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닉스) 김재호 특파원] "뭐라고 해야할까,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았다."
캠프 기간 만난 텍사스 레인저스 외야수 추신수는 초청선수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캠프에 참가했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봤다. "처음에 메이저리그 캠프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죽기살기로 했다. 한 타석이 중요하고 그랬다. 그러나 분위기를 알고, 현실을 알게되니까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번 스프링캠프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초청선수로 합류, 기회를 노렸지만 개막 로스터 진입의 꿈을 이룬 선수들은 몇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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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호는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도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았다. 사진= MK스포츠 DB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황재균도 이번 스프링캠프 타율 0.356 5홈런 16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개막 로스터 진입 여부가 불확실하다. 트리플A에서 적응력을 더 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들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의미없는 활약을 보여준 것일까? 추신수는 고개를 저었다. "시범경기에서 잘하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더라도 (운영진의) 기억에 남게 된다. 필요하면 부르기 마련"이라며 감독이나 단장의 기억에 남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경험한 일이기에 그는 더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었다. 2006년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시범경기에서 21타수 7안타 3루타 1개를 기록한 추신수는 7월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고, 이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이적해 지금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박병호와 황재균도 이번 캠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박병호는 홈런과 타점에서 모두 팀내 1위를 기록했고, 황재균도 팀 홈런 2위, 타점 1위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파워를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40인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구단 운영진의 머릿속에는 이들의 이름이 남아 있을
"바위는 아무리 단단해도 죽어있는 것이고, 계란은 살아있는 것이니 깨어나서 결국 바위를 넘을 것"이라는 영화 ’변호인’의 명대사처럼,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며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한 좌절감을 느꼈을 그들도 언젠가는 빅리그 무대에서 꽃필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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