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이상철 기자] “왜 그러세요.” 1일 초코우유를 손에 들고 마산구장 3루 더그아웃에 나타난 허경민(두산)을 향해 ‘추남(秋男)’이라고 부르자, 그는 난색을 표했다.
이상한 표현은 아니다. 그는 가을사나이다. 지난해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며 포스트시즌 단일 최다 안타(23개) 신기록을 작성했다. 타율은 0.426(54타수 23안타). 준플레이오프(4경기 8개 0.533)-플레이오프(5경기 6개)-한국시리즈(5경기 9안타) 등 어느 무대든 그의 배트는 식지 않았다. 고른 활약이었다.
↑ 허경민은 이번 한국시리즈 타율 0.385 5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팀 내 가장 좋은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도 2번의 찬스에서 잇달아 적시타를 날려 두산의 승리에 이바지했다 사진(창원)=김영구 기자 |
1차전에서 홀로 3안타를 때렸던 그는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그 1점으로 두산은 3시간51분이 소요된 22년 만의 한국시리즈 연장전서 승리했다. 그리고 쉽지 않았던 첫 경기를 잡으면서 시리즈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수비도 견고하다. 10회초 1사 3루서 김성욱의 내야 땅볼을 캐치, 3루 주자 김종호를 아웃시켰다. 이 고비를 넘기면서 두산은 반전에 성공했다.
허경민은 “특별히 안타를 의식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수비를 잘 하는 게 우선이다”라면서 “만약 그 타구를 빠트렸다면, (결승 실점으로)난 아마 앰뷸런스를 타고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을 것이다”라고 웃었다.
자신의 활약상을 저평가했다. 모두가 다 잘하고 있으며, 자신은 그보다 역할이 크지 않았다고. 그렇지만 허경민 없이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눈앞에 두긴 어려웠다.
3차전에도 허경민은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두산의 6-0 승리에 기여했다. 적재적소에 터진 2방이었다. 1-0에서 2-0으로, 그리고 2-0에서 4-0으로 달아났다. 팽팽한 균형을 깨는, 그리고 두산에 승리를 안겨주는 결정타였다.
타율 0.385 13타수 5안타 3타점 2득점. 한국시리즈 팀 내 타율 1위-안타 1위-타점 1위-득점 1위다. 가장 매섭게 배트를 돌리고 있는 공포의 8번타자다.
허경민은 과감하게 플레이를 펼친다.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타격을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단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은 싹쓸이 3승을 하면서 사상 첫 한국시리즈 2연패에 1승만 남겨뒀다.
허경민은 유난히 상복이 없다. 지난해 일구대상의 의지노력상을 수상했다. 예년보다 기량이 발전하는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그에게는 첫 트로피였다.
포스트시즌에서 신기록까지 세우며 안타제조기로 명성을 떨쳤지만, 시리즈 MVP는 물론 경기 MVP도 받지 못했다. 허경민이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승리에 기여한 이번 한국시리즈 1,3차전에도 빈손. 경기 MVP는 완벽투를 펼쳤던 니퍼트(8이닝 무실점)와 보우덴(7⅔이닝 무실점)이었다.
허경민은 “상을 받으려고 경기를 하는 게 아니다. 우승을 위해 뛰는 것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받아도 아쉽지 않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 허경민(왼쪽)은 지난 10월 29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1회말 오재일의 희비에 홈을 밟으며 3시간51분의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허경민은 지난해 자신이 세웠던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자신의 손으로 깨고 싶다고 했다. 그는 “(기록 경신은)분명 쉽지 않다. 우선적으로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는)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도 언젠가 내가 다시 한 번 그 이상의 안타를 치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하는데,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허경민은 지난해에 비해 안타를 칠 기회가 적었다. 강팀에서 뛰는 비애(?)라고 할까.
허경민은 목표를 살짝 수정했다. 이렇게 됐으니 단일 시즌 기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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