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김인식(70) WBC대표팀 감독은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을 품었다. 아주 놀랍지 않다. 김 감독은 일주일 전 갖가지 변수를 들었으나 에둘러 오승환의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초 오승환은 김 감독의 2017 WBC 구상에 포함돼 있었다. WBC 개막이 다가올수록 ‘뽑겠다’는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김 감독은 11일 “대표팀의 전력이 약화됐다. 선발진의 무게가 떨어져도 오승환을 합류시켜 불펜을 강화하는 방향이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라며 오승환의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감독으로 불린 그는 한국야구의 미래를 걱정했다. WBC의 성적 부진으로 한국야구의 퇴보를 우려했다.
WBC를 국내에서 첫 개최하는 가운데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KBO리그의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팀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성적지상주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국야구의 미래를 걱정했다면 ‘올바른’ 선택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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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식 WBC대표티 감독의 오승환 선발 과정은 결코 좋은 선례가 아니다. 사진=MK스포츠 DB |
국가대표는 국민을 대표하고 나를 위해 힘써야 한다. 한 개인이 아닌 모두의 명예가 우선적인 가치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오승환의 선발로 태극마크의 명예가 흠이 났다. 김 감독은 한국야구에 큰 짐이자 숙제를 남겼다.
게다가 오승환의 WBC대표팀 승선 과정은 기본과 상식도 어긋났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씩 밟아야 하는 단계라는 게 있다. 하지만 절차마저 ‘제멋대로’였다.
WBC는 50명의 예비엔트리와 28명의 최종엔트리가 있다. 오는 2월 6일까지는 자유롭게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3개의 그룹이 있다. 피라미드식으로 하나씩 올라간다. 최종엔트리에 부상 등으로 빈자리가 발생할 경우, 예비엔트리에 있던 선수가 채운다. 그리고 새로운 선수가 예비엔트리에 들어간다.
그 동안 최종엔트리에 올랐던 김광현(29·SK), 이용찬(28·두산), 강정호(30·피츠버그), 강민호(32·롯데)가 여러 이유로 낙마했다. 이에 예비엔트리에 포함됐던 심창민(24·삼성), 김하성(22·넥센), 김태군(28·NC)은 대체 선수로 뽑혀 최종엔트리로 이동했다.
여기에 예비엔트리의 김주찬(36·KIA), 이재원(29·SK)도 빠졌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유희관(31), 박건우(27·이상 두산), 오지환(27·LG), 이지영(31·삼성)가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가 이 절차에 따랐다. 하지만 오승환만 ‘예외’였다. 오승환은 지난해 12월 1일 WBCI에 제출된 예비엔트리에
김 감독은 예비엔트리에 없던 오승환을 곧바로 최종엔트리의 한 자리에 앉혔다. 대회 규정상 문제될 건 없지만, 정해진 틀이 있는 대표팀에서 결코 바람직한 선발 과정은 아니다. 오승환만 바라봤던 김인식호는 끝까지 오승환만을 위한 ‘특혜’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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