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말 많고 탈 많았던 한화가 3일 김성근 감독(74)의 유임을 발표하면서 신임 박종훈 단장(57) 영입이라는 프런트 인사를 단행했다. 건강한 재임기라면 불필요했을 ‘계약기간 중 유임발표’를 하고 새 단장 영입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전임 단장과 감독간 부조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등 구단의 이번 발표를 통해 김성근 감독 체제의 ‘문제점’ 역시 공식화됐다.
김감독의 임기에 대한 내부의 반발, 체제변혁을 도모했던 시도는 분명히 있었고 결국 그런 논란을 넘어선 그룹 고위층의 강력한 신임 역시 실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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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유임이 발표된 한화 김성근감독(왼쪽)은 권한이 대폭 강화된 신임 박종훈 단장(오른쪽)이라는 의사결정의 ‘파트너’를 맞게 됐다. 한화는 김감독이 ‘1군 감독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것으로 발표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강팀 도약을 위한 New Challenge’를 선언한 구단의 구상은 한화판 ‘무한도전’으로 불러야 할 내용이다. 성공 이전에 ‘김성근의 팀’에서 실행이 가능한지 궁금한 수준이다.
구단 시스템과의 ‘수평적 시너지’는 7개 구단을 거치면서 1300승을 돌파하는 동안 ‘김성근 야구’가 한 번도 성공해보지 못했던 실험이다. 투혼의 한국시리즈 진출 드라마를 썼던 2002시즌 이후 LG와 결별한 것도, 3차례 우승을 일궈낸 SK와 끝내 험하게 이별한 것도 번번이 구단 시스템과의 부조가 배경이 됐다. ‘김성근 야구’는 프런트와의 협업이나 조화보다는 현장 우위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효율을 찾는 스타일이었고, 이는 4년만의 프로리그 복귀였던 한화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이 그것에‘만’ 집중할 것으로 표현된 ‘1군 감독 본연의 업무’가 어디까지인지 일반적으로 규정된 영역은 모호하지만, 일단 한화는 ‘선수단 운영의 전반적인 관리’를 박 신임단장의 영역으로 발표했다. 1군 감독의 지휘봉 아래에서 선수단 운영을 명시적으로 들어내는 선긋기는 보통의 감독들에게도 과격할 수 있는데 이를 김성근 감독에게 빼앗았다는 점이 상당히 파격적이다.
한화의 구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첫째는 김성근 감독과의 성공적인 동행을 위한 ‘결단’이라는 해석이다. 구단은 박 신임단장과 꽤 오랜 시간 교감했고 김감독의 이해를 받아낸 뒤 혁신안을 발표했다. 즉 김감독은 구단의 이번 전략적 개편에 동의했다. 구단은 김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과 현장 감각을 신임했고, 김감독은 논란을 불렀던 선수단 운영을 구단에 넘겼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번 개편안은 양측의 진정성 있는 ‘합의’가 된다.
그러나 상당히 이상적인 구분일 뿐 막상 현실의 ‘선수단 운영’ 이슈가 똑 떨어지게 이원화된 의사결정 구조에 부합하기 힘들다는 점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 크게 약해진 입지 속에 마지못해 동의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은 이 ‘결단’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그동안 ‘김성근 야구’의 가장 큰 특징은 변화 보다는 소신이었고, 자주 ‘불통’ 논란에 휘말릴 만큼 독자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고 있었다.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김성근감독이 선수단 운영에 여전히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혹은 개입하기 힘든 여건을 성토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권한을 나눠가진 양측의 힘싸움으로 번지면 이 모델은 더 큰 혼란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둘째는 김성근 감독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현 체제의 ‘유예’라는 분석이다. 구단이 전문성 강화를 위한 프런트 이원화 전략과 구단 주도의 육성, 선수단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안 ‘김성근 한화’는 최소한의 모습으로 임기만 채워주는 ‘전술’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새 구상에 담긴 한화 구단의 ‘목표년도’를 2018시즌 이후로 분석하면, 내년 시즌의 의미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구단 안팎에서 재계약이 불발될 ‘시한부카드’로 김감독 3년차를 확신한다면, 김성근 감독의 경질 논란 속에 구단 내부의 불협화음이 쏟아져 나왔던 이번 시즌 후반의 ‘레임덕’ 현상이 다시 1년간 되풀이될 수도 있다. 불안한 ‘유예’ 체계는 임기를 보장받고도 김성근 감독이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데다 선수, 스태프
어디까지 진정성 있는 구상이고, 어디까지 이상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까. 기대보다는 우려, 확신보다는 궁금증 속에서 한화와 김성근감독의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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