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송진우’라는 이름은 한국 야구 역사에서 하나의 큰 상징이다. 1989년 빙그레 이글스 입단을 시작으로 2009년 43세의 나이로 은퇴하기까지 무려 21시즌을 롱런했다. 이와 함께 통산 최다승(210승), 최다탈삼진(2048개), 최다투구이닝(3003이닝) 등 각종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다.
쉼 없이 달려왔다. 현역 생활을 접은 뒤 코치 연수를 다녀왔고, 이듬해 바로 친정팀 한화 이글스서 투수코치를 맡았다. 2015년부터 2년 동안은 KBSN 스포츠서 해설위원으로 그라운드 가까이에 있었다. 그리고 요즘? ‘백수’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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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우는 WBC까지 마무리 되면서 투수코치도, 해설위원도 아닌 신분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송진우(51) 전 해설위원은 개인 사정으로 마이크를 내려놓고 대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투수코치로 참여했던 그는 대회 종료와 동시에 자유의 몸(이라고 쓰고 백수라 읽는 신분)이 됐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한 시즌을 통째로 쉬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송 전 위원은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와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야구하면서 처음 휴식을 갖는 해인데, 지나온 것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이것저것 공부도 좀 하면서 마음 편히 쉬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번은 꼭 가졌어야 할 시간이다. 선수로서 오래 달렸고, 그 이후 코치로, 또 해설위원으로 앞만 보고 지내왔다.
사실 온전한 휴식은 아니다. 현장 복귀를 기약하며 또 다른 시각에서 야구를 열심히 보고 연구하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t와 롯데의 선전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이글스 레전드’답게 한화 분석도 열심이다. 송 전 위원은 투수들이 무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상위권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5강 턱걸이는 할 것 같다”고 전망을 내놓았다.
2년간의 해설위원 경험은 앞으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들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는 시간이 됐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고충도 있었다. 그의 해설은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었다. 그도 “말을 잘하는 사람은 한 가지를 두고 4~5가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데, 내가 그걸 못해서 시청자는 답답했을 것이다”면서 “말은 할 사람만 해야 되더라.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재차 말하며 웃었다.
그래도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은 끝까지 지켰다는 생각이다. “선수시절에도 해설을 들어보면 솔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받곤 했다. 그래서 나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코치 때도 돌려서 이야기를 못하니 오해도 사곤 했지만 앞으로 다시 지도자 생활을 한다고 해도 그건 지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선수들도 받아들이기 편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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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투수코치 시절 야수들의 타격훈련을 돕기 위해 배팅볼을 던지고 있는 모습. 사진=MK스포츠 DB |
송진우의 이름 뒤에는 ‘회장님’이라는 단어가 줄곧 따라 붙었다. 프로선수들의 권익을 향상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의 초대 회장을 맡아 애써왔다. 그가 회장을 맡았던 시절에는 사실 선수협의 존재 자체가 인정을 받지 못했다. “우리가 주장했던 게 최저연봉과 상해보험 좀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임수혁(전 롯데) 선수가 그렇게 돼 10년 동안 병원에 누워 있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운동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신경을 써달라고 했다”고 당시를 돌이켜봤다.
