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국은 두 판 만에 떨어졌다.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 홈에서 망신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최종전이 남아있다. 이 1경기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모든 걸 덮을 수도 없고 돌릴 수도 없다. 그렇지만 의미가 있다. 못 다한 걸 보여줘야 한다. 안 보여줄 걸 안 보여야 한다.
사죄, 보답, 희망, 명예, 자존심, 실리 등 많은 것도 걸려있다. 미래를 기약할 새 출발도 포함돼 있다. 대만을 이기자. 돌이켜보면 4년 전 최종전을 앞뒀을 때와 같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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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2013 WBC 1라운드 B조 한국-대만의 3차전. 한국은 대만을 3-2로 이겼지만 6점차 승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2라운드 티켓을 내줬다. 사진=MK스포츠 DB |
같은 것은 한 가지다. 이번에도 둘 다 웃을 수는 없다. 지난 대회에는 2라운드 진출 티켓 1장을 놓고 다퉈야 했다면, 이번 대회에는 차기 대회 본선 직행 티켓 1장이 걸려있다. 패배 시 A조 최하위와 함께 차기 대회 예선을 거쳐야 한다.
복잡한 셈법은 없다. 팀 퀄리티밸런스(TQB)를 따져 6점차 이상으로 이겨야 한다는 조건도 없다. 이번에는 단순하다. 1점차든, 6점차든 그냥 이기면 된다. 두 팀의 승패 기록이 같을 시 승자승에 의해 순위가 가려진다. 결과적으로 이 한판이 3위 결정전이다.
조건이 사라졌으니 그에 따른 부담은 없다. 4년 전에는 대만을 6점차로 이겨야 한다는 게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짓눌린 타선은 8회에야 폭발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8회 강정호의 2점 홈런에 힘입어 3-2 역전승을 했지만, 목표한 6점차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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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은 2017 WBC 1라운드에서 2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그러나 무기력하지 않았다. 8일 네덜란드전에도 쟝즈하오(사진)의 홈런이 터지면서 흥미진진한 대결을 펼쳤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19이닝 1득점에 그친 한국과 다르게 대만은 18이닝 12득점을 올렸다.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 한국을 꽁꽁 묶은 네덜란드, 이스라엘 마운드를 두들겼다. 두 팀을 대만을 만나 끝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네덜란드의 헨슬리 뮬렌 감독은 혼을 단단히 뺐던 대만의 타격을 높이 평가하면서 경계했다. 국내 야구 관계자도 “대만이 잘 한다”라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 영상과 실전은 전혀 달랐다. 한국이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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