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KBO가 징계유예중인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의 2017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발탁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됐다.
5일 차기 WBC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감독으로서 오승환이 욕심난다. (1차 엔트리를 결정할) 기술위원회에서 얘기해보겠다”고 발탁 의지를 명확히 했다.
지난해 가을 프로야구스타들의 해외원정도박 스캔들에 연루됐던 오승환은 지난 1월 불법 해외원정도박으로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당시 KBO는 검찰의 기소 시점에서 오승환에게 KBO 복귀 시 발동되는 한 시즌 50%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후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KBO의 징계는 유예중인 가운데 국제대회에서 뛸 대표팀으로 소집을 논하는 어색한 밑그림이 만들어졌다. 논란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반년전 징계를 결정한 주체는 KBO 상벌위원회고, 지금 그를 원하는 주체는 KBO 기술위원장이자 대표팀 사령탑인 김감독이라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해명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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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WBC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인식 감독이 5일 기자회견에서 “오승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KBO는 징계유예중인 오승환의 대표팀 선발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오승환은 불법 도박 당시 NPB 한신 소속이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한신과 계약이 끝났지만, 검찰 조사와 기소, 법원의 벌금형 판결이 잇달았던 지난겨울에는 메이저리그 도전과 일본 잔류 가능성이 교차하던 시점이었다. 당시에도 국내 유턴 의사는 밝힌 적이 없다. 그런데도 KBO는 지난 1월 임창용(KIA)과 함께 오승환까지 국내 리그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리그 소속 선수도 아닌데 무리한 징계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그만큼 KBO는 ‘깨끗한 리그를 꿈꾼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불과 반년 뒤 투수 기근에 닥친 WBC 대표팀이 ‘공개구애’ 하면서 리그가 오승환에게 내렸던 중징계의 진정성과 의미가 무색해졌다. 대표팀 활약 이후는 그에 대한 징계의 명분이 더욱 모호해질 가능성조차 높다. 만약 WBC 수훈선수가 된 한참 후에 오승환이 국내리그에 복귀한다면 이미 크게 의미가 퇴색한 징계를 치르면서 리그와 선수, 팬들이 모두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징계대상 선수의 대표팀 발탁 모순을 의식한 김감독이 “오승환이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다면 뽑아야 한다”는 화법을 택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자칫 선수에게 ‘압력’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다가 리그가 징계대상 선수에게 ‘구애’하는 모양새로 보이는 것도 난감하다. 논란의 대표팀 합류 결정을 선수에게 떠넘기는 상황이 맞는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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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환이 봉사 의사를 밝힌다면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한 김인식 감독의 발언은 논란에 봉착한 KBO에게 소망스러운 모양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도전 첫해 분투 중인 오승환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정당한가는 논란거리다. 사진=MK스포츠 DB |
태극마크를 달기에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할 만큼 ‘선수 오승환’에게 문제가 없다면, 리그 출전정지를 결정한 반년전의 징계가 잘못됐다는 의미일까.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국내리그 출전정지 징계를 받고 있는 선수가 국제대회에 뛰지 못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원론적으로 풀이하면서도 “오승환에 대한 당시 KBO의 징계는 명분이 있었고 앞으로 실행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표팀 합류 여부와 상관없이 추후 오승환이 KBO에 복귀했을 때는 출전정지 징계를 강행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즉 이번 대표팀 발탁의 명분을 위해 징계 철회를 논의할 필요성, 혹은 가능성은 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본격적인 ‘오승환 선발논란’을 앞두고 KBO의 입장이 확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경계했다. 양 사무총장은 “아직 신임 감독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기술위원회의 본격적인 논의를 거쳐야하고 선수의 의지도 조율해야 한다. 규약상 문제는 없지만, 대표팀 선발의 의미와 국민정서를 헤아리는 논의과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KBO가 원하는 대로 징계의 당위성 논란을 배제한 채 오승환의 대표팀 선발논의를 돌파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내리그 출전은 징계 대상이라면서 국제대회에 필요하면 부를 수 있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보인다. 오승환의 거취가 불투명했을 때는 추상같은 징계를 내리고, 그가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지금 KBO의 불펜 불안과 맞물려 대표팀 합류에 유연한 해석을 내리는 것 역시 공교로운 타이밍이다.
선수와 팬들이 징계에 대한 KBO의 잣대를 이중적으로 느낄 경우, 우려되는 후유증은 작지 않다. KBO는 올시즌 거듭됐던 리그의 위기에서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는 쇄신 의지’를 다짐한 바 있다. 그 진정성이 의심받는다면, 그동안 수차례의 교훈 끝에도 선수들의 일탈 사고가 되풀이 됐던 책임이 KBO의 ‘보여주기식’ 징계에 있었음을 확인시키고 만다.
대표팀 발탁을 ‘봉사’로 정의하면서 속죄의 자원합류를 권할 수 있는가도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무조건 좋은 성적을 채근하는 팬들도 있지만, 명예로운 태극마크의 최선을 응원하는 팬들도 많다. 내년 WBC 1라운드를 고척돔에 유치한 한국은 안방에서 1라운드 탈락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 없는 압박감이 큰 것이 사실. 그러나 무리
아직 KBO도, 메이저리그도 시즌 중이다. 오승환의 결정에 달렸다면 이 논란의 결말까지는 꽤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 왜 결단의 부담을 오승환이 떠안아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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