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져야 경기가 진행된다. 그 공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린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으나 보통 공을 잘 던진다면 웃는 날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야구계 속설 중 가장 유명한 말이다.
KBO리그에서 투수의 역할은 매우 크다. 마운드를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카드 3장 중 2장은 투수로 채운다. 10개 팀이 약속이나 한 듯 똑같다. 부족하다면 적극적으로 메우려고 한다. 경험의 축적이다. 마운드가 안정돼야 이길 가능성이 크다. 20일 현재 KBO리그 순위도 10개 팀의 마운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와 팻딘이 원투펀치로서 팀의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KIA는 초반부터 가장 앞서 달리고 있다. 20일 현재 13승 4패(승률 0.765)로 1위다. KIA는 87득점 76실점으로 득실차가 크지 않다. 팀 평균자책점도 4.05로 6번째다. 드러난 성적은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약점인 불펜(블론세이브 4개로 공동 1위)만 떼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헥터 노에시-팻 딘-양현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선발진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이닝(106⅔)을 책임지고 있다. 10승 3패 평균자책점 2.28로 10개 팀 중 가장 탄탄하다.
헥터와 팻 딘은 10개 구단 중 최고의 외인 원투펀치다. 헥터가 4승 20탈삼진 평균자책점 1.50으로 다승 부문 공동 1위다. 지난해 206⅔이닝(1위)을 소화했던 그는 올해도 이닝(30) 부문 1위다. 팻 딘 역시 승운(1승)이 다소 따르지 않았을 뿐, 평균자책점 1.25로 4위에 올라있다.
토종에이스 양현종도 3승 평균자책점 0.87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⅔이닝 동안 2점 밖에 내주지 않았다. 새 복덩이까지 생겼다. 임기영은 18일 수원 kt전에서 9이닝 7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개인 첫 완봉승을 거뒀다. 헥터와 팻 딘도 한 차례 완투를 했다. KIA는 완투 3번으로 압도적인 1위다.
kt 역시 마운드의 힘으로 상위권에 올라있다. 시범경기 1위로 돌풍을 일으킨 kt는 KBO리그에서도 10승 7패(승률 0.588)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예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년 꼴찌 이미지를 탈피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kt의 팀 타율은 0.235로 최하위다. 득점권 타율도 0.231로 가장 낮다. 그럼에도 kt가 2위에 안착할 수 있었던 건 투수의 공이 절대적이다. 팀 평균자책점이 3.36으로 2위다.
새 외국인투수 돈 로치는 2승 평균자책점 2.52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라이언 피어밴드는 업그레이드가 됐다. 새로 연마한 너클볼을 장착하면서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3경기에 나가 실점은 단 하나, 평균자책점 0.36의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이미 3승이다. 지난해 kt 유니폼을 입은 뒤 쌓은 승수(2)를 넘어섰다.
특히 불펜이 강하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1.86으로 KBO리그에서 가장 짠물 피칭을 펼치고 있다. 마무리투수 김재윤은 7경기 6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뒷문을 완벽하게 지키고 있다.
↑ NC 다이노스의 불펜진이 리그 최다이닝인 74.1이닝을 소화했지만, 2승 11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특히 마무리투수 임창민은 6세이브로 부문 1위에 올랐다. 사진=MK스포츠 DB |
NC의 평균자책점은 4.62으로 뒤에서 2번째다. 이재학, 구창모 등 토종 선발투수가 흔들리면서 선발진은 75⅔이닝 평균자책점 5.23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닝이 가장 적다. 1위 KIA와 비교해도 31이닝이나 차이가 난다.
그만큼 불펜이 힘을 내고 있다. 74⅓이닝(1위)으로 선발진과 큰 차이가 없다. 블론세이브가 kt와 함께 0이다. 임창민은 6세이브 평균자책점 1.17로 올해도 득점하다.
외국인투수 농사도 현재까지 만족스럽다. 에릭 해커는 2승 평균자책점 2.16, 제프 맨쉽은 4승 평균 평균자책점 2.13으로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 넥센 히어로즈의 2선발 셜 오설리반이 3경기 등판 8이닝 17피안타 6탈삼진 14실점 평균자책점 15.75로 무너지며, 2군으로 내려갔다. 사진=MK스포츠 DB |
넥센은 20일 김하성의 역전 홈런이 터지면서 SK를 꺾고 6연패를 탈출했다. 그러나 2-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어렵게 승리했다.
넥센의 팀 타율은 0.292, 득점권 타율은 0.316으로 모두 1위다. 10개 팀 중 안타, 2루타, 3루타를 가장 많이 쳤다. 그에 반해 마운드가 약하다.
계산이 어긋난 것은 션 오설리반의 부진과 불펜 난조다. 역대 팀내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사이닝보너스, 연봉 합계 110만 달러) 오설리반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번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대량 실점을 하더니 불펜 보직 이동 후에도 고비를 못 막았다. 시즌 개막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군행을 통보 받았다.
지난해 세이브왕, 홀드왕을 배출했던 불펜도 삐걱거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이 6.44로 KIA(8.93) 다음으로 높다. 3세이브 6홀드로 다른 팀과 견줘 페이스가 늦다. 그나마 한현희, 조상우의 가세로 선발진과 불펜에 숨통이 트였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6연패 뒤 7승 2패를 기록한 SK도 마운드 사정이 여의치 않다.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 후 재활로 시즌 아웃된 가운데 2선발로 내정한 스캇 다이아몬드마저 아내의 출산으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했다. 다이아몬드는 19일 문학 넥센전을 통해 뒤늦게 KBO리그 데뷔 무대를 가졌다.
퀄리티 스타트를 3번 기록한 메릴 켈리와 2승 1패 평균자책점 2.25의 윤희상을 제외하곤 불안한 면이 있다. 3차례 선발 등판한 문승원의 평균자책점은 5.52로 높다. 박종훈 역시 1승 2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흔들렸다.
↑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가 1승 2패 평균자책점 3.16으로 호투하고 있지만, 다른 선발 선수들이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딱히 어디가 더 낫다고 구분하기도 어렵다. 평균자책점은 선발진이 4.09(7위), 불펜이 4.88(8위)로 하위권이다. 블론세이브도 4번이다.
에이스가 된 브룩스 레일리가 4경기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다. 다른 팀 외국인투수와 비교해 두드러진 성적은 아니다. 박세웅, 박진형 등 토종
타율 0.450의 이대호가 타선을 이끌고 있지만, 마운드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24실점을 하며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순위도 4위까지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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