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타이거 우즈가 멘탈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까.”
지난 24일(한국시간) ‘골프 황제’ 우즈(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동반 라운드를 펼친 뒤 각종 예상들이 쏟아졌다.
우즈와 트럼프 당선인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이날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이 클럽 회원 2명과 함께 라운드 했다.
아쉽게도 이날 취재 기자와 사진 기자들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됐다. 당연히 라운드 분위기와 가장 관심을 모은 트럼프 당선인의 골프 스타일, 정확한 스코어는 밝혀지지 않았다. 대통령 골프. ‘일급 비밀’이다.
다만 기념 사진을 통해 보여진 우즈와 트럼프 당선인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즈는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동반라운드를 했었기 때문에 대통령과의 골프가 낯설지 않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라고 해서 긴장한 모습은 아니었다.
정확한 라운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 많은 골프계 인사들은 우즈가 제대로 멘탈 훈련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근거가 있다. 우즈는 최근 복귀를 위해 노력했고 1년 4개월만에 복귀한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첫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는 등 회복된 기량을 보였다. 당연히 황제에게 멀리건이나 알까기 등 속임수는 없다.
트럼프 당선인의 알려진 골프 실력은 엄청나다. 핸디캡 2.8.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골프를 가장 잘 친다. 드라이버샷도 280야드 이상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최근 스코어 10회를 분석하면 최저타는 70타, 가장 못 쳤을 때가 86타다. 그래도 5차례나 70대 스코어를 기록한 ‘알짜 싱글’이다.
그런데 이런 트럼프의 골프를 아무도 믿지 않는 것이 문제다. 트럼프는 ‘속임수 골프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 컨시드를 주거나, 알까기도 부족해 볼을 2개 쳐서 그중 좋은 타수를 스코어카드에 기입하기도 하는 식이다.
트럼프의 골프 스타일은 골프를 처음 접할 때 만들어 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와튼 경영대학원을 다닐 때 골프를 접했고 콥스크릭이라는 퍼블릭에서 이른바 ‘타짜’들과 플레이를 하면서 모든 것을 배웠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배우 사무엘 잭슨은 “트럼프와 당신 중 누구의 골프 실력이 더 좋은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속이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속임수를 쓴다고 돌려 말한 바 있다. 가수 앨리스 쿠퍼는 “트럼프와 골프를 친 적이 있는데 최악의 속임수 골퍼를 꼽는다면 아마 그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가장 최근 트럼프의 골프를 폭로한 오스카 델라 호야는 “트럼프가 첫 홀에서 멀리건을 세 차례나 썼고 페어웨이에서 알까기를 한 뒤 ‘첫 번째 볼이 여기 있다’고 말해 웃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트럼프가 친 볼이 물에 빠지자 말도 없이 바지 주머니에서 불을 꺼내 치더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라운드 성사도 의외로 여겨진다.
물론 트럼프는 지난 3일 우즈가 1년 4개월만에 대회에 복귀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돌아와서 반갑다. 타이거. 특별하다!”는 글을 남길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게다가 트럼프는 전 세계 최고의 골프장 18개(2개는 공사 중)를 보유한 골프 재벌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각종 인종차별과 성차별 발언으로 ‘공공의 적’이 돼 있다. 특히 흑인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32·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이달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이름이 내걸린 호텔 투숙을 거부했다. 또 나이지리아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자 월레 소잉카(82)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미 영주권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골프계에서는 트럼프 골프장에서 대회를 열지 않겠다고 공언한 곳도 있다.
이런 배경으로 골프계는 트럼프와 우즈의 라운드는 골프계의 반감과 인종차별에
이날 라운드의 내용과 성사 과정은 우즈와 트럼프만 알고 있다. 하지만 골프계의 바람은 한가지다. 골프계와 트럼프의 관계가 회복되고 우즈를 통해 트럼프의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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