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9월 셋째 주 일요일, 류제국(LG)은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프로야구선수가 된 이래 처음으로 완봉을 경험했다. 33명의 삼성 타자를 상대해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포수 유강남에게도 뜻 깊은 하루였다. 완봉을 한다는 건 투수 못지않게 포수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유강남은 “내게도 영광이다. 또한 끝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는 건 포수로서 자부심이 크다”라고 했다.
류제국은 ‘느낌’이 온 것일까. 며칠 전 불쑥 유강남에게 “형, 완봉 한 번 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류제국은 지난 8월 20일 광주 KIA전 이후 빼어난 피칭을 펼쳤으나 가장 긴 이닝이 7이닝이었다. 무실점도 1번(9월 7일 잠실 넥센전 6이닝)이었다.
유강남은 완봉 경험이 1번 있었다. 지난해 LG의 유일한 완봉 경기였던 2015년 6월 17일 잠실 LG전에서 소사와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공교롭게 당시 스코어도 5-0.
↑ 18일 프로 데뷔 첫 완봉을 기록한 투수 류제국(왼쪽)과 2번째 경험을 한 포수 유강남(오른쪽). 둘은 며칠 전부터 완봉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초반 포구한 뒤 가장 좋은 구종 위주로 볼 배합을 했다. 18일 경기에서 류제국은 커브가 일품이었다. 122구 중 커브는 35개로 속구(33개)보다 많았다. 초반 커브 비율이 높았다. 유강남은 “전반적으로 스트라이크 비율(74개·60.7%)도 좋았다. 또한, 과감하게 승부하려 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류제국은 3회 이후 무결점 피칭을 펼쳤다. 8회까지 내야안타 1개만 허용했다. LG의 수비 시간은 정말 짧았다. 그리고 류제국의 피칭은 탄성을 자아냈다. 간결하니 투구수도 적었다. 류제국의 꿈대로 완봉에 한걸음 다가섰다.
8회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남은 아웃카운트는 4개. 당시 류제국의 투구수는 102개였다. 마운드에 빠르게 올라간 강상수 투수코치는 다시 빠르게 내려갔다. 용무는 간단했다. “더 던질래?” “그만 할래?” 결정하는 건 쉬웠다. 류제국의 대답은 전자였다.
올해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LG 선발투수는 1명이다. 지난 4월 26일 대구 삼성전에서 완봉을 한 우규민이 유일했다. 류제국도 지난 5월 19일 수원 kt전에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그의 역할은 8회까지였다. 하지만 0-0과 5-0의 스코어는 다르다.
8회를 마친 뒤 다시 한 번 이야기가 나왔다. 류제국의 9회 등판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 완봉은 투수에게 의미 있는 기록이다. 류제국은 완봉 욕심이 더욱 났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해보고 싶습니다.”
깔끔했던 류제국은 9회 마지막 위기를 맞았다. 2사 후 최형우, 이승엽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1이닝 2피안타는 이날 처음이다. 아찔했다. 2사 2,3루로 안타 하나면 완봉은 깨진다. 불펜에는 임정우가 몸을 풀었다. 그리고 관중석에서 LG 팬이 “류제국”을 연호했다.
들뜰 수 있는 분위기. 백상원을 상대로 초구 볼을 던진 류제국은 더욱 침착하려 했다. 류제국은 “실점을 할 경우 내가 9회까지 마운드에 오른 이유가 없다. 평정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유강남도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유강남은 “상당히 복잡해졌다. (백상원이 타자였는데)앞선 타석에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 보통 이를 토대로 볼 배합을 짰는데”라며 “볼카운트 1B 1S여서 3구에 승부를 해야 했다. 머릿속에 생각난 건 제국이형의 커브였다. 승부구로 커브를 택했다”라고 전했다.
류제국이 완봉할 수 있던 배경 중 하나는 9회 2아웃을 빨리 잡았다는 것. 박한이와 구자욱을 범타로 처리했다. 2사 1,2루와 무사 1,2루는 큰 차이다. 유강남은 “연속 안타를 허용했지만 앞서 2타자를 아웃시킨 게 중요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까다로운 타자 박해민을 한 번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평소 긴장도 잘 하지 않던 류제국은 전날부터 부담이 컸다. 이천웅의 끝내기 홈런은 그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결과적으로 긍정의 영향이다. 또한, 완봉이 첫 경험이라 마운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색했다고 했다. 할 일은 간단했다.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면 됐다. 마치 포스트시즌의 승리를 거둔 것처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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