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壟斷)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혼란의 늪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9월에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국민들은 땅이 흔들리는 전혀 생경한 무서움을 경험했는데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더니 나쁜 일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특히 체육계가 국정농단 세력의 주요한 먹잇감이었다는 혐의사실에 체육인들은 경악하고 있다.
유례없는 최악의 경제난과 안보위기 속에 국정마저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드려야 할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역시 비정상이어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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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올해 창단 첫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KBO의 ‘가을야구’는 2년 연속 불미스러운 스캔들과 악재 속에서 축제의 빛이 바랬다. 사진=옥영화 기자 |
1. 스포츠에게 정치는 금지약물이지만 악용되는 문제점
이번의 국정농단 사태로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했던 스포츠산업의 발전과 비인기종목, 체육유망주의 육성을 통한 창조적인 문화체육선진국으로의 발전전략이 동력을 잃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미 국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도 총예산 5조 9,100억 원 중에서 최순실 관련예산 1,800억 원을 삭감했다고 한다. 혹시라도 발전적인 체육관련 예산이 동반해서 삭감되지 않았을지 우려된다.
이번의 사태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적인 대사인 2018평창동계올림픽 마저 이들 불순세력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이용당했다는 의혹사실이다. 올림픽이 갈수록 고비용화 되어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아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저비용 방안을 대폭 개선했고, 그래서 타 도시는 물론이고 타 국가와도 분산개최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는데 막대한 사후유지비용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대안을 수용하지 않았던 것도 일부 인사들의 사익을 위한 조치였다는 혐의내용은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참고 : 올림픽은 단일도시 개최가 종전까지의 기준이었다.)
스포츠에게 정치는 금지약물과 같은 존재이지만 현실은 어떤가? 스포츠를 가장 정치적인 도구로써 활용도 하지만 악용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에 빌붙어서 이익을 추구하고 행세를 하는 나쁜 사람들 때문에 청정(淸淨)해야 할 스포츠의 가치가 훼손되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역사적으로 스포츠는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며 발전을 거듭해서 우리나라를 ‘스포츠강국’의 반열에 올렸고, 이제 진정한 ‘스포츠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스포츠코리아의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분석해보자.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지킨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렇게 장기간에 걸친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것은 체계적인 감독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거나, 다수의 관계자들이 범법행위에 동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체육계 역시 마찬가지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가가 운영주체인 엘리트스포츠는 오늘의 주제가 아니니까 일단 접어두고, 국민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경우를 살펴보면, 그 나이테의 두터움에 비해서 내부의 시스템은 여전히 허약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2.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현실과 대책
- 외화내빈外華內貧, 운영시스템의 구조적인 취약성
- 종전보다 훨씬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의 필요성
- 리그 운영기구의 권한강화 필요성
- 구단의 스포츠경영 전문성 향상
프로야구는 두산베어스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프로축구는 FC서울의 극적인 역전우승으로 화려하게 2016 시즌의 대미를 장식했지만 두 종목 공히 왠지 뒤끝이 개운하지가 않다. 2년 연속 유사한 사유의 범죄행위가 이어지면서 축제분위기를 망쳤기 때문이다.
먼저 프로야구를 보자. 작년 코리안시리즈(Korean Series : KS)를 앞두고 5년 연속 통합챔피언을 노리던 삼성라이온즈의 주축 투수 세 명이 원정도박 스캔들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축제무대가 헝클어졌다. 올해 역시 KS에 오른 NC다이노스의 주력선수 두 명이 승부조작 혐의와 음주운전으로 인한 징계로 반쪽짜리 KS가 되었다. 특히 구단이 범죄혐의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속였다는 KS 직후에 발표된 경찰조사 결과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선수의 승부조작이나 불법베팅도 심각한 범법행위이지만 구단이 그 사실을 알고도 선수를 출장시켰거나 해당선수를 다른 구단에 트레이드 했다는 혐의사실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동안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솜방망이 처벌이나 근본적인 치유가 아닌 꼬리 자르기로 인해서 이렇게 불법행위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10개 구단, 800만 관중 시대, 최고의 인기스포츠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가려진 불공정행위를 근절시켜야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정상적인 범죄를 없앨 수 있다. KBO와 각 구단, 선수협의회 등 관계기관은 머리를 맞대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굳이 다른 나라의 경우를 예를 들지 않더라도 어렵게 쌓아 올린 성과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프로야구의 젓줄인 아마야구의 현실은 더욱 비참하다. 대한야구협회(이하 ‘협회’)는 각종 비리로 집행부의 권한이 정지 된지가 오래되었고, 야구부 운영을 학부모의 지갑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입시비리, 회계부정 등 온갖 범법행위 역시 여전한 상황이다.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의 보다 적극적인 경영지도와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아마야구가 튼실해야 프로야구의 미래가 보장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허약한 아마야구의 현실을 방치할 것인가? 아마야구 팀 창단과 야구장건설사업 등 인프라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KBO의 산하기구 ‘야구발전위원회’의 기능이 유명무실화 된지도 오래 되었고, 당장 코앞에 닥칠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올림픽대회 준비도 발등의 불이다.
다음으로는 반복되는 프로야구의 범법행위 근절대책에 관한 문제를 보자. 무엇보다도 최고 인기스포츠에 걸맞은 품격향상을 위해서도 범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징계조치가 필요하다. 그동안 유사한 비리행위가 터질 때마다 “선수는 퇴출되지만 구단과 연맹은 살아남는다.”는 자괴감 어린 뜻있는 야구인들의 외침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야구발전을 위해서 적당히 묻어두고 가자.”는 사탕발림에 더 이상 동조해서도 안 된다. 이제라도 전체 야구계가 허심탄회한 공론의 장을 열고, 근본적인 해결대책을 찾아야 한다. 언론의 감시기능 역시 제 역할에 미흡함이 없었는지 반성하고, 프로야구가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끈질기게 추적하고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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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축구는 전북현대가 심판 매수 사건으로 승점 9점을 삭감당하는 징계를 받은 후 FC 서울의 역전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사진=옥영화 기자 |
또 다른 원인으로는 두 종목 모두 리그운영을 관장하는 KBO와 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프로스포츠가 시작 된지도 35년이나 지난 현 시점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개선대책을 세워야 한다. 각 구단이 주인인 리그의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있지만, 리그의 합리적인 권한이 강화될수록 리그 운영의 미래지향성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구단들의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각 구단 스포츠경영 시스템의 전문성 강화 문제를 들 수 있다. 프로리그의 연륜이 쌓이면서 그동안 많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각 구단 프런트의 전문성이 보다 더 향상되어야 한다. 다른 어떤 분야와 마찬가지로 스포츠경영 역시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아직도 스포츠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그릇된 편견이 실제 인사에 반영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 보니 구단이 스포츠의 특성을 감안한 미래지향성 보다는 당장의 이익(승리)에 집착하는 경영전략을 몰아붙이기가 쉽고, 연맹이 운신할 수 있는 보폭을 축소시켜서 사고가 터질 때 마다 미봉책, 꼬리 자르기와 같은 단기대책으로 황급히 묻어버리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다.
2016년도 이제 한 달여가 남았다. 상상할 수 없는 큰 사건으로 나라가 온통 혼돈상태이고, 국민에게 즐거움을 드려야 할 프로스포츠 역시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흔들리고 있다. 그렇지만 언제나 슬기롭게 국난을 극복해 왔던 우리 민족이기에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먼저 우리 스포츠 계부터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개선해서 국민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글 : 최종준 MK스포츠 전문위원 (前 프로야구 LG/SK 단장 / 前 프로축구 대구FC 사장 / 前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 前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