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공항) 이상철 기자] 금의환향. 20일 오후, 남녀골프 메이저대회 최소타 기록으로 골프 역사를 새로 쓴 ‘메이저 퀸’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인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그리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꽃다발을 양손 가득 받은 전인지는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해준 팬들과 한 명씩 하이파이브를 했다.
전인지는 환대에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지난해 7월 US여자오픈 우승 후 한국으로 돌아와 많은 축하를 받았다. 올해도 대회를 마치고 귀국하는 일정인데 막 한국 땅을 밟으니 실감한다. 프랑스에선 잘 몰랐는데 이제야 (우승을)느끼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후 18일 귀국한 전인지. 사진(인천공항)=이상철 기자 |
전인지는 “에비앙 챔피언십 이전까지 우승은 없어도 잘 해왔다. 준우승도 3번 했다. 그것이 이번 대회 우승의 발판이 됐다. (올해 내)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우승 직후 그 동안 일들이 스쳐지나가더라. 함께 고생한 팀원까지 생각나 눈물이 흘렀다”라고 말했다.
LPGA는 물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역사상 72홀 최소타 기록이다. 해외 언론은 신기록을 세운 전인지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3라운드를 마치고 타이 기록 중이라는 걸 알았다는 전인지는 더욱 집중을 했다. 그는 “공식 연습을 하면서 18번(파4)홀이 가장 어렵다고 느꼈다. 샷 감이 좋지 않았는데 티샷이 왼쪽으로 빠졌다. 하지만 ‘파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집중해 해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전인지는 이번 대회에서 박성현(넵스), 유소연(하나금융그룹·이상 17언더파 267타)와 우승 경쟁을 펼쳤다. 한국인 선수끼리 경쟁은 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전인지는 “골프는 코스와의 싸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래도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다. 함께 경쟁을 펼친 게 내게도 도움이 됐다. 그리고 행복했다”라며 “이번 우승으로 한·미의 최근 메이저대회 우승이 동률이 됐다. 앞으로 나를 비롯해 한국 선수들이 열심히 해 더 많이 우승하겠다”라고 했다.
전인지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꼭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막을 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서 13위에 그쳤다.
전인지는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올림픽이었다. 올림픽 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내 성적에 나도 실망스럽고 한심했다. 그래서 LPGA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잘 하고 싶었다. 모든 걸 쏟아냈다”라며 활짝 웃었다.
전인지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 통산 2승을 거뒀다. 지난해 US오픈까지 2승을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이뤘다. 한국과 일본 무대 포함 시 총 일곱 차례 메이저대회 우승에 입맞춤을 했다.
유난히 메이저대회에 강한 비결을 묻자, 전인지는 “나만의 장점이 잘 발휘되는 것 같다. 또한, 어려워도 즐기려 한다. 또한 코스도 재미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팀으로 노력한 게 결실을 맺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 전인지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AFP BBNews=News1 |
꽃길을 걷고 있지만 전인지의 생각은 다르다. 전인지는 “사람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다. 난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많은 성과를 내면서 봉우리를 만들었을 뿐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하겠다”라
그러면서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며 큰 목표를 이루겠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큰 목표 중 하나는 올림픽 금메달이다. 전인지는 “4년 후 도쿄올림픽에 내게 다시 한 번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메달을 입에 물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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