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MONAKO.’
이보다 적절한 제목이 있을까. MONAKO는 AS모나코와 K.O의 합성어다. 토트넘홋스퍼가 23일 모나코전 1-2 패배로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자 영국 일간지 ‘미러’는 기다렸다는 듯 1면에 이 같은 제목을 달았다.
올 시즌 토트넘은 손흥민의 결승골로 승리한 CSKA모스크바전을 제외하고 매경기 KO를 당했다. 모나코에 두 번 모두 패했고, 레버쿠젠에는 한 번 비기고 한 번 패했다. 5경기에서 거둔 승점은 4점에 불과하다. 조기 탈락은 당연한 결과다.
↑ 모나코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경기에서 9골을 넣을 동안 토트넘은 3골을 넣었다. "광탈"은 당연한 결과다. 사진(모나코)=AFPBBNews=News1 |
프리미어리그에서 12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한 토트넘이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유독 죽 쑤는건 왜일까. 레알마드리드, 바이에른뮌헨, 유벤투스, 파리생제르맹과 같은 절대 강호와 한 조에 속한 것도 아닌데.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홈구장 같지 않은 홈구장을 들 수 있다. 토트넘은 신축 경기장 건립에 따라 2017년까지 유럽대항전을 ‘성지’ 웸블리에서 치른다. 경기장 규격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른 웸블리는 상대에게나 토트넘에나 원정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챙긴 4점은 모두 원정에서 가져왔다. 웸블리에선 두 번 싸워 모두 패했다. 영국공영방송 ‘BBC’의 픽 맥널티 수석기자는 “‘세입자’들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표현을 썼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경험 부족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지적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사우스햄튼, 토트넘을 맡으며 프리미어리그에는 완벽하게 적응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상대하는 팀 스타일이 프리미어리그와 다르단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 듯하다.
사나흘 간격으로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일정을 소화하려면 전술, 지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선수단 컨디션 관리와 로테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뜩이나 압박과 활동량을 중시하는 전술을 선호하는 포체티노 감독은 이 부분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 고개 숙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 사진(모나코)=AFPBBNews=News1 |
모나코전에선 주말 첼시전에 대비해 로테이션을 활용했지만,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핵심 수비수인 얀 베르통언 대신 케빈 비머, 카일 워커 대신 키에런 트리피어, 크리스티안 에릭센 대신 해리 윙크스를 각각 투입했는데, 이들은 모나코의 템포에 적응하지 못했다.
세 번째 이유는 선수들의 정신력, 준비자세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직접 꼽았다. 그는 “정신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은 토요일 경기를 마치고 화요일 또는 수요일에도 뛸 수 있게끔 늘 준
빡빡한 일정에 체력적으로 완전치 않더라도 정신력만큼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다. 모나코전에서 이 주문을 충실히 이행한 건 골키퍼 우고 요리스 한 명 뿐이었다. 요리스는 이 경기에서만 슈팅 9개를 선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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