊은 투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지만, 내가 더 잘해서 30대 후반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생각은 강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퀄리티스타트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하고 있다. 그냥 5회까지 한 이닝씩 최선을 다해 던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팔이 예년에 비해 더 뭉치고 있다”면서 “확실히 공을 던진 다음날에는 팔이 많이 뭉친다. 아무래도 나이의 영향이 없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웨이트도 2~3배로 더 늘렸고, 많이 뛰고 있다. 몸 관리에 더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독 여름에 페이스가 좋아 ‘여름사나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송승준은 “여름에 몸이 더 빨리 풀린다. 고교시절에도 봄에는 타자들한테 많이 맞고, 여름에 잘 던졌다”며 “올해는 빨리 더워져서 그 덕을 본 것도 있는 것 같다.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그는 “내가 끝났다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는데, 3연승을 하면서 이런 인식이 깨지고 있는 분위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 난 뜨거운 게 좋다. 사직야구장도 다시 뜨거운 열기로 휩싸일 수 있게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송승준
1980년 6월29일생
184cm 105kg
하단초-경남중-경남고-퍼시픽대 경
보스턴 레드삭스(1999년~2002년)-몬트리올 엑스포스(2002년~2004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005년)-캔자스시티 로열스(2006년) ※모두 마이너리그-롯데 자이언츠(2007년~현재)
1998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최우수투수상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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