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답답했던 대표팀 마운드에서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만 빛났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막을 내렸다.
한국은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된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됐다. 한국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만과의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0회 혈투 끝에 11-8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1승2패로 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누가 뭐라 해도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8-8 동점이던 9회말 무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앞서 나왔던 투수 이현승(34·두산)이 선두타자 쟝즈시엔에 2루타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대만이 점수가 나면 대만의 승리로 경기가 끝이 나는 상황에서 한국 벤치는 강력한 마무리 오승환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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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A조 최종전" 한국과 대만 경기에서 한국이 연장 혈투끝에 양의지의 희생타와 김태균의 투런포를 앞세워 11-8로 승리, 1라운드 귀중한 첫 승을 거뒀다. 오승환이 경기를 마무리 짓고 양의지 포수와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그러자 분위기는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한국은 10회초 공격에서 양의지(30·두산)의 희생플라이와 대타 김태균(35·한화)의 투런홈런으로 3점을 뽑아 균형을 무너뜨렸다. 오승환은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쉬지홍을 삼진으로 돌려세운데 이어 린저슈엔과 후친롱 마저 내야땅볼로 잡아내 경기를 깔끔히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오승환의 진가가 증명됐다. 오승환은 앞서 지난 6일 이스라엘전에서도 무결점 피칭을 선보였다. 당시 오승환은 1-1로 팽팽했던 8회 2사 만루 위기서 마운드에 올라 버챔을 삼진으로 잡아 위기를 넘겼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네 타자를 상대하며 무실점 호투를 했다. 다만 오승환은 연장 10회 임창용에게 마운드를 넘긴 뒤 임창용이 결승점을 허용하며 한국은 패해서 오승환의 피칭은 묻혔다.
이번 대회 유일하게 제 몫을 해 준 선수라 오승환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다.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 MLB.com도 “오승환이 위기를 넘기며 연장전 승리를 선사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오승환이 대표팀에 선발될 당시만 해도 논란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우려가 되는 점도 있다. 오승환은 2015년 말 해외 불법도박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아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오승환이 KBO리그에 복귀할 경우 정규시즌 50%를 출전 정지한다는 징계를 내렸다. 함께 불법도박을 해 사법처리 당한 임창용(41·KIA)도 지난해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징계를 받지 않은 선수를 국가대표로 발탁할 수 있냐는 도덕적 문제가 제기됐다. 물론 KBO와 김인식 감독은 이 같은 지적을 가볍게 묵살했다. 홈에서 개최되는 2017 WBC 흥행을 위해서 성적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승환을 제외하고는 메이저리거들은 모두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강정호(30·피츠버그)는 음주도주 사고를 일으켜, 이번 국가대표에서 제외됐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도 부상으로 낙마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결국 거센 비난여론을 감수하면 오승환을 승선시키는 무리수를 둔 것도, 성적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하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오승환의 실력만은 확실하게 검증됐다.
그러나 이런 점이 오히려 한국야구가 처한 씁쓸한 현실을 지적한다. 오승환이 잘 던지긴 했어도 이를 통해 사실상 면죄부를 줄까봐서이다. 오승환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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