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저 친구 영입해야겠는데.’
2003년 8월 6일이었다. 당시 부상 중이던 맨유 라이트백 게리 네빌은 집에서 맨유와 스포르팅리스본간 친선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 경기에서 시종일관 그의 눈을 사로잡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당시 17세)였다. 경기 내내 존 오셰이가 농락당하는 걸 보며 한편으로 비웃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의 심경을 이해했다. 자신이 출전했어도 똑같은 놀림거리가 될 수 있겠다고 직감했다.
“이름을 들어본 적도, 어디서 본 적도 없는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무척 빨랐고, 강했으며, 위치 선정도 좋더라고요. 오셰이와 센터백 사이를 파고드는 움직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호날두가 뛰는 걸 보고 나서 동생(필립 네빌)에게 바로 문자를 했습니다. 저 친구 영입해야겠다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경기를 마치고 맨유 라커룸에서도 다들 그 얘기를 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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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는 맨유에서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사진=AFPBBNews=News1 |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도 호날두를 놓치지 않았다. 네빌의 기억에 따르면 ‘웬만한 베테랑도 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하던 꼬마’ 호날두는 친선경기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올드트라포드에 입성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2009년까지 최고의 활약을 펼친 뒤, 거액의 이적료를 안기고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입단 후 2년 반 만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한 선수로 성장했어요. 특히 2006 월드컵을 다녀오고 나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죠. 언제 패스를 할지, 언제 뛰어야 할지 등등을 한 번에 깨달은 것 같았어요. 저는 늘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로이 킨이 제가 뛰어본 선수 중 최고라고 말해왔는데 2006년부터 2009년까진 호날두가 최고였습니다. 웨인 루니, 카를로스 테베스와 함께 뛰는 모습을 보는 건 꿈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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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호날두를 한 눈에 알아봤다. 사진=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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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것 중 하나는 박지성이 이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는 사실. 사진=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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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리그 우승 축배. 맨유와 함께 한 마지막 순간. 사진=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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