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다들 정상이 아니다.
세상이 이해가 되지 않던 9일 오후, 도대체 난해한 사과문 하나가 날아들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올해의 팀’ 두산이 투수 진야곱(27)의 불법 스포츠도박 검거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데 내용이 뜨악했다. 9월까지 페넌트레이스에 등판했던 투수의 범죄를 “지난 8월에 알았고 KBO에 신고했다”고 당당하게 적었다.
진야곱의 불법 스포츠도박 사실은 이틀전인 7일 경기북부경찰청의 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 결과 발표 현장에서 이미 기자들에게 밝혀졌다. 경찰은 2011년 행위로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될 H투수의 범죄로 발표했지만, KBO의 징계 가능성은 높았다.
↑ 한국시리즈 챔프팀 두산과 준우승팀 NC가 줄줄이 ‘사고 선수’들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로 야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이 밝혀진 두산 진야곱(왼쪽)과 NC 소속 당시의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롯데 이성민(오른쪽). 사진=MK스포츠 DB |
한바탕 소란 끝에 두산과 KBO 사이에는 ‘신고’로 간주할 만한 공문이나 이메일이 오가지 않았고, 내용조차 확인이 불가능한 유선 연락도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짜 왜들 이러는지 당혹스럽다.
2014년의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투수 이성민(롯데)과 연루돼 원소속구단 NC가 리그 사상 초유 프런트 책임자들의 ‘사기’ 혐의 검거라는 충격을 던진데 이어 두산은 “승부조작이 아니라 불법 스포츠 도박이어서 경솔하게 판단한 것 같다”는 어이없는 해명으로 위험한 수준의 ‘불감증’을 드러냈다.
경찰의 판단과 달리 NC가 당시 이성민의 범죄를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진다 해도 법적 처벌 대상인 ‘사기’ 혐의를 벗을 뿐이다. 구단이 계좌 추적을 통해 의심 정황을 포착했던 선수를 방치도 모자라 ‘특별지명 시장’에 내놓았고, kt로 보낸 후 ‘자리가 부족했다’는 안타까움을 연기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두산이 KBO에 부적절하고 애매하게라도 유선 ‘알림’을 했는지 여부 역시 두산을 구명할 수 없다. 잘못을 알고도 선수를 한달반 동안 썼다. 야구선수가 불법 도박 사이트를 통해 야구경기에 판돈을 걸었는데 승부조작보다 가벼워 큰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무신경은 이제 덮을 수 없다.
올해의 마지막 ‘가을야구’ 파트너였던 두 구단이 끼얹은 실망감은 참혹한 수준이다. 어쩌면 이 리그에서 왜 선수들의 일탈 사고가 맹렬하게 되풀이되는지 설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좌 추적까지 받고도 신생팀에 환영받으면서 이적하고 다시 롯데로 옮겨 ‘별일없이’ 야구를 계속한 이성민과 불법 스포츠 도박을 자백하고도 한달반 동안 1군 경기에서 중용된 진야곱은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그들의 동료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할까.
오랫동안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로 사랑받아온 야구판의 오만함이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입으로는 “이러다 큰일 난다”고 말들 하지만, 정말 큰일이
번번이 잠깐 비난만 견디면 될까. 정정당당한 그라운드를 지켜내지 못하면 리그의 미래는 분명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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