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해민(26)에게 자꾸 눈이 간다. 꼬박꼬박 안타를 쳐냈던 지난주 6경기서 타율 0.360(25타수 9안타)을 기록했는데 밀고 당기면서 절묘하게 맞혀내는 재기 넘치는 타구들이 기술의 절정을 보여줬다. 파워 있는 타자들의 호쾌한 타격도 시원하지만, ‘재간둥이’ 타자들의 기술적인 타격들도 정말 보는 맛이 있다.
↑ 삼성 박해민이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 2사후 역전 결승타를 때려낸 뒤 손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기술적인 타격에 물이 오른 박해민은 ‘9월 스퍼트’ 삼성의 9위 탈출에 크게 공헌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상적인 그립을 갖기 위해서는 흔히 다음의 3가지를 하지 말라고 한다. 첫째, 너무 꽉 잡지 말라. 팔 근육이 긴장하면 배트스피드가 떨어진다. 둘째, 두 손을 떨어뜨리지 말라. 손목을 충분히 활용하기 힘들다. 셋째, 너무 손바닥 깊숙하게 배트를 쥐는 것도 좋지 않다. 역시 팔에 지나친 긴장을 주고 스윙스피드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주문들은 주로 과하게 힘을 주지 말라는 미션들이라 실로 어렵다. 아무리 가벼운 배트를 드는 타자들이라고 할지라도 최소 820~830g 이상의 배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막상 손에 힘을 주지 않고 능란하게 컨트롤 하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충분히 손에 힘을 주되 과하게 힘을 넣지 말고 유연성을 확보하라는 역설의 미션이다.
그런 면에서 박해민이 툭툭 맞혀내면서 보여주고 있는 ‘스윙의 가벼움’은 일반 팬들보다 같은 타자들이 볼 때 더 대단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나 되는 배트 컨트롤이 아니라는 걸 타자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뛰어난 기습번트 능력 역시 최적의 그립이 뒷받침한다. 기습번트는 배트의 각도와 함께 배트를 쥐는 손의 힘 조절이 중요하다. 배트를 너무 강하게 잡거나 혹은 약하게 잡아서는 타구의 속도를 조절하기 어렵다. 박해민은 절묘한 힘 조절로 최적의 번트 타구를 자주 만들어낸다.
기술적인 배트 컨트롤에 물이 오르면서 박해민은 번트를 시도한 후 바로 강한 타격을 하거나, 혹은 기습적으로 맞혀내거나 하는 등 1구 1구, 한 타석 한 타석 마다 변화무쌍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매 타석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타자, 매 게임 달라질 수 있는 타자가 될수록 투수들에게는 까다로운 상대가 된다.
박해민은 게다가 출루한 뒤 더 고마운 주자가 아닌가. 11일 현재 리그 도루 1위(49개)를 질주 중인 그가 1루에 있으면, 상대 투수는 아무래도 변화구보다는 빠른 볼, 몸쪽 보다는 바깥 쪽 승부를 늘릴
좋은 타격을 하기 위한 여러 동작 중에서 배트와 몸을 연결하는 손의 활용은 그 중요성에 비해 많은 선수들이 소홀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작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박해민은 자신만의 탁월한 타격 기술을 차근하게 성장시키고 있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