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41세의 남자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남자의 눈물을 본 동료들도 함께 눈 주위를 훔쳤다.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가 25년만에 센트럴리그 정상에 섰다.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 프로 야구 센트럴리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6-4로 승리하며 매직넘버를 지웠다. 82승47패. 아직 12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2위 요미우리와 15경기 차가 되면서 샴페인이 터졌다.
이날 히로시마 선발은 노장 구로다 히로키(41)였다. 구로다는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로 이날 승리투수가 되며 팀 우승을 확정짓는데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우승 후 후배들의 헹가래를 받은 구로다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또 다른 노장 아라이 다카히로(39)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구로다 히로키. 사진=MK스포츠 DB |
구로다와 아라이는 모두 히로시마를 떠났다 지난해 돌아온 선수들이다. 1997년 히로시마에서 데뷔한 구로다는 2007년까지 뛴 뒤, LA다저스에 진출해 2012년까지 몸담았다. 이후 뉴욕 양키스로 옮겨 두 시즌을 치른 뒤 히로시마로 복귀했다. 구로다의 복귀는 화제를 모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모 구단은 200억원을 제시했지만, 구로다는 40억원에 히로시마와 계약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하면서 언제가 히로시마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히로시마팬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야구팬은 구로다를 의리남으로 추켜세웠다.
재일교포로도 잘 알려진 아라이는 1999년 히로시마에서 데뷔해, 2008년 FA로 한신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노쇠화로 한신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지난해 친정으로 전격 복귀했다. 히로시마 입장에서는 구로다와 아라이 모두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외도를 했던 셈이다.
이들은 히로시마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날 우승이 1991년 이후 25년만이기 때문이다. 사실 히로시마는 마에다 겐타(LA다저스)가 있던 지난해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요미우리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올해는 마에다가 떠나면서 꼴찌 후보였다. 하지만 두 노장의 의기투합에 젊은 선수들도 깨어났다. 사실 이날 구로다의 승리는 시즌 9승째로 에이스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노무라 유스케, 크리스 존슨이 각각 14승으로 원투
구로다는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끝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목표 하나를 달성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친한 동료들 사이에서 우승 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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