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9일 오후 두산의 사과문은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KBO 징계와 별개로 구단 자체 징계를 공언했다. 진심 어린 사과였을지 모르나 오히려 ‘이상한’ 해명 문구는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쟁점이 바뀌었고,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
진야곱은 명백하게 잘못된 행동을 했다. 진야곱은 지난 2011년 당시 팀 동료였던 이재학(현 NC)의 부탁을 받고 불법 도박을 했다. 이재학의 160만원과 별도로 자신도 600만원이라는 거액을 프로야구 경기에 베팅했다.
국민체육진흥법 시행 이전으로 공소시효가 끝나 공소권이 없어 법적으로 처벌할 길은 없지만,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이 더 크다. 옛날 일로 법적인 책임은 없다 해도 KBO의 징계를 피할 수는 없다. 품위손상행위에 적용된다. 진야곱은 조만간 상벌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 9일 진야곱에 관한 두산의 사과문은 두산과 KBO의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 8월 KBO의 ‘부정행위 자진 신고 및 제보 기간’에 모든 소속 선수를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해당 선수가 이 면담을 통해서 2011년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배팅을 했던 점을 시인했으며 구단은 이 사실을 곧바로 KBO에 통보했다.”
논란거리는 두 가지다. 1) KBO는 진야곱의 부정행위를 알고도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았다. 2) 두산은 진야곱의 부정행위를 알고도 출전을 강행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여름이다. 승부조작 파문으로 날씨보다 더 뜨거웠던 야구계였다. KBO는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12일까지 부정행위 자진신고 및 제보를 받았다. 단순히 승부조작만 아니다. 도박, 부정 청탁, 뇌물 수수,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모든 부정행위가 해당된다.
두산의 보도자료 대로면, KBO는 깊숙이 파고든 검은 손길의 큰 충격에도 두산과 함께 ‘나 몰라라’하며 덮으려 했다는 것이다. 앞장서서 뿌리 뽑지 못할망정, 숨기려했다는 건 더 큰 쇼크다.
두산은 “운영팀을 통해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공문으로 전하지 않았을 뿐이다, 분명 이 같은 사실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KBO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KBO는 3주간 접수된 건 유창식(전 KIA)의 승부조작, 1건이었다고 했다. 진야곱과 관련해 자진신고 혹은 제보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만약 그 같은 일이 있었다면, 유창식 건과 마찬가지로 즉각 반응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KBO가 밝힌 진야곱의 부정행위 의혹 인지 시점도 8월이 아닌 9월이다. 그것도 두산이 아닌 경찰을 통해서였다. 9월 22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만 접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진야곱은 정규시즌이 끝난 뒤인 지난 10월 11일 출두했다.
↑ 9일 진야곱에 관한 두산의 사과문은 두산과 KBO의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사진=MK스포츠 DB |
진야곱은 지난 8월 4일 김강률, 정재훈과 함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사유는 부진이었다. 전날 LG전에 담 증세의 니퍼트를 대신해 선발 등판했으나 6타자를 상대로 볼넷 4개를 내주며 강판했다. 3경기 평균자책점이 14.71(3⅔이닝 6실점)에 이르렀다.
2군에 내려가 2경기(5일 한화전-9일 화성전)를 뛰었다. 그리고 열흘을 채워 지난 8월 14일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그는 이후 17경기에 등판했다. 구단이 선수의 부정행위를 눈 감아줬다고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두산도 해명했다. 현장은 진야곱이 ‘직접’ 불법 도박을 했다는 걸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진야곱이 경찰 소환 통보를 받은 뒤 현장에 상의했고 부랴부랴 진야곱을 전력 외로 분류했다.
진야곱은 지난 9월 3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한국시리즈에도 결장했다. 9월 평균자책점 0(9⅔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던 진야곱의 이탈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늑장 대응인 셈이다. 진야곱은 10월초 경찰에 출석했고 불법도박 혐의를 시인했다.
지난 8월은 승부조작 의혹을 받은 이재학의 경찰 조사로 야구판이 한창 시끄러웠던 때였다. 진야곱은 5년 전 개인 통장으로 이재학의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 자금이 오갔다는 걸 구단에 털어놨다. 야구규약에 명시된 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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