그는 “선수협이 이름만 걸고 있는 게 아니라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은 떳떳하게 이야기해서 충분히 얻어내야 한다. 미국, 일본 같은 경우 연금은 선수들이 그만둬도 노후 생활 할 수 있는 정도로 된다”며 “선수들이 항상 다 성공하고 끝나지는 않는다. 50억 받고 100억 받는 선수는 일부다. 나머지 선수들은 그만두고 코치를 하지 않는다면 할 게 없다. 그런데 그 인원을 현장서 다 흡수하지 못한다. 노후생활이 가능한 금액을 받으면 경기에 몸 사리지 않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며 선수협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몇 년 간 이어진 선수협에 대한 비판들도 함께 쓰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크게 논란이 됐던 메리트 사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일을 하다보면 항상 잘할 수는 없다. 어떤 문제를 이야기할 때 안에서는 좋다고 해도 나와 보면 안 좋다고 하는 게 있을 수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도 마찬가지고. 그러면 다시 수정하면 되는 거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메리트의 경우에도 원래 다 있던 것 아닌가. 일본은 경기 끝나면 바로 지급하고, 그 메리트만 가지고도 1년 생활할 정도로 넉넉하게 나온다. 우리나라도 야구 관련해 일본에서 많이 들여오지 않았나. 연봉 적은 선수들은 그것에 많이 의존을 한다”고 이번 일에 대해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또한 “(문제에 대해서)내가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그런 문제가 나와서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들면 안 된다. 서로 유연하게 대처하면 되고, 좋지 않은 것은 바로 철회하면 되는 거다. 이런 걸 계기로 서로 더 좋게 협상하면 되는 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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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우 대표팀 코치가 WBC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훈련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송진우는 롱런의 아이콘이다. 보유하고 있는 많은 기록 중 가장 애착이 남는 기록도 롱런의 역사를 보여주는 최다 이닝이다. 3003이닝을 던지고 은퇴한 그는 “다승보다는 이닝 기록에 더 애착이 간다. 물론 승리도 잘 던져야 가능한 것이지만, 이닝은 계속해서 좋은 공을 던졌기 때문에 교체하지 않고 마운드에 남긴 것이다. 건강하고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해야 가능한 기록이니까 애착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승, 탈삼진은 장원준(두산), 김광현(SK)같이 좋은 선수들이 국내에 남았기 때문에 ‘시간문제’로 깨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을 했다.
송 전 위원은 롱런 비결로 시키는 대로 다 따랐던 근성을 들었다. 그는 “사실 몸이라는 게 아낀다고 아껴지는 건 아니다. 바닷가에 가면 돌이 비바람, 추위, 더위를 다 견디면서 강해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몸을 더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는 밖으로 좀 내놓아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도 요즘 야구에 대해서는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라고도 여기고 있다. 그는 “요즘에는 훈련을 과학적으로 한다. 기구도 많이 좋아졌고, 정보도 많이 받고 훈련 방법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있다. 야구선수로서 성장하는 데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이런 마인드로 좀 더 발전되지 않을까 싶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KBO리그 1호 FA(자유계약선수) 계약자이기도 하다. 34세의 나이에 처음 FA 자격을 취득했던 그는, 3년간 7억원을 받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3년 18억원에 두 번째 FA 계약을 성공했고, 40세였던 2006년에도 2년 14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역대 3번째 FA 계약은 송진우 외에 조인성(한화), 이진영(kt), 정성훈(LG)밖에 해보지 못했다.
송 전 위원은 FA 계약 그 자체보다도 이후 책임감의 의미를 더 찾는다. 그는 “야구인 입장에서 보면 FA 선수들이 좀 더 잘해줘야 한다. 몸값만큼 열심히 해주고 팀에 많은 헌신도 해야 하고. 그래야 구단들이 이 정도를 유지해주지 않겠나”하고 견해를 밝혔다. 자신이 FA 계약을 맺었던 때를 회상하며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첫 번째로 FA 계약을 하게 돼 기분이 좋았고, 돌아보면 선배들이 고생하고 이끌어준 덕분에 가능했다. 지금 후배들도 선배들이 길을 열어줘서 혜택을 보고 있는데, 기부 등을 통해 마음을 열면 좋겠다. 야구도 잘하고 돈 많이 벌어 좋고 사회에도 봉사를 많이 하면서 인간적으로도 인정받는 선수들이 되기를 바란다.”
송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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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초-세광중-세광고-동국대-빙그레(1989~1993년)-한화(1994~2009년)
2000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연수(2010년)-한화 이글스 투수코치(2011~2014년)-KBSN 스포츠 해설위원(2015~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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