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63)도 인정한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그는 승점 3점을 딴 결과에 만족했다. 그리고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가까워졌다면서 희망을 노래했다. 외부의 시선과 다르게 그의 말에는 우려와 근심이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28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전을 1-0 승리로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속한 A조는 매 경기가 어렵다. 이른 시간에 골이 터져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패스 연결이 끊기며 원하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상대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행운이 따른 승리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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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 승리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했다.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
한국은 경긴 내내 패스 공급이 끊기면서 공격이 답답했다. 전반 중반 이후 펼쳐진 시리아의 반격에 상당히 고전했다. 자칫 패할 수도 있었다. 비록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직행이 가능한 조 2위에 위치해있지만 부진한 경기력 탓에 마냥 자신하기 어렵다. 카타르 원정-이란 홈-우즈베키스탄 원정으로 이어지는 일정도 부담스럽다.
슈틸리케 감독은 본선 진출을 자신했다. 그는 “때로 운으로 이길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자력 진출이 가능한 2위에 있다는 것이다”라며 “중요한 것은 경기도 갖기 전부터 ‘어렵다’ ‘졌다’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상대 전적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압도적인 전적에도 중국에게 졌다. 이란전도 전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물론 개선할 점도 있지만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 분명한 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선수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시리아전 소감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는 결과에서 드러났듯 어려운 경기의 연속이다. 전반 4분 만에 골을 넣으면서 좀 더 안정적으로 경기 운영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대응하지 못해 패스 연결이 끊기면서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가 펼쳐지지 않았다. 후반 들어 투지로 맞서 플레이가 살아났다. 마지막 순간 시리아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장면도 있었다. 행운이 따르는 승리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전 같이 좋은 내용에도 나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승점 3점을 따서 우리가 자력 진출 가능한 2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고명진을 오른 측면으로 기용한 배경은.
고명진은 왼발잡이다. 오른 날개로 배치한 것은 시리아 수비 뒤로 파고들어가는 황희찬에게 공을 많이 전달하기 위함이다. 그 동안 뒤 공간을 노리는 플레이가 없었다. 이 때문에 그런 전술 주문을 했다. 하지만 시리아가 전반 중반 이후 1선에 4명을 배치하며 강하게 압박해 세컨드 볼을 놓쳤다. 결국 고명진을 중앙을 단단히 하기 위해 더블 볼란치로 역할을 바꿨다.
-전술 변화가 잦았는데.
포지션을 바꿔 헷갈렸을 수 있다. 그것이 오늘 시리아가 느끼게 하려고 준비한 것이다. 고명진이 시작할 때 중앙에 위치하다가 측면으로 이동하는 건 경기 전 주문된 사항이었다. 선제골과 맞물렸을 뿐이다. 선수들은 모두 이해했다. 다만 4-1-4-1 포메이션으로 가다가 전반 30분 이후 문제점이 드러나 4-2-3-1 포메이션으로 바꿨다. 경기 도중 문제가 있다면 변화를 줘야 한다. 90분 내내 1가지 전술로 밀어붙일 수 없다. 예전에는 너무 전술을 안 바꾼다고 비난하던데, 오늘은 자주 바꿨더니 논란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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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틸리케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희망을 노래했다.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
누구나 실수를 한다. 또한, 좋지 않은 날도 있다. 문제는 오늘 많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1,2명 정도면 극복할 수 있지만 공격 전반에 걸쳐 좋지 않았다. 예를 들면 공격을 펼치다가 공을 빨리 뺏기면서 수비에 부담이 따랐다. 전반적으로 수비는 잘 했으나 숨 고를 시간이 없었다. 보다 나은 A대표팀을 만들기 위해 대비책을 만들려고 한다.
-실점 위기만 3차례 있었는데.
계속 강조하는 게 수비는 4명의 수비수만 하는 게 아니다. 모든 선수의 임무다. 포백 수비가 안정화되려면 공격수도 수비를 잘 해야 한다. 수비에서 공격 전환 시 공격수는 몇 초 만에 공을 뺏겼다. 금세 또 수비를 해야 했다. 당연히 수비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행운이 따른 승리였다. 다음 카타르 원정이 우려스럽다.
오늘 어렵지만 이겨서 한숨을 고르게 됐다. 다행스러운 건 카타르전을 앞두고 소집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여유 있게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겠다. 카타르전은 분명히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런 경기력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경기를 갖기도 전에 ‘어렵다’ ‘졌다’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진 경기도 있고 비긴 경기도 있다. 하지만 잘 준비했고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순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은 선수단의 바람이다. 동기부여가 되며 잔여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은 점점 가까워
상대 전적 같은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린 중국에 압도적인 전적을 가졌으나 패했다. 이란과 전적이 좋지 않으나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축구경기는 그날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물론, 개선해야 할 점이 있지만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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