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 야구에 진출했다가 메이저리그 진입에 실패하고 돌아온 ’유턴파’들이 KBO리그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자이언츠 외야수 나경민(25)도 그중 한 명이다.
2010년 시카고 컵스 싱글A 보이시에서 마이너리거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2년까지 컵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소속으로 4시즌동안 232경기에서 타율 0.226 출루율 0.314 장타율 0.270 2루타 19개 3루타 4개 43타점 31도루를 기록했다. 이후 한국으로 복귀, 2015년 신인지명회의 2차 3라운드 24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아쉽긴 하지만, 후회는 없다." 지난 13일(한국시간) 롯데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나경민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며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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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나경민은 새해 건강한 몸으로 도약을 꿈꾼다. 사진(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
’유학’ 기간 그가 가장 인상깊게 배운 것은 무엇일까. 그는 스스로 하는 것을 꼽았다. "한국에서는 코치나 감독님이 이끌어주는 부분이 있는데, 미국은 경쟁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 알아서 연구하고, 노력하고, 스스로 해내야 한다. 미국 애들과 같이 훈련하고 코치들에게 배우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강점이 생겼다."
나경민의 이름은 지난해 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잠시’ 주목받기도 했다. 지금의 컵스를 만든 수많은 트레이드 중 하나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2012년 1월, 컵스는 그와 우완 투수 앤드류 캐슈너를 파드레스에 보내고 우완 투수 잭 케이츠와 한 명의 내야수를 받아온다. 그 내야수가 바로 컵스의 주전 1루수로 성장한 앤소니 리조다.
"아마 리조 때문에 내 이름이 많이 언급됐을 것이다." 나경민도 이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서는 "나와 리조는 급이 맞지 않았다"며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때 리조는 또 다른 메이저리그 선수와 맞교환한 것이고, 여기에 플러스로 마이너리그 선수가 트레이드된 것이다. 같은 급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만약 그때 트레이드되지 않았고, 컵스에서 메이저리거로 성장했다면 지난 시즌 그는 사직구장이 아닌 리글리필드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었을까?
"그러면 좋겠지만..." 나경민은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다 지난 일이다. 내가 많이 부족했다. 지금 이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기에 그런 문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KBO 규정에 따라 2년간 공백기를 가진 그는 지난 시즌 롯데자이언츠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 7월 9일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데뷔, 1타수 1안타 볼넷 2개를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그는 내야수 이여상의 독감 증세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운이 좋았다. 당시 롯데 2군이 함평 원정을 간 상태였기 때문에 내야수 자원을 부르기 힘들어 급하게 상동 구장에 잔류중이던 3군 선수 중 나경민을 불렀다.
"올라가기 전에 하루만 갔다가 올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다. 대주자 정도로 나갈 것이니까 편하게 갔다오라고 해서 유니폼도 한 벌만 챙겼다." 데뷔전 내용은 언질과 달랐다. 7회 대타로 등장, 세 차례 타석에서 안타와 볼넷 2개를 기록하며 100% 출루를 했다. 우연찮게 찾아온 기회를 잡은 셈. 그는 "운좋게도 생각보다 잘했던 거 같다. 루틴대로 준비했기 때문에 떨리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며 데뷔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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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던 나경민은 그 흐름을 잇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 MK스포츠 DB |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깨도 아프고 그래서 재활군에 머물렀고, 사실상 반포기 상태였다. 좋았던 모습, 안좋았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다. 성적이 떨어진 것은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재활군에서 야구를 많이 못했다. 재활에 비중을 두다보니 기술이나 그런 것을 준비하지 못했다."
이제 작년은 잊고 새롭게 출발한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1군과 함께 훈련중인 그는 "몸상태는 아주 좋다"며 시즌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에 입단하기 전 2년의 공백기동안 공익근무로 군문제를 해결하면서 마음의 짐도 덜은 그는 이제 야구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사실상 그가 롯데에서 제대로 맞이하는 첫 번째 시즌이 될 2017년, 그는 소박하지만 의미 있을 자신의 목표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 내 위치를 알아야 한다. 위치가 낮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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