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이맘때는 ‘부킹 전쟁’이 일어나야 정상인데 이번 주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첫 주말인데다 연휴와 날씨까지 겹쳐 간신히 80%를 채웠어요. 일반적으로 예약률이 110% 였던 것을 감안하면 30% 정도 하락했습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후 첫 주말을 맞은 지난 1일 수도권 남부의 한 회원제 골프장 대표가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골프 최대 성수기인 10월 첫 주말이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내장객이 뚝 떨어졌다. 이 골프장 대표는 “지난 주 까지만 해도 토요일 예약이 90%였는데 갑자기 예약 취소를 한 팀만 10팀 가량 됐다”고 설명한 뒤 “내장객들 중에서도 비회원 비율이 줄고 회원들끼리 팀을 만들어 온 경우가 늘어 사실상 수익은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영향에 따른 내장객 감소는 서울에서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회원제 골프장, 특히 고급 골프장일수록 눈에 띄게 나타났다.
수도권 북부에 위치한 36홀 회원제 골프장 대표는 “원래 이맘때 토요일은 160팀이 모두 차는데 1일은 20팀 가량이 예약 취소 등으로 빠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수도권 남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한 회원제 골프장도 이날만 10팀이 예약 취소를 해 85%만 찼다. 경기도 곤지암에 위치한 한 회원제 골프장도 이날만 20% 가량 팀이 채워지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서울에서 차로 1시간 이내에 위치한 접근성이 좋은 ‘고급 회원제 골프장’은 대부분 내장객이 평소처럼 들어차거나 90%가량 채워지며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여파로 평소 ‘성수기 토요일’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은 평소에는 꽉 들어차 주차 대란이 펼쳐졌지만 이날은 주차장 공간이 드문 드문 비어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 평소 입구에 마련됐던 선물 보따리 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접대 골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골퍼는 “회원권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비회원을 한 두명 초대해 함께 골프를 치지만 멤버 구성이 안되서 회원들끼리 왔다”며 “식사도 클럽하우스에서 간단하게 하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퍼블릭 골프장들은 큰 변동이 없었다. 퍼블릭 골프장 인터넷 회원들은 일반적으로 ‘더치 페이’를 하거나 중·소규모 골프 동호회 회원이나 모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퍼블릭 골프장 관계자는 “새벽 타임 2~3개를 빼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부킹이 이뤄졌고 예약 취소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충남 태안의 한 퍼블릭 골프장도 “1부팀 부터 3부 야간 팀까지 90% 가량 찼다. 연휴를 감안하면 평소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김영란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피를 비싸게 받는 이른바 ‘고급 퍼블릭’들은 20% 가량 평소보다 예약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회원제 골프장은 예약률이 10~15%가량 줄어든 것 보다 더 큰 고민이 있다. 바로 수익률 하락이다. 한 회원제 골프장 대표는 “보통 주말에는 일부 비회원을 받아 수익을 유지했지만 이번 주말에는 비회원으로 구성된 팀이 평소의 20%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접대’가 줄어들면서 골프장 내 프로샵이나 선물 판매액도 하락했다.
김영란법의 여파는 골프장 밖에서 더 크게 느껴졌다. 1일 오후 1시경 경기도 용인의 한 회원제 골프장 인근 한우 식당은 손님이 4팀밖에 없었다. 20여대 이상 세울 수 있는 식당 주차장에 차량은 5대 뿐이다. 식당 주인은 “예약이 지난주 토요일에 비해 70% 가량 줄었다”며 “게다가 시키는 메뉴도 저렴한 단품이 주를 이뤄 앞으로 식당 메뉴를 바꾸거나 다른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망할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사실 10월 첫 토요일은 골프장들에게 악재가 겹쳤다. 중·남부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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