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경기를 뒤집은 점에 대단히 만족한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역전승’에서 ‘역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2-1 승리한 직후 “선제골을 내주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으나 선수들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결국 정당한 승리를 거뒀다”고 자화자찬했다. 주장 기성용은 “부담이 있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뒤집은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동조했다.
역전승은 짜릿함과 승점 3점을 함께 선물한다. 한국은 지난달 이란전 패배로 A조 3위로 추락했다. 이날 승리하지 못하면 슈틸리케 감독과 기술위원회가 동반 사퇴할 거란 말이 나돌았다. 전반 24분 수비수 실수로 마라트 비크마예프에게 선제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21분과 39분 각각 남태희와 구자철의 연속골로 승리하고 분위기를 전환했다. 승점 10점(3승 1무 1패)을 기록 우즈베키스탄(승점 9)을 1점차로 따돌리고 2위를 탈환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위는 3, 4위와 다르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 |
↑ 김기희와 김승규.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
하지만 선수단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역전승한 뒤 날뛰듯 좋아하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한국이 언제부터 월드컵 최종예선 홈경기에서 이토록 고전했었나. 상대는 스페인과 같은 세계 강호가 아니라 객관적 전력, 상대 전적 등에서 모두 열세인 팀이거늘. 그러고 보니 대표팀은 10월6일 카타르와 홈경기에서도 1-2를 3-2로 뒤집고 좋아했다. 9월1일 중국전에선 먼저 3골을 넣고 2골을 내리 실점했다. 까딱 뒤집힐 뻔했지만, 이겼다고 좋아했다.
시리아전 0-0 무승부, 이란전 0-1 패배까지 포함할 때, 월드컵 최종예선 5경기에서 ‘완승’이라고 할 만한 경기는 없었다. 무실점 전승한 2차 예선과는 딴판이다. 진짜 실력이 최종예선에서 드러난 셈이다. 경험이 부족한 수비수들이 돌아가며 실수를 범한다. 공격 전술은 손흥민 아니면 ‘이마’다. 무척 단조롭다. 코치진과 선수들 사이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 코치 자격증도 없는 차두리를 분석관(겸 분위기메이커)으로 영입하고,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을 다시 호출해야 하는 게 대표팀의 현실이다.
![]() |
↑ 생각에 잠긴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
우즈베키스탄전 승리에 일정 부분 가려질 수도 있겠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한 듯하다. 플랜B(김신욱)의 정상 가동을 위해 플랜A(이정협)를 희생한다는 얘기는 살다 살다 처음 듣는다. 플랜A는 말 그대로 첫 번째 계획이다. 이정협이 경기장을 누빈 66분 동안 제대로 된 슈팅 한번 날리지 못하고, 팀이 0-1로 끌려갔다면 이 카드는 실패했다고 말해야 한다. 이정협이 상대 수비수의 체력을 깎아준 덕에 김신욱이 활약할 수 있었다는 소릴 할 거면 플랜A로 김신욱을 지목해야 하지 않을까.
내년 3월 재개
[yoonjinman@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